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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의 아름다운 도전2인치의 싸움
이진국 기자  |  jkl@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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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25  23: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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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윔블던(Wimbledon) 이후 테니스 팬들 사이에서 최대의 이슈는 페더러의 ‘새 라켓’ 이다. 샤라포바의 새 코치 선임도 있었고, 힝기스의 복귀소식도 있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들(페이스북 팔로워 1,300만)을 보유하고 있는 페더러가 라켓을 바꿨다는 소식에 다 묻혀 버렸다. 페더러가 라켓을 바꾼 이유와 그 배경을 살펴보자.

   
▲ 벧-앧-홈 오픈(bet-at-home Open)에서 새라켓으로 경기하는 페더러

잇단 이변의 주인공
페더러는 올 해 들어 두 번이나 세계랭킹 100위권 밖의 선수에게 패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다. 첫 번째가 지난 6월 윔블던 2라운드에서 세르지 스타코프스키(우그라이나/116위)에게 졌고, 두 번째가 벧-엗-홈 오픈(bet-at-home Open) 준결승에서 페드리코 델보니스(아르헨티나/114위)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황제 페더러가 특별한 부상이 없는 상태에서 100위 바깥의 선수에게 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기에 본인은 물론 팬들이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페더러가 라켓을 바꾼 시점은 독일에서 열린 벧-엗-홈 오픈에 출전 하면서부터였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가 역력했던 페더러로서는 변화가 필요했고, 라켓이 그 중의 하나였음은 분명하다.


오비이락(烏飛梨落)
사실 페더러가 라켓에 변화를 줄 생각을 한 것은 그리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 본인은 ATP와의 기자회견에서, “그 동안 라켓을 좀 더 큰 것으로 바꿀 생각은 많이 해 왔죠. 하지만, 그때마다 시간이 문제였어요. 그랜드슬램 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저는 항상 8강이나 4강까지는 갔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바꾸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최근 갑자기 10일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죠. 그래서 심각하게 라켓문제를 고민했죠. 윌슨(Wilson)사에서 스위스로 날아왔고,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요” 라고 밝혔다. 결국 윔블던에서 조기탈락 함으로써 새로운 라켓을 테스트 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실행에 옮겼을 뿐인데, 공교롭게도 하위권 선수에게 패하면서 약간의 오해 아닌 오해가 생긴 셈이다. 사실 수년 전부터 많은 전문가(critics)들은 페더러의 라켓 헤드사이즈가 프로선수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작다는 지적을 해왔지만 페더러가 미동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 때는 워낙 성적이 좋았기에 그 어떤 변화도 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성기 때의 라켓
페더러는 프로데뷔 이후로 줄곧 윌슨(Wilson) 라켓만 써 왔고, 헤드 사이즈도 최근 라켓을 바꾸기 전까지 10여 년 이상 탑 프로들 중 가장 작은 크기인 90평방인치를 써 왔지만, 사실은 프로데뷔 후 초창기인 1998~2001년에는 85평방인치를 썼다. 이 라켓은 피터 샘프라스가 자신의 현역시절 주위의 수많은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했던 라켓이기도 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2001년 윔블던 16강전에서 샘프라스는 자신의 주무기를 장착한 페더러에게 패했다는 것이다. 이후 2002년부터 10여 년 동안 사용해 왔던 90평방인치의 라켓은 ATP 250위 이내의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켓 중 가장 작은 사이즈이다. 그 만큼 다루기가 힘든 라켓이라는 뜻이다. 최근 전격적으로 98평인치의 라켓으로 바꾸고, 투어스케줄을 변경하여 추가로 두 개의 대회에 출전하면서 새로운 라켓을 테스트 하고 있으니 그 성공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참고로, 페더러가 전성기 때부터 최근까지 써왔던 BLX Pro Staff 90 의 제원은, 헤드사이즈 90평방인치, 스트링패턴은 16x19, 스트링은 메인은 내추럴 커트(Natural gut), 크로스는 럭실론 알루파워 러프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내구성을 보장하는 폴리스트링을 메인으로 쓰고, 터치감과 콘트롤을 보장하는 천연거트(natural gut)를 크로스로 쓰지만, 페더러는 내구성보다는 터치감과 콘트롤을 택했고, 이것은 스트링이 무제한 공급되는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


새 라켓
현재 페더러가 테스트 중인 새 라켓의 제원에 대해서는 헤드 사이즈가 98평방인치 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도 알려진 것도 없다. 윌슨 라켓 스포츠(Wilson Racquet Sports)의 존 무어 총괄이사에 의하면, 새 라켓은 페더러의 요구사항과 이전의 테스트결과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완성될 때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한다. 또한 페더러가 테스트 중인 라켓을 쓰지 않을 수도 있으며, 디자인이나 색깔 등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또한 테스트 중인 시제품은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윌슨 Blade 98 모델은 아니며, 윌슨 사의 시카고 연구소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2인치의 싸움
7월 25일 현재 ATP 랭킹을 보면, 페더러가 5위로 밀려나고, 다비드 페레르가 3위로 올라서긴 했지만 여전히 팬들에게 ‘빅 4’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 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빅 4’의 라켓 헤드사이즈를 살펴보면 조코비치와 나달이 100평방인치, 머레이와 페더러가 98인치 이다. 당분간 이들 4명의 선수들이 ATP 투어의 피라미드 최 상부에서 다툰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98인치와 100인치의 싸움이 아닌가? 향후 세계테니스의 대세가 98인치가 될지 100인치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다.


재도약을 위한 모험
프로선수들이 라켓을 바꾼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risk)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이며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랜드슬램 14회 우승에 빛나는 피터 샘프라스는 현역시절 자신의 라켓(Wilson Pro Staff 85)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은퇴 후 자신이 새로운 라켓을 시도하지 않은 것을 두고 “현역시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라켓을 받아들였더라면 후반기에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닫혀 있어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라며 후회했다. 조코비치도 2009년 윌슨에서 헤드 라켓으로 바꿨다가 한동안 애를 먹기도 했고, 이 밖에 류비치치나 베르다스코 등 여러 선수들이 라켓을 바꿔서 변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거나,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몇 주 후면 페더러는 32세가 된다. 그랜드슬램 우승만 17회에다, 통산 누적상금도 역대 최고인 약 800억 원이나 된다. 테니스 선수로서 이룰 건 다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물러날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까? 그는 최근의 하락세를 극복할 변화로 새로운 라켓을 선택했다. 그의 도전은 결과에 관계없이 지켜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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