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광역시테니스협회 백승희 회장

▲ 백 회장의 손과 세계 1위 라파엘 나달의 손. 백 회장은 환자 진료를 위해 손을 아끼지 않고 나달은 승리를 위해 손이 부서져라 테니스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아버지는 테니스를 가르치고 어머니는 의사 직업을 권했다. 시간이 흘러 대구테니스협회장을 맡았고 하루 300명씩 진료하는 의사가 됐다. 대구테니스협회 백승희(49·사랑모아통증의학과 대표원장) 회장의 이야기다.

대구는 우리나라 테니스계에서 국가대표를 최다 배출한 테니스 선도지역이다. 그런 지역의 엘리트 테니스 수장을 맡은 백 회장이 처음 한 일은 남자 실업팀 창단. 대구지역에 초·중·고·대학 테니스부는 있어도,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숱하게 배출해도 실업팀 하나 없는 지역에서 한가지 일을 착수했다. 대구시청을 찾아가 대구시를 위해 창단이 필요한 일이라 강조했다. 시청소속 스포츠팀 해체 분위기속에서 테니스부는 회장과 시청의 매칭펀드 방식으로 창단이 됐다.

백 회장에게 토요일은 오전 9시, 평일은 낮 12시까지는 접수를 해야 그날 진찰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환자가 몰려든다. 병원내 엘리베이터는 쇼핑몰의 그것과 진배없었다. 잡아타기가 쉽지 않았다. 이처럼 바쁜 병원일에도 협회장을 맡고 실업팀 창단한 일들에 대해 물었다. 바쁠수록 더 집중이 잘 되어 여러 일을 맡아도 수행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환자가 의사의 스승이듯 테니스 선수가 협회장 일의 가이드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테니스가 좋고 운동선수가 좋다는 것이다. 백승희 회장을 대구퓨처스국제대회(5월 31일~6월 8일)가 열릴 유니버시아드테니스장에서 5월 10일 만났다.악수를 하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백 회장의 거친 손이었다. 세계 1위 라파엘 나달의 손을 연상시켰다.

-엄지손톱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다. 나머지 손가락도 습진에 걸린 것처럼 불그스레하다
=손가락이 갈라지고 피가 나는 데 직업상 이렇게 생긴다. 하는 일 자체가 기계에 노출되고 기계를 이용해 진료한다. 방사선 피폭을 줄이기 위해 납 가운, 특수 고글과 특수장갑을 끼고 일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다. 정확한 시술을 위해서는 ‘C-arm’(이동형 X-선 투시 촬영장치) 이용이 불가피하다.

-병원일이 바쁘다고 들었다
=예전에 주사위주로 치료할 때는 하루에 환자 300~400명을 봤다. 지금은 MRI와 초음파 등을 이용한 진단과 시술 위주여서 하루에 140~160명 정도 치료하고 있다. 병원 전체로는 하루에 찾는 환자가 700~800명쯤 된다. 점심 식사 시간 빼기가 쉽지 않다. 토요일도 오전 9시까지 접수한 환자들만 보고 인터뷰에 시간 맞춰 오는데 4시가 넘었다.

-바쁜 와중에 대구테니스협회장도 맡았다
=지난 18년간 협회를 이끌어 온 김동구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부회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나에게 회장 자리를 맡아달라 부탁했다. 대구팔공산배동호인대회를 하면서 알게 된 협회 박병옥 전무 등과 힘을 합쳐 일을 하게 되었다.
여러가지 일을 하나 하나 신경쓰다보면 집중이 더 잘된다. 여러개를 동시에 하는 것이 시간을 쪼개어 잘 할 수 있는 유형이다. 사람이 일이 없으면 하던 일도 집중이 안된다.

-처음에 테니스를 접한 것은
=경북도체육회 전 사무처장(백장현)을 지낸 선친의 자전거 짐받이에 타고 5살때부터 칠성구락부가 사용하는 대구상고 테니스장을 들락거렸다. 혼자서 벽치기하다가 아버지가 볼을 던져주던 것이 기억난다. 대구 공중보건의 때 테니스를 많이 했다.

-지난해 취임하고 남자실업팀 창단을 하는 등 테니스에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는 오랜 역사속에서 국가대표 최다 배출지역이다. 취임하고 실업팀이 없는 것이 아쉬워 작게 나마 출범시켰다. 순수한 성격의 운동 선수들을 좋아하고 땀이 통하는 정직한 운동 자체를 좋아한다. 협회에 발을 들여놓으니 운동이라는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지만 내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지미 코너스, 비욘 보리, 존 매켄로 등 테니스 스타 경기를 재미있게 본 것이 협회장까지 하게 되었다.

-지난해 인천 전국체전이 끝나고 대구테니스인들 앞에서 큰 약속을 했다
= 인천 전국체전에서 테니스 종목이 종합 4위를 했다. 그때 사명감과 목표를 가지게 됐다. 주말을 이용해 이틀간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응원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선수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계명대가 준우승을 하고, 영남고와 경북여고가 나란히 3위에 올랐다. 식사 자리에서 전임 회장이 18년 했으니까 최소 20년동안 잘 하고 싶다고 공표했다.

▲ 대구시체육회 소속 선수들이 아들같다고 하는 백 회장. 대구시체육회 남자 테니스팀은 박병옥 대구테니스협회 전무를 감독으로 앉히고 올해 대학을 졸업한 배성훈(계명대) 송민석(성결대)으로 선수단을 꾸렸다.백 회장과 시체육회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남자 테니스팀이 탄생했다

-대구 테니스 발전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남자 실업팀을 반석위에 올려놓고 여자실업팀은 2~3년 안에 창단할 계획이다.

-전국에서 기량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 운영하면 주목을 받을텐데
=대구에 실업팀이 없어 다른 지역 실업팀으로 가거나 테니스를 그만 두는 경우가 있다. 실업팀을 운영하고 선수를 대하면서 테니스협회의 운영을 잘 알 수 있다. 환자가 스승이다. 하루 100여명 이상 10여년간 보면 실전의학이 쌓인다. 의사는 정말 낫는 방법을 알게된다. 그렇듯 협회장의 스승은 선수다. 선수와 팀 운영을 통해 테니스를 알아 나가겠다.

-한국테니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 하고 있다. 프로 투어 100위안에 드는 선수가 한명도 없다. 체격은 뒤쳐지지 않는데 성적이 나지 않고 있다
=테니스는 골프, 야구, 축구 등 다른 프로 스포츠로 좋은 재목을 빼앗기고 있다. 두터운 선수층에서 좋은 선수가 나온다. 테니스는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제대로 키우려면 넉넉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운동에서 성공하기가 공부해서 성공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형택 선수 같은 수준의 선수가 100년만에 나왔는데 앞으로 100년을 또 기다려야 안타깝다. 인터넷도 발달하고 중계도 많아 관객들 수준이 높아져 잘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쳐다 보지는 않는다. 한 종목에 천재 하나는 나오는데 조만간 테니스도 나오지 않겠는가. 

백승희 회장은

△1966년 성주 출생 △대구초등-경복중-경원고-경북대 의대(학사)-영남대 의대(석사)-대구가톨릭대 의대(박사)
△주요 수상 내역=2013 저축의 날 대통령 표창, 2013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표창, 2013 대구지체장애인협회 회장 표창 △취미= 테니스, 록밴드 활동(베이스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