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로부터 지미 코너스, 마리아 샤라포바, 영화배우 샤론 스톤

지난 7월 13일, 세계랭킹 2위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26)가 지난 3년간 함께 해 왔던 코치 토마스 헤그스태트와 결별하고, 새로운 코치로 지미 코너스(미국/60)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토마스 코치는 지난 3년간 샤라포바와 함께 혁혁한 전공(?)을 올린 명장이다.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하고,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Career Grand Slam)을 달성했다.

그런데 샤라포바는 왜 그를 해임하고 지미 코너스를 불렀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와 함께 했던 지난 3년간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는 천적, 세레나 윌리암스와의 전적이 8전 8패였기 때문이다. 세레나와의 8번의 경기에서 샤라포바는 단 한 세트밖에 따내지 못했다. 이쯤 되면 천적도 이런 천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샤라포바가 코치를 바꾼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이룰 것 다 이룬 샤라포바에게 지금 남은 것은 ‘세레나의 벽’을 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왜 하필이면 지미 코너스일까? 그는 그랜드슬램 단식 8회 우승을 포함 통산 109승을 올렸으며, 앤디 로딕을 가르치기도 한 ‘전설’이다. 게다가 거침없고 튀는 성격이어서 비슷한 성격의 샤라포바와는 맞지 않는다는 주위의 우려도 많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맞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용한 성격의 전 코치 토마스가 그녀에게 주로 가르친 것은 참을성과 수비력, 그리고 움직임 등 다소 소극적이지만 내실을 다지는 쪽에 중점을 두었다. 반면 지미 코너스는 현역시절 거침없고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상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로 군림했다. 아마도 샤라포바는 자신의 천적 세레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비책을 전수할 인물로는 지미 코너스 같은 화끈하고, ‘도 아니면 모’ 식의 엣지(edge) 있는 팁을 줄 수 있는 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 한 것이 아닐까?

사실 샤라포바가 앞으로 경쟁해야 할 선수들은 모두 톱 클래스에 속해 있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고, 그런 그룹에 속해있는 선수들간의 실력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샤라포바가 새로운 코치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슨 대단한 기술이나 비결이 아니라 천적 세레나를 만났을 때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팁(tip)’ 이나 ‘전기(momentum)’를 만드는 것이다. 아마도 샤라포바는 앤디 머레이가 그랜드슬램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이반 렌들을 영입하여 성공하는 것을 지켜 보면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이사실 샤라포바와 지미 코너스는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타고난 재능은 충분치 않았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극복했고, 부모와의 끈끈했던 관계를 끊고 외부에서 코치를 구했으며, 테니스외에 자신들만의 사생활 영역을 구축하고 즐겼던 것이다. 향후 두 사람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미션을 어떻게 수행하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