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기경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유행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간 테니스는 일찍이 저 멀리 태평양너머 캐나다까지 전해졌다. 1881년 미국에서 US오픈이 열린다는 소식에 같은 해에 캐나다 오픈(Canadian Open)을 개최할 만큼 테니스에 적극적이었던 캐나다였다. 그러나 현재 북미프로하키리그(NHL)에서 뛰는 선수들의 50% 이상이 캐나다 출신 선수들로 채워질 만큼 캐나다 사람들은 하키에 빠져들었고, 테니스는 점점 잊혀져 갔다. 2008년 캐나다의 다니엘 네스터 선수가 복식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Career Grand Slam)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ATP 및 WTA Top 100 명단에 각각 두 명씩의 선수들이 올라있긴 하지만, 여전히 캐나다는 세계 테니스의 변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몇 주전 밀로쉬 라오니치(캐나다/10위/22세)가 약관의 나이로 ATP Top 10에 이름을 올리자 세계가 술렁거렸다. 2008년 프로에 데뷔하여 196cm의 장신에서 내리 꽂는 강력한 서브를 주무기로, 현재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ATP 투어 통산 4승에 누적상금이 30억 원이 넘는 그의 테니스 경로(pathway)를 살펴보자.

전란피해 캐나다로

밀로쉬 라우니치(10위/22세)는 내전이 한창이던 1990년 유고연방공화국의 티토그라드(현재 몬테니그로의 포드고리카)에서 엔지니어였던 아버지 두산(Dusan)과 어머니 베스나(Vesna)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전란을 피해 캐나다의 몬트리얼로 이주하여 9살 때 아버지에게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버지 두산은 코트 사용료가 가장 싼 시간인 아침 이른 시간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 볼 머신을 사용하여 아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쳤다. 테니스를 배운지 약 1년 후인 10살 때 첫 시합에 출전했고, 13살 때 처음으로 주니어 국제대회에 출전했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 이후 착실한 훈련을 거쳐 16세에는 주니어 정상에 올라 캐나다 주니어 대표로 선발되어 2007년 설립된 캐나다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약 3년간 주니어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프로데뷔 3년 만에 100깨고 첫 우승

2008년 프로에 데뷔하여 2010년 4월에는 한국에서 열린 퓨처스(F2,F4) 에서 조민혁, 임용규, 최재원 등 한국선수들을 이기고 두 차례 우승을 했고, 이어 열린 부산오픈 챌린저에서는 1회전에서 일본의 이토 타츠마에게 패했다. 이 때 그의 랭킹은 408위 였다. 몇 달 후 캐나다 테니스협회(Tennis Canada)는 그를 위해 스페인 출신의 갈로 블랑코를 전담코치로 임명했고, 이 때부터 라우니치는 그가 운영하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4 Slam 테니스아카데미’ 에서 프로투어를 겨냥한 본격적인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도 비 시즌(season-off)기간에는 이곳에서 훈련을 한다. 스페인 코치와 함께한 지 3개월 만인 2011년 2월 미국에서 열린 세너제이(San Jose) 대회(ATP 250)에서 감격적인 프로무대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본다. 이 우승은 캐나다 선수로서는 15년 만의 우승이었다. 프로데뷔 후 ATP Top 100에 이름을 올리고, 첫 우승을 하기까지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캠프(Barcelona camp)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0년에만 해도 라우니쉬는 퓨처스와 챌린저무대를 전전하며 ATP 무대로의 진출을 꿈꾸는 다듬어지지 않은 ‘구슬’ 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에서 열린 퓨처스대회에서 임용규, 김현준, 유 다니엘 선수 등 한국선수들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키가 크고(196cm) 서브가 좋았지만 나머지는 다듬어지지 않은 선수였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캐나다 테니스협회(Tennis Canada)에서 붙여준 스페인 코치 갈로 블랑코(Galo Blanco)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블랑코는 ATP Top 40에까지 올랐던 선수출신이며, 피지컬 트레이너, 물리치료사와 함께 팀을 이루어 라우니치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다.

11~12월의 비 시즌(off-season) 기간 중에는 일주일에 6일을 하루 종일 온갖 프로그램으로 채워진 빡빡한 훈련스케줄을 소화한다. 그의 피지컬 트레이너는 5주가 넘는 훈련기간 중 거의 매일 36단계가 넘는 체력훈련 프로그램으로 그의 몸을 만든다. 체력훈련시간의 60%는 15단계의 웨이트트레이닝(weight-training) 프로그램으로 근력(strength)을 기르고, 23%는 저항력훈련(resistance training), 11%는 스피드와 순발력(agility)에, 그리고 나머지 6%는 부상방지를 위한 훈련에 집중한다. 라우니쉬의 팀(team)은 그의 재능을 적재적소에 발휘할 수 있도록 그를 조련했다.

강하기만 했던 그의 스트로크(groundstrokes)는 전략적으로 공간을 공격하게 했고, 오직 파워에만 의존했던 서브도 상대가 받기 힘든 다양한 각도로 구사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블랑코는 “이제 그의 포핸드는 파워와 콘트롤을 겸비했기 때문에 원하는 곳 어디나 공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백핸드는 아직 좀 더 보완해야 해요. 또한 그가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발리(volley)와 리턴게임(return game)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라며 제자의 성장에 흡족해 했고, 라우니치 역시 “이제 정상급 선수들의 수준에 좀 더 근접한 것 같아요. 이대로 훈련을 계속하면 내가 원하는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해요” 라며 스승의 지도방식에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빅맨 테니스(big man tennis)

테니스에서 운동성(mobility)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며, 운동성은 신체 사이즈(size)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키가 너무 작으면 서브에서 충분한 높이에서의 임팩트(impact)가 불가능하고, 네트에서의 도달반경(reach)이 짧아 손해를 본다. 반대로 키가 너무 커도 움직임이 둔해서 코트에서의 원활한 움직임(movement)을 방해한다. 그래서 역대로 50주 이상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한 선수들의 신장은 188cm를 넘지 않았으며, 10주 이상 1위를 유지한 선수들 중 190cm를 넘는 선수들은 없었다. 이런 통계숫자는 키 큰 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빌어먹을(damning)’ 숫자였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이전의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키가 크면서도 놀랄 만큼 빠른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토마스 베르디흐(5위/196cm), 델 포트로(6위/198cm), 밀로쉬 라우니치(10위/196cm), 존 이스너(14위/206cm), 마린 칠리치(19위/198cm) 같은 선수들은 모두 196cm 이상의 신장임에도 놀라운 운동성(mobility)을 과시하며 Top 20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 다섯 선수들은 모두 독특한 스타일의 경기를 한다. 코트 중앙에서의 강한 서브(big serve)후에 게임을 주도하여 짧은 시간에 포인트를 얻는 전략의, 소위 ‘빅맨 테니스(big man tennis)’ 를 하는 것이다. 라우니치는 2012년 서비스게임 승률이 93%로 전체 ATP 선수들 중 1위이며, 올 해도 90%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정상에 오르기 위한 2%

현재까지는 ‘빅맨테니스(big man tennis)’로 정상을 제대로 지킨 선수는 없었다. 라우니치도 아직 정상급 선수들에게 항상 위협이 될만한 무기를 다 갖추지 못했다. 가끔씩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는 있지만, 특정 선수에게는 항상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족한 2%를 채워야 한다. 그라운드 스트로크(groundstrokes)를 좀 더 정교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백핸드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리턴 게임(return game) 승률을 좀 더 높여야 한다. 2012년 리턴게임 승률은 15%에 불과하여 전체 선수들 중 47위에 머물렀고, 2013년 8월 현재는 69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어프로치 타이밍(approach timing)을 비롯한 네트 플레이(net play)의 개선은 자신의 신체적 조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밀

로쉬 라우니치

국적 캐나다
거주 몬테카를로(모나코)
출생 90년 12월 27일, 유고슬라비아 티토그라드
신체조건 196cm
프로입문 2008
플레이 오른손, 양손백핸드
코치 이반 류비치치
총상금 $3,006,227
단식전적 109승61패
우승 4회
최고랭킹 10위(2013년 8월 12일)
그랜드슬램 성적 호주오픈 4회전(2011,2013) US오픈 4회전(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