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정현(19,삼성증권 후원, 삼일공고)이 내년에 어떤 라켓을 사용하게 될 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현은 2010년부터 미국 스포츠마케팅사 IMG의 주선으로 던롭 라켓 후원을 받아왔다. 그 계약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이에 따라 던롭을 비롯해 윌슨과 바볼랏, 헤드 등 라켓 글로벌과 국내 판매 부문에서 한국 에이스인 정현의 라켓 후원 사용에 대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현이 기존의 던롭 라켓을 사용할 지, 새 라켓으로 경기를 할 지 여부는 내년초 호주오픈 예선 무대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현은 2010년 던롭 영국본사와 라켓 사용 계약을 했다. 이듬해 테니스 스타의 산실인 미국 오렌지보울 국제 주니어대회 16세부 단식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그 이전 윌슨 라켓에서 던롭 바이오메틱 M 3.0 모델로 바꾼 정현은 라켓 헤드에 납을 내장시키는 등 일부러 무게를 늘려 또래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무거운 340g짜리 라켓을 만들어 사용해 왔다. 이는 로저 페더러(윌슨 355g) 등 정상급 선수들과 비슷한 무게의 라켓이다. 정현의 장기인 파워넘치는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만들어내는 일등공신이 바로 라켓 무게에서 비롯되었다. 정현은 그 라켓으로 2012년 라켓 후원사인 던롭의 발상지인 윔블던주니어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하면서 주니어 무대 절정을 이뤘다. 노장 토미 하스나 복식전문 브라이언 형제 등이 던롭 라켓을 사용했지만 동양의 주니어가 전세계가 주목하는 윔블던 무대에서 브랜드 가치를 한껏 드높였다. 외국 테니스계가 주목하는 대회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정현이 앞으로 최소 30살까지 선수생활을 꾸준히 한다는 것을 가정할 때 주니어를 벗어나 프로무대에서 어떤 라켓을 사용하는 가는 글로벌 마케팅 입장에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이 헤드 라켓을 사용하던 것보다 정현의 라켓 사용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17~8세 주니어시절부터 각광을 받은 정현으로서는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한국테니스의 스타로 주목을 받을 공산이 크다.
던롭을 비롯해 국내 라켓 유통을 하는 업체들은 "자사 라켓을 사용하게 하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관망할 뿐"이라며 한결같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선수 생활을 자유롭게 할수 있다는 정현의 높은 주가를 고려할 때 마케팅 측면에서 쉽사리 덤벼들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통상적으로 프로 선수가 라켓을 교체할 때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투어 비용이 넉넉한 경우라도 라켓과 함께 따라오는 후원금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자칫 라켓 교체로 경기력이 저하될 경우가 있어서 섣불리 라켓을 바꾸지 않는다. 바꾸더라도 시즌이 끝난 뒤 업체에게서 선수에게 커스터마이징한 시타용 라켓으로 충분한 적응 기간을 거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형택의 경우처럼 라켓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형택은 건국대 2학년 시절이던 1995년부터 헤드 라켓을 잡아왔고 이후 10년간 다른 제조사의 후원 제의를 뒤로한 채 헤드사 라켓만 고집하며 한국 남자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세계 40위권의 벽을 깼다. 그는 수년 전 단종된 모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링만 바꿔 끼우며 자신의 오른손과 라켓의 혼연일체를 즐겼고 세계 정상권 선수로 발돋움했다. 따라서 정현이 여러 제조사로 부터 많은 후원 제의가 오더라도 앞으로의 성적을 감안해 라켓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주니어시절때만 해도 별다른 후원도 없는 여건에서 매니지먼트사인 IMG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지만 현재는 그때와 달리 삼성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다. 정현의 라켓 선택에서 최우선 조건으로 경기력을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