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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패션 스타일로 빚어낸 ‘테니스의 품격’호주오픈 유니폼 공급, 폴로 랄프 로렌
오룡(오늘의 코멘터리 편집주간)  |  tennis@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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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2.12  22: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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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의 사나이’였다.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이 노박 조코비치의 10번째 우승 소식과 함께 막을 내렸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코로나 백신 문제로 비자가 취소됐던 곤욕을 최다 우승 갱신으로 보란 듯이 되치기했다.

이번 호주오픈은 암울했던 2년간의 팬데믹 터널을 빠져 나와 호주 대표 스포츠 이벤트로 풍성한 제 모습을 되찾았다. 눌렸던 팬들의 욕구가 분출해서인지 사상 최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올해 관중 수는 90만2312명으로 팬데믹으로 경기장 입장이 제한됐던 2021년(13만374명)의 7배에 달했다. 지난해 관중 수는 34만6468명이었다.
 

대회장인 멜버른 올림픽파크는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테니스와 각종 페스티벌, 행사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호주인들의 테니스 사랑은 각별하다. 호주오픈이 열리는 1월 내내 온 나라가 테니스로 들썩인다. 직관이 아니라도 TV, 전광판 화면 어디든 테니스 비주얼이 넘쳐난다.
 
호주오픈 경기장에서 품격 있는 테니스 룩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en)이 책임졌다. 어느 대회든 선수들은 다양한 경기복을 입지만 코트의 일원인 심판과 스태프는 테니스 특유의 단정한 유니폼을 착용한다. 이 유니폼 공급자가 바로 랄프 로렌이다.
 
랄프 로렌은 올해 디자인을 산뜻하게 바꾼 ‘AO23 콜렉션’ 유니폼을 심판·스태프 4000여 명에게 제공했다. 심판은 감청색 재킷에 크림색 바지, 경기보조원은 네이비와 하늘색이 엇갈린 폴로셔츠에 스커트 또는 반바지, 스태프는 네이비 재킷과 바지 유니폼을 선보였다. 유니폼 외 랄프 로렌 로고가 새겨진 타월, 헤드기어, 액세서리 등도 내놓았다.
 
   
 

 

경기장 내 브랜드 존재감은 22년째 호주오픈 터줏대감 메이저 스폰서를 맡고 있는 기아차 다음이라 할만했다. 새 유니폼은 세련된 디자인뿐 아니라 최첨단 흡습속건, 자외선차단 기능성 소재를 사용했다. 특히 친환경 산업 추세에 발맞춰 재활용 폴리에스터, 나일론, 면 등을 대폭 활용했다고 랄프 로렌측은 밝혔다.
 
랄프 로렌은 2021년 호주오픈 스폰서가 된 이래 3년째 의류공급을 맡아왔다. 올해는 대회 기간 중 로드 레이버 아레나 테라스에 팝업 스토어를 만들어 호주오픈 콜레션을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했다. 이곳에선 셔츠에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새겨 넣는 등 주문제작을 펼쳐 인기를 끌었다.
 
랄프 로렌은 앞서 2006년 윔블던의 의류공급 파트너로 입성했다. 드레스코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테니스 종가의 품위 유지에 한 축을 맡게 된 것이다. 미국 패션업체로 품격의 영국신사 본산에 진출했다는 의미도 있다. 랄프 로렌이 기라성 같은 스포츠 브랜드를 제치고 테니스 본령에 뿌리 내린 저력을 이해하려면 그 연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평범함에 새로운 감각 부여
 
랄프 로렌은 미국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1967년 만든 패션 브랜드다. 정식 회사명은 ‘폴로 랄프 로렌 코퍼레이션’이다. 로렌은 1939년 뉴욕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저명한 랍비를 여럿 배출했고 인종적으로도 주류이자 상류층인 아쉬케나지에 속하는 ‘골수’ 유대인 집안이다. 본래 성은 리프시츠(Lifshitz)였으나 유년시절 놀림거리가 돼 로렌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는 경영학을 공부하러 뉴욕시립대에 진학했으나 이내 자퇴했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낫겠다고 마음먹고 넥타이 제조업체에 취직했다. 그는 좁은 넥타이가 유행하던 시절 넓고 두꺼운 직물원단에 화려한 수를 놓은 넥타이를 디자인했다. 이후 직접 회사를 차려 ‘폴로’ 상표를 붙여 팔기 시작했다.
 
그의 넥타이는 뉴요커들에게 선풍을 일으키며 1960년대 말 패션 트렌드를 바꿨다. 이에 고무된 로렌은 아이비리그 스타일로 불린 남성복으로 영역을 넓혔다. 뉴욕 블루밍데일즈백화점에 첫 브티크를 내고 여성복 시장에도 진출했다. 1971년엔 말 위에서 채를 들고 공을 치는 모습이 새겨진 폴로 로고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른 브랜드보다 커 보이는 이 로고는 아메리칸 패션 스타일을 대변하는 부와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폴로 브랜드가 성공하자 같은 ‘폴로’ 상표를 사용해온 업체와 분쟁이 생겼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뒤에 붙인 ‘폴로 랄프 로렌’이란 브랜드와 상호를 쓰게 됐다.
 
테니스 경기복의 전형인 폴로 셔츠는 라코스테가 원조다. 그런데 라코스테는 3가지 색상, 폴리에스테르-면 혼방 소재로만 출시됐다. 로렌은 24개 색상의 다양한 폴로 니트 셔츠를 내놓아 오늘날까지 전통 아이템으로 남아 있다. 로렌의 성공비결은 이처럼 평범함에 새로움 감각을 부여하는 비범한 능력에 있었다.
 
영화를 유난히 좋아한 그에게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1974년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의상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개츠비 역 로버트 레드포드가 입은 핑크 슈트를 포함해 영화용 의상 상당수를 로렌이 제작했다. ‘개츠비 룩’은 미국 패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를 계기로 로렌은 가장 미국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랄프 로렌은 1981년 영국 런던에 첫 해외 매장을 낸 데 이어 파리, 밀라노, 도쿄 등 패션 중심지에 진출했다. 사업영역도 아동복, 액세서리, 향수, 침구류까지 넓혔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최고 패션가인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있다. 1990년대 들어 스포츠 의류에 집중 투자했다. 2008년, 2012년 올림픽 미국대표팀 유니폼을 디자인해 미국의 이미지를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렌은 패션 디자이너 중 가장 성공한 사업가로 꼽힌다. 추정자산 69억 달러(약 8조4400억 원)에 골동품, 희귀 자동차, 대저택 등을 소유한 글로벌 기업 오너이자 사회저명인사로 여전히 활동 중이다. 1987년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암 치료지원 재단을 설립하고 각종 자선사업에 나서고 있다.
 
<테니스피플> 225호 18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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