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함으로써 이탈리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겼던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가 기아 코리아오픈 4번시드인 막달레나 리바리코바(슬로바키아)에게 1:2(46 63 26)로 패함으로써 1회전 탈락했다.

 

전혀 여자선수답지 않은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걸음걸이, 걸걸한 목소리로 많은 관중들로부터 남자선수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스키아보네는 WTA 투어 선수 중 유일하게 원 핸드 백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그녀는 WTA 단식 6회, 복식 7회 우승하는 등 2011년 말에 랭킹 4위에 올랐었으나 최근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코리아 오픈에는 단골로 출전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4강에 올랐었다.

 

180cm의 큰 키에 65kg의 늘씬한 몸매를 지닌 막달레나 리바리코바는 WTA 투어 단식 4회, 복식 1회의 우승 전력을 가지고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2008년 이후 코리아오픈에 빠짐없이 얼굴을 보이고 있으나 특이할 만한 성적은 보이지 못했다.

 

스키아보네와 리바리코바의 경기는 흡사 미녀와 야수의 대결과도 같았다. 큰키의 갸냘픈 몸매에 금발의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리바리코바를 미녀라 한다면 샷 마다 소리를 지르고 몸을 최대한 확장하여 시원스럽게 라켓을 휘둘러 대는 스키아보네를 야수와도 같았다.  종횡무진 코트를 뛰어 다니며 남자의 근육과도 같이 발달한 근육의 힘으로 회전량이 큰 스키아보네의 샷을 리바리코바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으로 맞받아 쳤다.

 

 

1세트는 미녀 리바리코바가, 2세트는 야수인 스키아보네가 가져와 세트 올 상황이 됐다. 승패의 분기점은 1:2 스키아보네의 서브게임에서 일어났다. 30:30에서 스키아보네는 강력한 백핸드를 리바리코바에게 보냈다. 리바리코바가 간신히 받아 올린 볼이 네트로 넘어 오자 스키아보네는 재빨리 네트 대시하여 드라이브 발리를 날렸다. 그러나 그 볼은 베이스라인을 살짝 벗어났고 스키아보네는 머리를 쥐어 짰다. 그 다음 포인트 역시 무난히 넘어온 볼을 네트 대시 후 발리로 넘겼으나 사이드라인을 살짝 벗어났다. 결국 스키아보네는 자신의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볼을 미스 샷으로 만들면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1:4까지 밀리자 스키아보네는 자신의 코치를 불러 조언을 듣기도 했으나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리바리코바에게 2:6으로 3세트 마저 내주고 경기를 마쳤다.

 

 

여자들의 경기답지 않게 리바리코바와 스키아보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네트 플레이를 펼쳤다. 상대편의 샷에 드롭샷을 놓고 그것을 달려와 받아 넘기면 로브를 띄웠다. 그러면 그 로브를 또 강력한 스매시로 포인트를 냈다. 서브에 이은 랠리, 네트 대시하여 발리, 로브, 스매싱, 한마디로 모든 기술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멋진 샷이 나올 때 마다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두 선수에게 보냈다. 스키아보네는 이미 여자이기를 포기한 듯 여러 가지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발리 플레이가 에러하자 입으로 볼을 물어 네트에 넘기는가 하면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라켓을 하늘로 던져 받았다. 심판석으로 달려가 심판에게 “나 좀 살려주세요”라는 제스츄어도 취하여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스키아보네는 복식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유머러스한 퍼포먼스를 다시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스키아보네를 잠재운 슬로바키아의 미녀 리바리코바는 2회전에서 야니나 위키마이어와 예선을 통해 올라온 맨디 미넬라의 승자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