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한 필리핀의 알렉산드라 이알라는 준결승에서 세계 4위, 서른살 경험 풍부한 제시카 페굴라에게 패하면서 신데렐라 우승 스토리는 조기에 끝났다.

세계 70위에 오른 이알라는 이후 마스터스 WTA1000 대회보다 낮은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거기서도 멋진 경기력을 보일까. 조금은 회의적이다.

플로리다 마이애미 가든스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1만여 관중이 보는 가운데 야간 경기에서 두려울 것이 없는 스윙과 포기할 줄 모르는 달리기와 다양한 샷이 다음 작은 경기장에서도 나올까.

마이애미 오픈에서 알렉산드라 이알라가 그랜드슬램 우승자 상대로 보여준 놀라운 활약은  상상 이상이었다. 큰 물에서 노는 것이 익숙해 보였다.

이알라는 준결승에서 6-7<3> 7-5 3-6으로 패했지만 1세트는 크게 앞서다 뒤집혔고 2세트는 다 지다가 따냈다.

결승에 오른 페굴라는 "정말 정말 피곤하다"며 "(이알라)는 공을 매우 일찍 잡고, 각도를 정말 잘 활용하고, 포핸드 다운더라인을 정말 잘 활용하고, 경기중에 코트를 넓게 본다"고 말했다. 페굴라는 이알라의 플레이 스타일이 높이 높이 올라가게 할 것으로 보았다.

이알라는 27일 목요일 밤 하드 록 스타디움에서 또 다른 이해하기 힘든 이변을 거의 만들어냈다.

13살에 필리핀의 가족 품을 떠나 스페인 마요르카 라파엘 나달의 아카데미에서 학교를 다니고 훈련해 3년 전 US오픈 주니어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5년 5월생인 이알라는 14살때인 2020년 3월 2일 프로대회에 처음 출전해 1-6 7-6<6> 3-2 에서 나디아 에체베리아 알람(미국)에 기권승을 거뒀다. 당시 이알라의 랭킹은 없었다.

그 이후로 이알라는 꾸준히 상승해 첫 번째 풀타임 시즌인 2023년에 205위로 마쳤고 두 번째 시즌인 2024년은 137위로 마쳤다. 오를 일만 남은 시기였다. 이알라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조기 프로 입문이 답인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올해 목표는 상위 100위 안에 드는 것이었다. 코치진도 예상했지만 마이애미 대회에 신들린 플레이를 하며 너무 일찍 100위안에 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알라는 마이애미대회에 앞서 출전한 슬로바키아 WTA도 아닌 ITF W75대회 2회전에서 164위 셀린 네프에게 6-4 2-6 3-6으로 졌기에 마이애미 대활약을 예상 못한 것이다. 코치들은 갑자기 서브가 잘 들어가거나 새롭고 강력한 플레이 스타일이 구축된 것도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가 딱 들어맞았다. 모든 하이레벨 프로들이 성공의 사다리를 탈때 한 경험을 이알라가 한 것이다. 성공한 프로들은 어느 누구도 그런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일이 그때 왜 일어나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10위권 선수도 져서는 안 될 때 진 경우도 있다. 테니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 특히 여자 테니스에선 빈번히 일어난다. 좋은 경기를 하다가 갑자기 좋지 않은 경기도 할 수 있다. 이알라는 좋은 경기를 갑자기 하게 됐고 이알라가 만난 그랜드슬램 우승 선수들은 좋지 않은 경기를 갑자기 하게 된 것이다.

이알라는 "코트에서의 감정, 자신감, 의지, 추진력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대진표를 보니 스타들이 줄줄이 내 앞에 있었다. 한번 이겨도 다음에 스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앞으로도 스타들이 내 길에 줄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첫서브를 놓친 상대를 두고 베이스라인 안쪽으로 들어가 자신의 몸으로 날라오는 두번째 서브를 볼 떠지듯 쳤다. 아웃이 되도 상관없고 네트에 걸려도 개의치 않았다. 상대의 세컨드 서브를 노려라 하는 테니스의 기본을 실천했을 뿐이다.

코치나 선수는 강한 상대를 만나면 무조건 열심히 뛰겠다고 말하는데 이알라는 매 경기 그렇게 실천했다.

페굴라와의 준결승에서 이알라는 정말 좌우로 앞뒤로 열심히 뛰었다. 상대는 질려했다. 무릎을 바짝 구부리고 자세를 낮춰 '앉아 쏴'식의 플랫 스트로크는 네트 넘어 상대 코트에 깔렸다. 상대는 처리가 곤란했다. 평소 치던 볼이 오지 않은 것이라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이알라는 드롭 샷, 드라이브 발리, 까다로운 왼손 슬라이스 서브 등 갖출 것을 다 갖춰 큰 코트에서 큰 상대에게 맹폭했다.

그 기술이 어느 때보다 잘 어우러진 셈이다.

생각이 빠르고, 매우 공격적인 스타일의 이알라는 베이스라인 가까이 붙어 공격을 하면서도 축구 골키퍼가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고 상대 볼을 막아내듯 자기 자리를 잘 지켰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코트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다 쓴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큰 일을 낼 선수로 생각하게 했다. 만약 마이애미 활약이 우연이고 행운이었다면 그녀의 다음 대회는 그녀의 진면목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테니스 최상위 레벨에서 5연승을 거둔 이알라의 다음 토너먼트가 기다려진다. 며칠만 기다리면 된다. 이알라가 US오픈한 에마 라두카누와 준우승한 라일라 페르난데스처럼 잠시 다른 실력자들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왼손 스핀, 빠른 속도, 일찍 공을 받는 능력, 그리고 각도를 내는 한 지속적으로 상위 50위 안에 들며 그랜드슬램 우승자 킬러로 자리잡지 않을까.

테니스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멘탈, 신체적 능력, 경기 운영 능력 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특히 주니어 시절에 프로 무대를 조기에 경험하는 것은 선수의 성장과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프로 테니스와 주니어 테니스는 경기 속도, 피지컬, 전술적인 수준에서 큰 차이가 있다.
주니어 시절부터 프로 대회를 경험하면 프로 투어의 경기 리듬과 강도에 익숙해질 수 있다.
큰 경기장에서의 압박감과 긴장감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경기 운영 능력을 조기에 습득할 수 있다.

프로 무대는 주니어 대회보다 심리적인 압박감과 경쟁 강도가 훨씬 높다.
어린 나이에 프로 대회에서 뛰면 경기 중 중요한 순간을 견디는 멘탈이 빠르게 성장한다.
프로 선수들과의 경기 경험을 통해 스스로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된다.

주니어 대회에서는 유사한 수준의 선수들과 경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과 맞붙게 된다.
프로 대회에서 경험을 쌓으면 서브 앤 발리, 강한 톱스핀, 플랫 샷 등의 다양한 전략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여러 스타일의 선수와의 경기 경험이 쌓이면 경기 중 유연하게 전략을 변경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프로 대회에서 성적을 내면 ATP/WTA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어 상위 대회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조기에 프로 경험을 쌓으면 챌린저, 250·500·1000시리즈 등 상위 대회로의 진입이 빨라질 수 있다.
높은 랭킹을 유지하면 그랜드슬램 예선 또는 본선 직행 티켓을 받을 수 있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