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현상 하이서울대회 토너먼트 디렉터. 마포고 감독이자 교사다. 중고연맹 회장이자 중고테니스대부인 마포고 양갑석 감독의 제자로 마포중-고-충남대를 거쳐 양 감독의 주선으로 마포고에 자리를 잡아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너털웃음이 인상적이다. 국제대회라 영어가 필요한데 영어 잘하는 제자들을 데스크에 놓고 아무 불편없이 대회를 치렀다. 대회 2주전 예산이 확정되고 집행 결정이 나서 대회 치르기전 노심초사했다. 왜 서울에서 대회를 해야하느냐에 대해 서울이 도쿄 베이징에 비해 뒤질 것이 무어냐며 설득했다. 우리선수들 외국 나가면 돈 많이 쓴다. 국내에서 특히 서울에서 하면 큰 돈 안들이고 선수들이 점수를 획득한다. 그러면 그 선수들이 국제적으로 나가 국위선양을 하는 것이고 세금 제대로 쓰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고 한다. 통했다. 주 감독은 이것으로 출발해 도쿄 베이징에 뒤지지 않는 대회를 만들자는 것이 꿈이다. 테니스계 새로운 '주감독'이 등장한 것 같다. 주감독이 보살피는 마포중고는 정현 아버지 정석진 감독이 있는 삼일공고에 이어 학교에 전문 트레이너를 둘 정도로 테니스 선수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아는 지도자다. 국제대회 운영도 학교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인상을 준다

프로 테니스 선수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점수다. 소위 말해 랭킹 포인트. 고등학생 나이에 성인국제무대의 가장 낮은 단계인 1만불짜리 퓨처스와 서키트를 돌며 투어무대를 가기위한 발판인 랭킹포인트를 마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퓨처스에서 1점을 따려면 보통 1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점수가 하나도 없는 선수가 인도와 파키스탄, 동남아, 멀리는 아프리카까지 가서 예선 출전을 대기하고 있다가 대회 개최국 선수가 없어 자리가 나면 예선 드로에 들어가 경기를 한다. 예선 3경기를 다 이기고 본선에 진출하면 본선에서 사냥감 노리는 시드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예선 통과자를 냉큼 잡아 드신다. 예선 통과자는 본선 1회전을 이겨야 1점을 따는데 말이다.

그러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야간 버스 집어타고, 말도 안통하는 나라에서 기차 타고 터벅터벅 다음 대회에 가야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이러기를 6개월 이상해야 퓨처스 무대에서 이기는 법을 알고, 버티는 법을 알아나간다. 그래서 비로소 1점을 딸 수도 있다. 이때까지 비행기와 숙박, 먹는 것, 대회 참가비 등을 내고 스트링 수리비들고 세탁비 들고 해서 합쳐보면 대략 1억원이다. 어떤 선수는 2년을 돌고도 1점을 따지 못해 퓨처스 1점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고로 퓨처스 선수에게 1점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1점만 있으면 전세계 어느 대회든 신청이 가능하고 퓨처스는 당연히 출전하게 된다. 그래서 프로 선수에게 1점은 전세계 어디나 갈수 있는 여권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선수들을 위해 서울에서 대회가 열렸다. 소위 하이서울 퓨처스, 서키트. 지난 2주간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렸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대회에서 얻은 점수는 총 118점(남녀 2차 대회 결승 결과 이전까지 합계). 1점이 1억원이라면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총 118억원을 벌게 한 대회가 되었다.

서울시테니스협회 전무이사를 맡고 있고 마포고등학교 테니스부 감독인 주현상 대회 토너먼트 디렉터가 이 일을 해냈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받아 118억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국제대회 운영이 처음인 주현상 토너먼트 디렉터는 "처음에 어리둥절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2차대회까지 치르면서 감을 잡았다"며 "우리 선수들이 잘해 줘서 고생한 보람이 난다"고 소감을 털어 놓았다.

그렇다. 우리나라 선수 33명(누적인원)이 최소 118점을 얻어냈다.

고등학생 유망주 정현의 경우 1차 4강 8점 2차 결승진출 15점을 확보해 적어도 23점을 서울 2주간 대회에서 획득했다. 주니어 홍성찬, 이덕희 ,박상희 그리고 김재환 송민규 정기수 등도 1점을 확보해 앞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신청 자격은 물론 추가 점수 획득의 기회를 잡았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려면 숙박비와 교통비 포함해 보통 한 대회에 50만원 정도 소요된다. 일본 중국 퓨처스 서키트만 출전하려면 300~500만원 드는 것을 감안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투자 비용인 셈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고양 창원 김천 등에서 열리는 퓨처스 대회는 사실상 우리 선수들에게 안방에서 큰 비용 줄여가며 국제무대 발판을 위한 무대가 된다. 애국하는 길인셈이다. 개인 선수나 팀의 외화를 크게 줄여주는 것이다. 물론 대회하느라 비용은 들지만.

아무튼 서울시테니스협회가 주관한 하이서울 국제퓨처스 서키트 대회는 홍보만 좀 부족해 관중이 적었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특히 삼성증권에서 있다가 인천시청으로 팀을 옮겨 운동을 하던 한나래는 처음으로 1만5천불 단식 결승에 오르는 기회도 잡았다.

세계 1위 조코비치가 1만 3천점있고 100위정도면 540점 정도가 있어야 한다. 모든 대회에 다 출전할수 있는 100위안에 드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조코비치도 퓨처스와 챌린저를 돌다가 투어와 그랜드슬램에 진출한 경우다. 우리 선수들도 하이서울 퓨처스 서키트를 발판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착실하게 점수를 모아 100위안에 들면 좋겠다. 필자는 수년전부터 우리나라에 퓨처스 30개 서키트 30개 챌린저 10개씩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제 두자릿수 대회로 접어들었다. 터키는 매주 서키트 퓨처스가 열려 1년에 50개씩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는 일단 퓨처스 30개 서키트 30개 그리고 챌린저 10개를 만들 능력이 충분하다. 100위이내 투어선수 배출에는 자국의 작은 대회가 보약이다. 이번 하이서울대회가 그것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 2차 퓨처스 대진

▲ 서울 퓨처스 서키트 우리나라 선수들 득점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