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닉 시너의 도핑 사건은 2024년 US 오픈 직전부터 테니스계 에서 가장 큰 화제 중 하나였다 . 2024년 8월 20일, 테니스계의 세계적인 반도핑 기관인 국제 테니스 윤리기구(ITIA)는 남자 세계 랭킹 1위 시너가 그해 3월 금지 약물인 클로스테볼 양성 반응을 두 번이나 보였다고 발표했다.

또한 ITIA가 소집한 독립 심리에서 시너는 양성 반응에 대해 "과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물리치료사인 움베르토 페라라가 구입한 치료 스프레이에 오염되었다는 그의 설명을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시너의 물리치료사인 지아코모 날디는 시너의 손 베인 상처에 스프레이를 바른 후 등을 마사지하고 발에도 치료제를 발랐다.

시너는 테일러 프리츠를 상대로 우승한 US 오픈 전날 , 그를 세계 1위로 이끈 팀의 일원인 페라라와 날디와 헤어졌다 .

ITIA의 결정 이후 한 달 남짓 만에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과실 없음"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포츠 도핑 분야의 세계적 권위 기관으로서 ITIA보다 상위에 있는 WADA는 그랜드슬램 2관왕에 빛나는 이 선수에게 "1년에서 2년 사이의 자격 정지" 처분을 요구했다.

일주일 후, CAS는 WADA의 항소를 접수했다고 확인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후 CAS는 시너 사건에 대한 WADA 항소 날짜를 2025년 4월 16일과 17일로 정했다.

그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너와 WADA는 사건 해결 합의를 했고, 시너는 3개월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 출장 정지 기간은 2월 9일부터 5월 4일까지였는데, 이는 그가 로마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오픈에서 테니스계에 복귀하기 전까지 4개의 그랜드 슬램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1위 시너는 이탈리아 오픈 톱 시드를 받았다. 그는 1라운드 부전승을 받아 5월 10일에 개막전을 치른다. 그의 상대는 아르헨티나의 마리아노 나보네 또는 또 다른 이탈리아 선수인 페데리코 치나다.

이탈리아 오픈을 앞두고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에서 인터뷰한 시너는 테니스계에 복귀하는 데 두려움이 없지만, 이 대회를 통해 자신의 수준을 시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WADA와의 사건 해결 합의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렇게 하면 CAS 심리에서 더 나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어진다는 점은 받아들였다.

시너는 그의 첫 테니스 대회 복귀 전에 랭킹을 잃었더라도 기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너는 2월 17일 카타르 도하의 ATP 500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그는 그 대회와 3월에 캘리포니아 인디언 웰스와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두 개의 권위 있는 ATP 마스터즈 1,000 대회인 선샤인 더블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 후 그는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와 마드리드 오픈이라는 두 개의 ATP 1,000 대회와 그 사이에 뮌헨에서 열린 500레벨 바이에른 오픈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시너는 2024년 우승했던 마이애미에서 1,000점을, 몬테카를로에서 400점을, 마드리드에서 200점을 잃었다. 또한 2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타이틀 방어전에 불참하여 500점을 잃었다.

그의 랭킹 포인트는 11,830점에서 9,730점으로 떨어졌지만, 경쟁자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그의 공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시너를 추월하기 위해 3개월 동안 2,500점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 동안 방어해야 할 포인트가 900점에 불과했던 즈베레프는 이탈리아 오픈이 시작됨에 따라 시너에게 1,645점 뒤져 있다. 2024년 이탈리아 오픈에서 우승했던 즈베레프는 그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한번 우승해야 한다. 작년에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시너는 이탈리아 수도에서 승리하는 모든 경기에서 포인트를 얻게 된다.

인디언 웰스에서 1,000점을 방어해야했던 알카라스는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고 바르셀로나 오픈 결승에 진출했지만, 세계 랭킹에서는 여전히 시너에 뒤처져 있다.

시너의 두 차례 양성 반응은 모두 2024년 3월에 나왔다. 첫 번째는 3월 10일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BNP 파리바 오픈에서 경기 중 검사를 받았고, 두 번째는 3월 18일 경기 외 검사를 받았다.

클로스테볼은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동독의 국가 주도 도핑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고강도 운동 후 회복 시간을 단축하고 테스토스테론과 유사한 방식으로 근육량을 빠르게 생성하도록 도와준다. 합법적인 용도로는 근육 소모성 질환과 골다공증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특정 치유 크림과 스프레이의 성분이기도 하다.

시너의 시험 샘플은 일반적인 비중을 적용했을 때 3월 10일에 리터당 86피코그램이 함유되었고, 3월 18일에 리터당 76피코그램이 함유되었다.

"선수들에게 의도적으로 약물을 투여했다고 하더라도 투여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미량의 약물은 선수에게 도핑이나 경기력 향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린 ITIA 재판소 위원인 데이비드 코완 교수가 말했다.

ITIA는 시너를 테니스 반도핑 프로그램(TADP) 2.1조와 2.2조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조항들은 "선수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 또는 그 대사산물이나 표지자가 존재하는지"와 "선수가 금지 약물이나 금지 방법을 사용하거나 사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규정한다.

두 조항 모두 2.1.1조의 적용을 받는데, 해당 조항은 "모든 선수는 금지된 물질이 자신의 신체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인적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시너는 자신의 피트니스 코치인 움베르토 페라라가 인디언 웰스에 클로스테볼이 함유된 일반의약품 치료 스프레이(트로포데르민이라는 상품명으로 이탈리아에서 판매 중)를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시너의 물리치료사인 지아코모 날디는 시너의 손을 베인 후 상처 부위에 스프레이를 발랐다. 날디는 시너에게 마사지를 했고, 이로 인해 치유 스프레이의 클로스테볼이 피부로 오염되었다.

ITIA의 조사는 8월 15일, 중재 기관인 스포츠 레졸루션이 감독하는 독립 패널에 의해 종결되었다. 그 심리에서 패널은 시너가 (TADP)의 두 가지 위반에 대해 "과실이 없다"고 판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두 가지 위반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심판소는 위에 설명된 시너의 사건 버전을 받아들였고, 그에 따라 시너가 출전 정지 처분을 받지 않아야 하지만 인디언 웰스대회의 상금, 성적 및 랭킹 포인트를 박탈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과실이 없다'는 것은 도핑 방지 규정 위반 사항을 평가하고 기소하기 위한 ITIA 프레임워크의 일부이며, 선수가 의도적으로 도핑을 하지 않았음을 성공적으로 입증했을 때 고려된다.

시너의 규정 위반에 대한 일반적인 제재는, 만약 그가 의도적으로 도핑을 했다는 것이 입증되면 4년 출장 정지다. 선수가 의도적으로 도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면 2년 출장 정지로 감형된다.

"과실 없음"은 TADP 제10.5조에 따라 2년 금지 기간을 더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을 규정한다.

TADP는 선수가 "금지된 물질을 사용하거나 투여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의심하지 않았으며,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알거나 의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것은 "중대한 과실이나 과실 없음"으로, 선수가 "상황을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과실이나 과실 없음에 대한 기준을 고려할 때 자신의 과실이나 과실이 도핑 방지 규정 위반과 관련하여 중대하지 않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요건이 따른다.

운동선수가 성능 향상 약물에 대해 양성 반응을 보이고, 그것이 반도핑 기관에서 말하는 "부정적 분석 결과"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임시 출전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시너는 클로스테볼 양성 반응이 나올 때마다 임시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러한 임시 출장 정지 처분에 항소할 권리가 있다. ITIA가 소집한 별도의 재판소는 이러한 항소를 신속하게 심리했고, 각 사건에서 시너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시너는 지원팀의 증언과 트레이너가 클로스테볼이 함유된 치유 스프레이를 구매했음을 보여주는 영수증을 제시하며 그의 해명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결정 덕분에 시너는 당국이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ITIA 규정에 따라 최종 심리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검사 결과와 조사 내용은 기밀로 유지된다. 최종 심리 판결은 8월 15일에 이루어졌고, 그 후 ITIA는 사건을 공표했다.

지난해 US 오픈 기간 동안 시너는 양성 반응과 그가 겪은 과정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답했다. 그는 트레이너와 물리치료사를 교체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이 사건이 자신에게 어떤 부담을 주었는지, 그리고 이 과정이 끝났을 때 어떤 안도감을 느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WADA가 CAS에 이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발표한 후, 그는 다음과 같이 의견을 냈다.
"독립적인 판사들이 나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라고 판결한 후 WADA가 내 ITIA 심리 결과에 항소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했다.
지난 몇 달 동안, 그리고 이 과정 전반에 걸쳐 각 사건에 대해 세 차례의 심리가 진행되어 제 무죄를 확인했다. 몇 달간의 심문과 조사 끝에 세 명의 고위 판사가 공식 심리를 통해 모든 세부 사항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들은 명확한 증거와 제 협조를 바탕으로 제가 무죄라고 판단한 이유를 설명하는 심층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탄탄한 절차 덕분에 ITIA와 이탈리아 반도핑 당국은 이를 수용하고 항소권을 포기했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스포츠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안들이 철저히 조사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세 명의 다른 판사들에게 동일한 사실과 서류를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숨길 것이 없으며, 여름 내내 그래왔듯이 항소 절차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제 무죄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CAS가 항소 심리 날짜를 확정하기 직전인 2025년 호주 오픈에서 시너는 항소 심리가 언제 열릴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항소가 언제 열릴지 기다리는 것이 자신에게 무거운 짐이 되었다고 인정했다.

다른 테니스 선수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플레이어의 반응은 매우 다양했다.

호주의 닉 키리오스는 시너가 2년간 자동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랭킹 1위인 시너가 특별 대우를 받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선수들이 임시 출장 정지 처분에 대한 항소를 제기하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시너의 항소는 몇 주 만에 처리되었고,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데니스 샤포발로프는 양성 판정 소식이 나온 후 트위터에 "선수마다 규칙이 다르다"고 올렸다.

샤포발로프는 이후 테니스 메이저스 웹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은 시너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ITIA가 시너에게 부여한 것과 같은 의심의 여지와 신속한 조치를 다른 선수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반도핑 절차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중에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 오염으로 인해 반도핑 규정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진 영국 선수 타라 무어와 그녀의 동료 리암 브로디도 이에 동참했다.

브로디는 "시너가 도핑을 했든 안 했든, 이건 옳지 않다" 며 "많은 선수들이 같은 일을 겪고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몇 달 또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박 조코비치가 이끄는 프로테니스선수협회(PTPA)는 협회에 보낸 서한에서 ITIA의 절차가 "파손되었다"고 규정했으며, ATP와 WTA 투어, 4개 그랜드슬램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ITIA는 "현재 ITIA 조사관들은 규정에 따라, 존중심을 가지고,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여 일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라고 밝혔다.

ITIA와 시너 측은 시너의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된 것은 모두가 클로스테볼 오염의 원인을 즉시 알고 있었고, 필요한 확실한 증거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계 1위인 시너가 이 상황에서 다른 당사자들보다 더 효과적인 법적 자원을 더 빨리 동원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가 그렇게 한 과정은 정상적인 ITIA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다.

ITIA는 2024년 10월 17일에 발표한 반도핑 및 반부패 절차에 대한 분기 보고서에서 "반도핑 사건에 대한 사례 관리 절차는 복잡하며, 결과의 차이 또는 절차의 인식된 불일치를 이해하는 것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사건 처리 방식은 관련 선수의 프로필과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다. 사건의 전개 방식은 해당 사건의 고유한 상황, 사실, 그리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결정된다."

WADA는 두 가지 위반 사항에 대해 "과실 없음"이라는 판결을 내린 독립 재판소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WADA는 " '과실없음' 판정은 적용 가능한 규정에 따라 옳지 않다는 것이 WADA의 견해"라고 밝혔다. 따라서 WADA는 1년 또는 2년의 출전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원판결에 따라 인디언 웰스 경기 외에는 어떠한 결과도 실격 처리되지는 않았다.

ITIA와 마찬가지로 WADA는 시너가 고의로 도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년 또는 2년의 출전 정지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최종 판정을 "과실 없음"에서 "중대한 과실 또는 과실 없음"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만약 WADA의 항소가 성공했다면 시너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최대 2년 동안 프로 테니스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되어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딸 기회를 잃게 된다. 출장 정지는 그의 명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시너는 23세이므로 출장 정지 후에도 발전할 시간은 있겠지만, 그의 선수 생활에서 전성기였던 2년을 놓친다는 것은 그에게 얼마나 큰 타격이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어떻게 보든, 테니스계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남자 선수가 도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은 테니스가 신뢰를 잃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너의 체내 클로스테볼 수치가 그에게 큰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라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문제가 길어질수록 테니스계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며, 모두가 신속한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시너가 테니스계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기간 동안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리기로 한 결의안은, 비록 그 절차가 반도핑 규정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불평등이 있다고 느끼는 선수들의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기 힘들다.

과거 도핑에 걸린 선수에 대해 선수들사이에서 내색은 안하지만 불편한 관계를 만들었다. 평생 도핑 걸린 선수로 낙인이 찍혀 다닌다. 시너로서는 편하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