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서울올림픽 보고서를 들고 있는 가와테 에이치

국제테니스연맹(ITF) 명예부회장이자 일본테니스협회 명예부회장인 가와테 에이치(川廷栄一) 씨가 3일 오전 8시 35분, 심부전으로 오사카시 미야코지마구(大阪市都島区)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효고현(兵庫県) 출신. 자택은 효고현 아시야시 차야노정(芦屋市茶屋之町) 7-2. 장례식 및 영결식은 7일 오후 0시 반부터 효고현 아시야시 하마아시야정(浜芦屋町) 4-21, 크레리아시야홀(クレリ芦屋ホール)에서 열린다. 상주는 부인 도시코(夙子) 씨다.

테니스 카메라맨으로서 해외 대회를 다니며 인맥을 쌓고 81년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ITF 이사로 선출됐다. 91년부터 8년 동안은 ITF 부회장을 역임했고 아시아테니스연맹회장에도 취임했다.

테니스가 올림픽 종목으로 복귀한 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지난해 런던 올림픽까지 7개 대회 연속으로 운영책임자를 맡았으며 지난해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공로상을 수상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장래가 촉망된다며 니시코리 게이(錦織圭) 선수(닛신=日清식품)의 ITF 추천에 의한 출전에 전력투구했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에서는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

가와테씨는 아시아연맹회장시절 우리나라에서 테니스라켓과 볼을 받아  북한에 전달하며 남북한테니스의 가교 역할을 했다. 88올림픽 테니스 책임자를 맡아 훌륭하게 치르자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테니스협회장)으로 부터 항공편 혜택을 받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 테니스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또한 호주오픈이나 윔블던 대회장에서 일본선수의 경기를 보며 격려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었다. 

교도통신의 오비추어리

'일개 카메라맨 출신'이라는 험담도 들었다.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몇 가지 위업이 있다.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첫 한•중 교류를 실현시켜 적대시해 왔던 양국의 관계를 녹이는 데 일조했다. 양국의 국교수립을 위한 실마리를 이끌어 낸 공로자인 것이다.

1984년 데이비스컵. 대진표는 중국이 첫 경기에서 이기면 한국과 맞붙게 짜여져 있었다. 개최는 중국. 북조선(북한) 문제가 현안이었지만, 한국은 88년 서울 올림픽 성공을 위해 중국에서의 교류를 원했고 중국도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교류가 꼭 필요했다. 채널 역할을 맡은 이가 국제테니스연맹(ITF) 이사인 가와테(川廷) 씨였다.

한국을 입국시키면 북조선이 반발할 것이라며 중국은 개최지 변경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한국, 이어서 일본 아니면 홍콩이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모두 거부했다. 그러나, 중국에는 “국제 규칙에 따라 달라”며 동의를 구했다. 예외는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은 결국 개최를 받아 들였다. 스포츠가 정치의 벽을 넘은 것이다.

중국에 입국한 한국은, 대회장에서의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요구했다. 북조선 때문에 중국은 인정할 수 없었다. 한국 측을 설득해 해결한 것은 대회가 개최되기 전날 밤이었다.

“중국이 북조선을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가 국제 규칙이었다. 한국에는 양국의 첫 교류를 한국이 망쳐서야 되겠느냐고 설득했다”며 나중에야 웃는 얼굴로 무대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테니스의 올림픽 복귀에도 힘을 기울였다. 실행 책임자였던 서울 올림픽에서 숨은 이야기가 있다. 선수촌에 들어간 슈테피 그라프 선수(당시 서독)로부터 “잠을 못 자겠다”는 불만이 들어와 호텔과 자동차를 따로 준비했다. 스스로 ‘편애적’임을 인정, “첫 올림픽 우승자는 세계 1인자가 차지했으면 싶었다”고 말했다.

도시샤(同志社)대학에서 테니스 사진에 흥미를 갖게 됐다. 카메라를 들고 해외에 얼굴을 알렸는데 그것이 ITF와 연결됐다. 연맹임원은 유명선수의 명예직이 아닌 국제적 시야를 갖춘 행동력 있는 인물을 필요로 하는 자리. 쓴 소리를 잘해 일본 국내에서 평가가 엇갈리지만, 스포츠가 확대되던 시대의 연출자였다.【교도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