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되찾아 올 겁니다."

대한테니스협회 전영대(52) 부회장의 각오가 대단했다. 전 부회장은 태국 방콕에서 지난 1일 개막한 2012 토요타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 남녀 각각 2명씩 4명의 선수를 데리고 참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07년 우즈베키스탄 개최를 끝으로 5년 만에 부활했다. 예전에는 아시아 테니스 최강자를 가리는 명성있는 대회로 각광받다 편파판정 시비, 스폰서 구하기 난항 등으로 잠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 세계 테니스계를 이끄는 실력자들이 꾸준히 배출됨에 따라 부활했다.

비시즌에 하는 탓에 일본 간판 니시코리 게이(19위), 대만 간판 루엔순(59위), 중국 여자테니스 간판 리나(7위) 등이 참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참가자들 대다수가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 아시안게임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협회는 한국 남녀 테니스 랭킹 1·2위인 정석영(366위), 남현우(608위), 한성희(308위), 이소라(407위) 등을 참가시켰다.

한국 테니스는 간판 이형택의 은퇴 이후 대형스타의 부재로 변방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처음으로 '노 골드' 수모를 당했다. 남녀 복식에서 공동 3위에 주어지는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무리해 테니스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전 부회장은 "현재는 아직 일본, 중국 등에 비해 랭킹도 낮고 부족한 점이 있지만 2년 후에는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선택과 집중'으로 아시아를 제패할 계획이다. 전 부회장은 "모든 선수들에게 지원하기보다는 비록 랭킹은 낮아도 2년 후에 성장 가능성이 큰 3~4명을 집중 지원할 생각"이라며 "다수에게 지원하면 한 명의 스타도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기대하는 건 남자 선수들이다. 최근 한국 남자테니스에는 걸출한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주니어 육성팀이 구성되면서 10대 중후반 선수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그 중 정현(16)은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세계랭킹이 1년 만에 300위권에서 14위로 뛰어 올린 기대주다. 2년 후에는 기량이 한껏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정석영(19)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다. 2년 후에는 만 21살로 실력이 절정에 오를 때다.

협회는 금메달을 위해서는 이 선수들을 해외 투어에 보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윤용일(39) 남자테니스 국가대표 감독은 "아시아 정상급 선수들은 1년에 30개 정도 해외 투어를 다니며 실력을 배가시킨다"며 "자꾸 외국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실력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투어를 많이 다니면서 포인트를 쌓아 랭킹을 100위대까지 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시드를 확보해 니시코리 게이, 루엔순 등 상위 랭커들을 4강 정도에서 만나 대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회전에서 힘을 쏟지 않고 4강 이상의 중요 경기에 전력을 다한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계산이다. 이에 협회는 내년에는 상위 랭커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규모있는 대회 10여개를 국내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방콕(태국)=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