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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순]‘야생초 편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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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31  11: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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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저자/ 이 정 순
억지 잠을 청하기에는 수면의 끝이 보이는 새벽이다. 허기진 곰이 물고기를 찾아 서성거리듯 책꽂이 앞에서 이리저리 헤매는 건 오지 않는 잠은 이미 포기한 상태다. 정 피곤하면 내일 낮잠을 자면 된다는 의식의 틀이 내게 주어진 자유로운 라운드다. 이런 내 잘못된 규칙생활 계획표는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어긴 기억이 수두룩 빽빽하다.

어떤 장난꾸러기 재소자는 쥐를 잡아 목에다 끈을 묶어서 운동 시간에 마치 개 데리고 산책하듯이 끌고 다니기도 한다.

-‘야생초 편지 중’에서-
‘야생초 편지’를 집어 든다. 어떤 재소자가 학원 간첩단에 연루되어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쓴 '황대권'님의 실화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이지만 새삼 책장을 넘겨보니 잊고 있었던 사연들이 와글와글 우는 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어떤 연유에서든 사회와 분리된 감옥생활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구속된 일면에는 재소자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쁜 짓을 꼭 해서가 아니란 걸 알게 된 건 성인이 되어서다. 황대권씨는 피 끓는 서른의 나이에 구속되어 사십의 중반까지 청춘을 저당 잡힌 사람이다.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극이었다고 세상에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13년 2개월이 걸렀다. 억울한 누명으로 불합리한 현실과 잃어버린 미래에 대한 절망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콜라병의 등을 도려내어 수족관을 만들었다. 거기다가 청개구리를 키우고 쥐와 거미를 친구삼아 지루한 교도소 생활을 견디며 야생초를 연구했다.

감옥 마당이나 돌담 사이에 돋은 잡초가 무참히 뽑혀 나가는 걸 보며 자기와 동급으로 묶었다. 제비꽃, 쇠뜨기, 명아주 등 100여 종이 넘는 식물을 연구하며 견해를 넓혀 삶에 대한 끈기와 인내 후의 기다림으로 자기를 성찰시켰다. 억울함을 소리 내며 항의하기보다 진실이 밝혀 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글을 쓰며 스스로를 다지며 다시 일어설 것으로 믿었다. 밟아도 돋고 뽑아도 돋는 잡초에게서 자신의 처지와 접목시키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삶을 성찰했다.

인간이 잡초나 화초에게서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이나 기쁨은 개인의 가치관이 만들어 낸 허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잡초가 이름이나 성도 없는 게 아니고 장소를 잘못 택했을 뿐 엄연한 식물이다. 이 땅의 모든 사물은 내가 모르는 가치와 이유가 함께 공존한다. 글을 쓴답시고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작품집을 내기도 했지만 짚어보면 마음에 드는 글 한 편 쓰지 못했다. 그런 의미로 볼 때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는 글을 쓰는 내게 있어서 책장마다 야생초 그림을 그려 넣은 저자의 정서가 탐난다.

남는 게 시간인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죄가 큰 사람에게 독방을 주거나 손에서 일을 뺏어 버린다고 했다. 서울대까지 졸업하고 막 책상 물림한 청춘이란 제한된 공간이라고 해서 주저앉지 않았다. 왜곡된 세상에서의 탈출을 시도한 야생초 편지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데 내가 쥐 몰이를 하던 감옥살이의 저자가 되어 가슴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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