▲ 정윤성

▲ 동래고 오찬영

정윤성, 권순우, 오찬영 등 한국 주니어테니스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호주오픈에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한계를 드러냈다. 

외국의 들어보지도 못하고 대회 시드도 없는 선수들에게 당했다. 2회전 탈락.

오찬영은 호주 제이크 델라니에게 0-6  2-6으로 패했고 권순우는 우즈베키스탄의 주라벡 카니모프에게 3-6 1-6으로 졌다. 기대를 모은 4번 시드 정윤성은 포핸드와 서브 좋은 알렉산더 부브릭(러시아)에게 6-7<2> 3-6으로 패했다.

일단 상대 선수들은 키가 크고 스트로크와 서브가 좋았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우리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작고 서브 게임을 잃고 포핸드 스트로크 주무기가 없고 백핸드는 그저 수비하는데 급급했다.  한 선수는 경기가 안풀리자 라켓을 집어던지는 등 멘탈 관리에도 실패했다. 다른 선수는 그저 라켓에 볼을 대기 바빴다. 단순히 2회전이고 상대는 랭킹도 낮은 선수들인데.

호주오픈을 성인 예선부터 본선, 그리고 주니어들 경기까지 두루 취재를 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100위안에 들고 그랜드슬램에서 성적을 내려면 다음과 같은 것을 갖추어야 가능하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첫째, 서브가 확실해야 한다. 키작은 선수라 할지라도 낮은 토스와 빠른 임팩트로 상대가 미처 서브 리턴을 마음에 먹은 시간이 아닐 정도로 빨리 들어가야 한다. 그저 코스가 예측되는 서브는 속도가 나더라도 되치기 당하기 쉽다.

둘째, 서브를 넣고 빠른 준비를 해야 상대의 번개 같은 리턴을 받아내 점수로 연결할 수 있다. 우리 선수 대부분이 서브 넣고 다음 동작이 늦어 서브를 잘 넣고도 상대의 기습 리턴에 점수를 잃었다. 서브 넣으면 점수를 얻는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이 아니라 개밥주다 손물리는 격이다.

셋째, 서브든 스트로크든 폼이 너무 크다. 페더러를 이긴 안드레아스 세피(이탈리아)같은 선수는 가느다란 몸매에 마치 '병든 닭'같아 보였다. 하지만 상대의 빠르고 강한 볼을 정확히 잡아 라켓에 대고 확실하게 다운더인으로 밀었다. 페더러가 번번이 당했다. 세피는 테니스를 성의없이 치는 듯 했다. 하지만 정확한 임팩트 하나로 상대를 갖고 놀았다. 어쩌다 자신있으면 번개같은 포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했다. 무조건 큰 폼으로 감아 돌린다고 2점 주는 것이 아닌 것이 바로 테니스다.  

넷째, 멘탈의 문제다. 경기를 하다보면 안풀릴 때도 있다. 상대가 워낙 세서 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볼을 치고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세컨드 서브를 노려 리턴 에이스를 내든가 해서 뭔가 전사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2-5에서도 0-40에서도 상대에게 그냥 게임을 내주지 말고 한 포인트를 따라 붙으면 상황이 어찌 달라질 지 모른다.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는 우리나라 평균 선수들보다 체구가 작다. 주특기도 없어보인다. 서브도 시속 170km대다.  그런데 세계 5위이고 호주오픈 8강에 올랐다. 서브 센 유럽 선수들을 다 이기고 올라왔다.  매너와 멘탈도 세계 5위안에 든다.

경기 안 풀린다고 라켓 집어던지는 모습을 상금도 안걸린 주니어대회에서 보이는 우리 주니어의 행동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을 미리 배우는 것은 정말 아니다. 안 풀릴 땐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라켓 후원하는 회사는 라켓 패대겨칠 때 가슴이 철렁 내려간다. 라켓에 무슨 문제나 없는 지.

다섯째, 우리 선수들은 상대선수 정보나 공략할 전략이 없다. 라파엘 나달에게 매치 포인트 4번을 잡은 미국의 27살 토미 스미첵은 112위 랭킹에도 불구하고 나달 경기 비디오를 100번도 더 봤다고 한다.

언젠가 나달을 만날 수도 있기에 나달을 잡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얻은 결론은 나달이 백핸드쪽 볼을 포핸드로 돌아서서 친다는 점과 포핸드 쪽을 많이 비워두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나달이 에러를 많이 하는 경우의 수를 노트에 적고 외웠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나달을 2회전에서 탈락 시킬뻔 했다. 4시간 22분간 경기를 하는데 마지막 1분만 100가지 재주를 가진 나달이 온갖 재주를 부려 이겼다고 고백했다.  

결국 우리 주니어들은 아시아쪽 주니어대회에 많이 다녀 점수를 올려 그랜드슬램 시드를 받아 출전했지만 유럽 노시드들에게 확실한 서브 게임 지키기를 못하고 포핸드 위너가 없는 채 큰 비용을 들이고 있다. 

이번 호주오픈에서 연일 승리하며 활약하는 일본의 니시코리나 호주의 닉 키클로스(19살)가 그랜드슬램무대에서 활약하면서 국민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일본테니스협회와 호주테니스협회의 자랑이 되고 있다. 이 두선수의 공통점은 자신의 서브 게임은 확실하게 지킨다는 점이다. 닉은 200km를 넘나들면서 코스가 자유자재인 서브를 구사하고 니시코리는 변화무쌍한 스트로크로 상대로 하여금 섣불리 공격못하게 만들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성실하고 열심히 선수들을 가르치는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의 무기를 심어주는 것이고 작은 체구라도 158cm의 도미니카 시불코바처럼 사정권에 들어오는 볼에 대해 끝내기 타구를 날리는 것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나. 그들은 하라는 데로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