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결과

대만전 수확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지역 1그룹 1차전, 한국과 대만전이 2012년 2월 10일부터 사흘간 경북 김천 종합스포츠타운 실내테니스장에서 열렸다.

이번 대만전 최대 수확은 정석영(건국대 입학 예정, 한솔 후원)의 차세대 주자 예약과 임용규(명지대,한솔테크닉스)의 에이스 굳히기 그리고 2011년부터 대표팀 사령탑 맡은 윤용일 감독의 4연승 지도력을 꼽을 수 있다.

정석영을 눈 여겨 봐야 할 두가지 이유
이번 대회 최대의 수확은 정석영이었다.
임용규가 1차전을 힘겹게 이긴 후, 대표팀의 막내 정석영(19)이 2차전을 위해 코트에 나섰을 때만 해도, 한국팀은 첫 날 목표였던 1승을 이미 챙긴 터라 느긋한 분위기였다.
정석영의 상대인 대만의 에이스 양충화의 랭킹이 그보다 무려 600여단계이상 높은 177위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석영은 3P(Power/Placement/Percentage)를 고루 갖춘 서브로 상대를 주눅들게 한 후, 안 정적이고 강한 백핸드로 좌우로 흔들어 놓고는, 스커드미사일과 같은 포핸드로 목표물을 여지 없이 명중시켜 대만의 에이스를 잡는 이변의 주인공이 되면서 한국테니스의 희망으로 떠 올랐다.

▲ 정석영의 리턴준비

경기 내내 그는 나이답지 않게 신중했고, 영리했으며, 과감했다. 수세에 몰렸을 때는 템포와 리듬을 바꿔가며 위기를 모면 한 다음, 조그마한 빈 틈이라도 생기면 과감하고, 확신에 찬 샷으로 마무리를 했던 것이다.

실제로 30:40로 몰리고 있을 때에도 과감한 네트플레이로 위기를 모면 한 후 상대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하기도 했다. 그의 양손백핸드는 견고하기 그지 없었고, 강하고 정교한 포핸드는 스커드미사일을 연상케 했다.경기를 지켜 본 제라드 샌들러(김천대 교수)씨는 “와우, 어린 선수가 대단하네요! 서브가 강하고 다른 한국선수들과는 달리 무척 공격적이고 영리해요! 두고 보세요. 앞으로 한국의 조코비치가 될 겁니다. 볼을 치는 스타일도 비슷하잖아요” 라며 감탄했다.

정석영을 주목해야 할 첫번째 이유는 멘탈이다.
이번 대회 분수령인 3세트 1-2에서 정석영은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키고 상대 서비스게임을 잡아 전체 선수단의 흐름을 잡아냈다.

두번째 이유는 과감하면서도 안정된 스트로크다.
정석영은 여러 차례의 긴 랠리에서도 강하면서도 정교함을 갖춘 스트로크로 톱스핀이 많이 걸리는 타법을 구사하는 양충화를 압도했다.
정석영,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진화할지 기대된다.
기회는 주어져야 하고 찬스를 살려야 하는 것이 19살 정석영의 과제로 남았다. 우리나라 테니스 책임있는 사람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정석영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임용규 에이스 굳히기
입장식과 국민의례를 마치고 한국의 임용규(20)와 대만의 첸 티(23)가 첫 단식에서 맞붙었다. 첫 세트, 서브에이스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첸 티에 날카로운 앵글 샷으로 응수하는 임용규의 플레이 스타일은 전형적인 베이스라이너였다. 이에 반해 대만의 첸티는 드롭샷과 과감한 네트플레이로 전술적 다양성을 과시하며 1, 2세트를 연달아 가져가며 승리를 굳히는 듯 했다.

▲ 임용규 백핸드

그러나, 첸 티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경기내용은 일방적이 아니었고, 승부의 중요한 고비에서 첸 티의 좀 더 공격적이고 다양한 시도가 효과를 본 것 일 뿐, 두 선수가 기술적인 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미 두 세트를 잃은 임용규가 3세트에 들어서자 확연히 달라졌다.

더 이상 잃을게 없다고 생각 했는지, 강하고 깊은 포핸드로 첸티를 코트 좌우로 몰아세우며 3세트를 6-1로 가져오더니, 4세트에서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첸티의 공격적이고 다양한 전술적 시도를 이미 1,2세트에서 경험한 학습효과로 6-3으로 일축하며 4세트까지 가져왔다. 마지막 5세트, 이제 두 선수 모두 더 이상 물러 날 곳은 없었다.

첸 티가 심기일전 하려는 듯 라켓을 바꾸더니 센터 깊숙한 곳에다 강서브로 꽂아 넣었는데 에이스인 줄 알았던 그가 심판이 폴트를 선언하자, ‘No way!’ 라고 고함치며 네트로 달려가서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하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자, 두 번째 서브도 실패하여 더블폴트를 기록하며 흔들리나 싶더니 이내 냉정을 되찾으며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켰다.

이후 서로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키며 팽팽한 균형을 이루는가 싶더니 임용규가 먼저 첸티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함과 동시에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면서 4-2가 되어 균형이 깨졌다. 다급해진 첸 티의 무모한 공격과 실수가 이어지면서 경기는 임용규 쪽으로 기울어갔고, 4시간 10분여에 승부가 났다.

한 관람객은 “우리 선수들이 옛날과 비교하면, 체력은 많이 좋아 진 것 같은데, 플레이 스타일이 좀 단조로운 듯 하고, 상대에게 끌려 다니는 것 같아서 좀 답답했다”라며 아쉬워했다. 임용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경기가 안 풀릴 때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임용규가 당장 올해 목표인 150위를 달성하고, 나아가 100위권 내의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려면, 상대의 전술에 따라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전술에 대처하도록 경기를 주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톱랭커 세계로 올라갈수록 지고 있던 게임을 뒤집을 확률이 점점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 엔트리. 왼쪽부터 윤용일 감독, 조민혁, 설재민, 정석영, 임용규

윤용일 감독 지도력 입증
윤용일 감독은 대만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최소 1그룹 잔류를 확정했다. 윤 감독은 지난해 2그룹 국가인 시리아 파키스탄, 태국과의 경기를 모조리 승리하면서 사령탑 맡은 지 1년도 채 안돼 우리나라 대표팀을 1그룹으로 복귀시켰다. 윤 감독은 협회의 대표 선발전 결과로 뽑힌 선수단을 지혜롭게 이끌면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도출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선수들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덕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영준과 서용범 등 고참 대표들로 하여금 임용규와 정석영에게 경기 운영 능력을 전수시킨 것 또한 윤 감독의 지도력으로 볼 수 있다.

대만 이긴 진짜 이유
대만은 이번 대회에 원투펀치 루옌순과 지미왕이 개인 투어 일정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첫날 두 단식을 놓친 대만 차이치아옌 감독은 둘째날 복식에서 에이스 양충화 대신 황량치를 출전시켜 승패에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호주-중국의 패자인 중국을 대만으로 불러들여 이길 구상을 미리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차이치아옌 감독은 “루옌순과 지미 왕이 한국전에 출전했으면 좀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국전은 홈경기여서 좀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호주전 전망
호주는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호주 데이비스컵 패트릭 라프터 감독은 "한국에 대한 정보는 이형택이 있을때 월드그룹에 진출한 것과 에이스가 임용규라는 것외에 별다른 정보가 없다"며 "아시아 선수들이 하드코트에서 경기를 잘 하기에 잔디코트에서 대회를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라프터 감독은 대회장소는 동부 연안인 시드니나 멜버른 중에서 선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호주팀의 목표는 월드그룹 진출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기자의 눈
테니스 A매치 유감
2012년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지역 1그룹 1차전, 한국과 대만전이 열린 김천 종합스포츠타운 실내테니스장을 찾았다. 한국과 대만은 3일간 4단 1복으로 승부를 결정 짓는다.
첫 경기가 시작되는 2월 10일 아침 날씨는 전날 보다 다소 풀렸지만, 그래도 겨울 날씨였다.

200여 석의 좌석은 반도 채 차지 않았다. 그나마, 기자 및 대회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순수 관객은 50여명에 불과했다. 명색이 국가대항 테니스대회이고 입장료도 무료인데도 썰렁한 관중석은 현재 한국 테니스의 현 주소를 생생히 말해 주고 있었다. 방송 중계는 없고 협회 협회 고위 관계자도 보이지 않고 역대 데이비스컵 멤버들은 한 사람도 초대받지 않은 듯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관중들의 관람 수준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낮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관람 수준은 관객의 양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경기 주최측의 통제나 관리에 의해 개선 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번 대회의 경우 선수들이 플레이 하는 도중 자리를 옮기거나 서서 움직이는 관중들에게 체어엄파이어가 직접 자제를 호소하는 장면이 잦았고, 심지어 경기감독관이 우리나라 대회관계자에게 부탁하여 자제를 부탁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 데이비스컵 대만전을 찾은 테니스팬들

원인은 대회주최측에서 경기장을 출입하는 관중을 통제 할 진행요원을 전혀 배치하지 않은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총 관중이 100여명 이내의 소규모 이다 보니 통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관중들이 선수들의 플레이 도중 어떤 통제도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출입 함으로써 발생한 사태 인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표적인 투어대회인 한솔오픈의 경우 각 출입구 마다 통제요원을 배치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지 않은가?

김천=이진국 기자, 최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