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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순] 소백산 그 비로봉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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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21  09: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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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순/길 위에서 저자
해발 1,439m라는 안내 팻말이 보인다. 푹푹 찌는 여름을 뚫고 정상까지 오를 생각을 하니 그 숫자만큼이나 아득하다. 단양에서 올라 하산은 영주로 계획된 횡단산행이라 중도 하산은 곤란하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등산화 끈을 점검한다. 일행들에게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두 주자를 바짝 따르는 게 상책이다. 매실차로 입을 축이고 오이로 갈증을 막으며 뙤약볕을 안고 걷는다. 땀방울이 금시 비처럼 쏟아지며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체력 조절에 소홀할 수가 없다. 

얼마를 걸었을까. 켜켜이 쌓인 솔가지 밑에 검은 부엽토가 눈에 들어오는 걸로 봐서 몸이 적응되고 있음을 느낀다. 비로봉 정상이 목전이다. 지형적으로 볼 때 소백산에는 스위스의 국화(國花) 에델바이스가 자생 하는 걸로 아는데 눈에 띄지는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주목의 신비로운 군락과 마주한다. 예로부터 왕실 가구제로 쓰였던 주목은 죽어서 천년 살아서도 천년으로 넓디넓은 비로봉을 침묵하며 지키고 있었다. 정상은 바람이 거세서 나무들이 자라지 못해 넓은 초원으로 뒤덮여 있다. 등산은 신라 화랑도의 활동에서 최초로 시작되었음을 기억한다. 비로봉 초원을 한 번 더 다시 오기에는 체력적으로 어려울 같은 생각으로 기념 촬영을 더 열심히 하고 희방사를 향한다. 

영주로 하산을 해서 주차장까지 가는데 고행은 그때부터 시작 되었다. 하산을 눈앞에 두고 무릎이 시큰 거리기 시작했다. 준비한 소염제를 뿌려가며 걱정하는 일행에게 괜찮다고 안심은 시켰지만 사실 힘겨웠다. 단체 행동에서는 아플 자격도 없으므로 조절해야 할 책임은 개인의 몫이다. 오를 때는 오르기가 가장 힘든 줄 알았는데 내리막길은 내리막대로 수월하지가 않다. 계단이 많은 하산 길이란 무릎에 무리가 오기 딱 좋은 코스였다. 힘이 들다 보니 등산로를 굳이 계단으로 짜 맞춰야 했을까로 불평 아닌 불평이 터져 나왔다. 소백산은 겨울 산이라 아이젠 착용에 용이하도록 계단에 비중을 두었다는 산행가의 설명을 들으니 납득이 갔다. 

산을 오르다 보면 산다는 건 나무처럼 참으로 외롭고 힘든 일이다. 멈출 수 없는 길이기에 주저앉고 싶지만 집에서는 산을 올랐듯이 산에서는 집으로 와야 한다. 평지에서 오르막을 타는 것처럼 나를 잡고 있는 부질없는 생각이 삶의 무게를 보탠다. 그 무게를 덜어내고 돌아서면 잊은 줄 알았던 대상은 물처럼 고여서 가슴 가운데를 차지하고 만다. 힘겨운 것에 익숙하지 못한 만큼 안주하고픈 게으름은 늘 달콤한 유혹이다. 소백산 그 산에 다시 가라하면 또 가지는 못할 것 같다. 

삶의 저 편에서는 늘 견딜만하면 찾아드는 외로움처럼 그 산은 인내 이상의 고달픔이 있었다. 권태로운 삶과 산행의 닮은꼴을 알고부터 허용해야 할 폭도 넓혀야 하는 건 안다. 그러나 그 얼마나 더 외로워야 소백산의 주목처럼 외로운 티 내지 않고 침묵으로 자기를 다스리게 될까. 

그 산에 남긴 발자국처럼 버려진 외로움이 아니라 기다리는 그리움이길 갈망 하는 게 인간이다. 가는 곳마다 지워진 발자국과 새로운 발자국의 양면성을 가진 죄인이다. 그 때문에 상처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감정 조절이 끝내 쉽지 않다. 그래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기에 글이나 언어로라도 감정 조절의 능력을 가졌으니 주목보다는 낫다고 우기며 8시간이란 시간을 강행 했던 산행이 마냥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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