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 했다. 무언가 마음을 먹고 실행을 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리라. 호주오픈 취재를 결정하고 나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꽤나 혼자서 속앓이를 했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 혼자 가야 한다는 것과 무언가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야 한다는 의무감이랄까?

호주 날씨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참 애매모호한 날씨다. 햇볕에 나오면 따갑고 그늘에 들어가면 춥다.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왔다 갔다 하는 듯한 상황에 바람까지 있다 보니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잘 익은 사과 같다. 이곳 호주 인들은 날씨에 둔감한 걸까? 아님 내가 민감한 걸까? 정말 더웠던 지난 주엔 그리 뜨거운데도 웃옷을 벗고 햇볕을 즐기고, 제법 쌀쌀한 이번 주에도 별로 춥지 않은 듯 살랑 살랑 가벼운 옷차림이다.

오늘이 9일째. 이제 호주오픈도 7부 능선을 넘고 있다. 많은 선수들과 동반자들이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다. 그 중 가장 큰 이슈는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세레나가 이바노비치에게 패했다는 것과 조코비치가 어제 바브링카에게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는 것이다. 세레나를 물리쳤던 이바노비치도 결국 캐나다의 유진 부샤르에게 자신의 등을 보이고 말았다.

고개 숙인 채 터벅 터벅 걷는 자신의 등을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것은 참 자존심 상하는 일 일 게다. 그러고 보면 테니스는 참 잔인한 경기다. 이유 없이 승부를 보아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우승자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패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어찌 테니스뿐 이겠는가? 대부분의 스포츠를 비롯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정점에는 단 한 사람의 의자밖에 놓여 있지 않은 것을….

이번 호주 오픈의 스타는 이후의 결과와 상관없이 유진 부샤르가 될 듯 하다.

올해 19세의 캐나다 소녀인 유진 부샤르는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에서 우승을 했으며 17세에 우리 한인 여학생인 민은지(그레이스 민)과 함께 윔블던 주니어 복식 우승을 했고 지난 해 18세에는 단식 우승을 했다. 현재 WTA랭킹은 31위로 이번 호주오픈에는 30번 시드를 받고 출전했다.

2013년부터 등장한 그랜드슬램의 성적은 롤랑가로스와 US오픈에서 2라운드, 윔블던에서 3라운드에 오르더니 이번 호주 오픈에서는 4강까지 진출했다. 부샤르는 복식에서 11번시드인 독일의 그뢴펠드조를 이기고 3라운드에 진출했으나 인도의 사니아 미르자 페어에게 졌다.

해마다 우승 트로피를 하나씩 추가하고 있는 유진 부샤르는 5세부터 테니스를 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