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넥스(Yonex) 하면 누구나 배드민턴을 떠올린다. 그만큼 라켓, 셔틀콕 등 배드민턴 용품의 대표 브랜드다. 전 세계 배드민턴 선수의 80% 이상이 요넥스 라켓을 쓰고 있다. 주요 대회 공식 셔틀콕 시장도 평정한 지 오래다. 요넥스는 그러나 배드민턴에 안주하지 않고 테니스, 골프 용품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막강한 기존 브랜드가 즐비한 이들 시장에서 요넥스가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지 주목된다.

▲ 창업자와 요넥스의 초기 모습

요넥스의 역사는 종전 직후인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 요네야마 미노루(90·米山稔)가 약관의 나이에 뛰어든 사업은 고기잡이 그물에 설치하는 목재 찌 생산이었다. 장비는 1마력짜리 모터 하나가 전부였다. 초기 사업은 순항했으나 몇 년 만에 난관에 부닥쳤다. 신소재인 플라스틱 찌가 나오면서 경쟁력을 잃게 된 것. 목재에 매달렸던 청년사업가 요네마루는 쓴 맛을 보며 시장에서 퇴출됐다. 그러나 이 실패는 그가 사업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요네마루는 당시 “다시는 기술개발에 뒤떨어져 사업을 망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훗날 술회했다. 이 다짐은 평생의 교훈이자 사훈으로 남아 위기가 기회가 되는 전설을 만들어냈다.

요네마루는 목재가공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노리다가 1957년 배드민턴 라켓 주문생산(OEM)에 나섰다. 초기 제품은 정교함을 앞세운 수제품이었다. 여기서 축적된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1961년 요넥스라는 자체 브랜드 라켓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창업자의 성 앞글자에 경쾌한 어감의 ‘ex’를 붙인 브랜드였다. 요넥스 배드민턴 라켓은 제품력을 앞세워 시장을 석권해갔다. 1960년대 수출주도형 일본 경제개발 붐을 타고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과감한 소재개발 투자를 통해 1969년엔 가벼운 알루미늄 라켓을 선보였다. 알루미늄 가공기술을 적용해 1971년 처음으로 테니스 라켓을 생산했다. 다음 개발 소재는 흑연(graphite)이었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흑연 소재는 배드민턴, 테니스 라켓 손잡이에 이어 골프채 개발에도 적용됐다. 요넥스는 1970년대 골프 용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1980년 세계 최초의 카본 라켓 카보넥스8을 출시해 빅 히트를 기록했다. 1983년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현지 법인과 생산공장을 세워 세계적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요넥스는 1992년 배드민턴업계의 판도를 바꾼 획기적인 라켓을 내놓았다. ‘아이소메트릭 500’이란 광폭 라켓이 그것이다. 기존의 둥근 라켓헤드를 네모 모양으로 넓힌 것이다. 이로써 셔틀콕을 칠 수 있는 유효 접촉면(sweet spot)이 넓어졌다. 요넥스의 아이소메트릭 라켓 등장 이후 다른 라켓 제조사들이 모두 정방형 헤드 생산에 뛰어들었다. 요넥스는 명실상부 배드민턴업계 1위 브랜드로서 현재 말레이시아 배드민턴 대표선수들 비롯해 세계 유수 국가대표와 클럽, 대회에 후원 공급되고 있다.

▲ 호주오픈 우승자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

테니스 라켓의 경우 프로선수 중 세계랭킹 1위를 차치한 바 있는 레이튼 휴이트(33·호주)와 호주오픈 우승자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29·스위스), 코리아오픈 우승자 마리아 키릴렌코(27·러시아) 등이 요넥스 라켓을 사용한다. 국내에선 장수정, 이예라, 조민혁 등 간판 선수들이 요넥스 라켓을 사용하고 있다.

요넥스는 1994년 도쿄 증시에 상장됐다. 스포츠용품 시장 추세에 따라 요넥스도 각종 대회 개최와 후원을 통한 마케팅에 힘써 왔다. 2007년 출범한 요넥스 US오픈 그랑프리 배드민턴 대회, 요넥스 프랑스오픈 등 주요 배드민턴 대회와 국제테니스연맹(ITF) 요넥스 오픈 챌린저, 일본 요넥스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 등이 요넥스가 주최하는 대회다.

2세 경영체제로 접어든 요넥스는 현재 본사 종업원 1200명, 연매출 390억 엔(약 3860억 원)의 스포츠용품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나노사이언스 기술로 공기 저항을 감소시켜 빠른 스윙을 가능하게 한 최첨단 라켓 나노레이(Nanoray) 시리즈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시장은 1977년 설립된 요넥스코리아(대표 김철웅)가 총판공급을 맡아왔다. 요넥스코리아는 지난 19년 간 초등학교배드민턴대회, 15년 간 장애인배드민턴대회를 후원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왔다. 2010년 시작된 전국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에도 라켓과 셔틀콕 등 경기용품을 후원하고 있다.

테니스에서도 엘리트 선수들의 지원과 동호인대회 개최 등으로 테니스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요넥스코리아, 동승통상 김철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