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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순]자리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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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6  1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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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저자/ 이 정 순
잠결에 눈을 떴다. 새벽으로 달리고 있는 시각이니 고요만이 차분하게 내려 앉아 캄캄함을 더욱 부추긴다. 김장을 하면서 막 버무린 김치를 주섬주섬 베어 문 게 갈증을 일게 한 것이다.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게 성가시다. 주방이 먼 것도 아닌데 일어날 것인가 참고 다시 잠을 청할 것인가로 미적거린다.
이런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옛 조상들은 머리맡에 소반에다가 한 대접의 자리끼를 올려놓고 잠을 청했던 게다. 자리끼란 자리와 끼라는 두 낱말이 합하여 이루어진 합성어로 자리는 잠자리의 준말로서 끼란 끼니의 옛말이다. 끼니란 매일 먹는 음식인 것이다.
끼니처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머리맡에 물을 놓은 것은 잠결에라도 목이 마르면 언제든 손쉽게 마시려는 궁극적 이유다. 또 나이 드신 어른에 대한 배려다. 그 옛날에는 호롱불의 기름조차 아끼기 위해 초저녁부터 잠을 청해야 했다. 긴긴밤 동안 방안에서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요강과 자리끼를 머리맡에 두는 걸 중요시 여겼다. 잠결에 바깥으로 나가다가 어두운 곳에서 넘어질 수도 있으니 저녁 설거지를 하고 난 며느리가 사랑방에 꼭 챙겨드려야 했던 것이 요강만큼이나 자리끼도 중요했다.
자리끼는 주거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랑채는 부엌과 떨어져 있는데다 거동을 하려면 자연히 불을 밝히는 번거로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전기가 없었으니 밤중에 호롱불을 켜고 물을 마시러 부엌까지 가기가 힘들었다. 또 더듬거리며 부엌에 들어가 두멍 속의 물을 바가지로 떠 마신다는 게 어른의 체통에도 맞지 않았다.
요즈음에는 주거문화가 독립적이라 냉장고로 해결되지만 부엌으로 들락거리는 동안 자칫 온 식구들의 잠을 다 깨워야 할 판이었다. 자리끼는 단순히 자다가 마시는 물에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주거문화와 음식문화의 대표적인 예다. 주거 문화가 한옥인 목조로 지어져 있는데다가 구들장 형태의 난방을 했다. 그러다 보니 방바닥은 지글지글 끓어도 초저녁과 새벽의 온도 차이는 현저하게 차이가 났고 외풍도 셌다.
그러니 방안은 건조할 수밖에 없었다. 건조한 공간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호흡기 계통에 이상을 초래했다. 자리끼는 방안의 건조함을 해결하는 역할까지 한 셈이다. 방안이 건조하면 할수록 대접의 물은 천연 가습기의 역할을 톡톡히 해 냈던 것이다. 한옥의 주거 환경에서 선조들이 착안한 지혜로 주(住)문화와 식(食)문화가 같이 반영되었다. 우리 조상들이 착안한 천연 가습기로 그릇에 물을 담아 놓고 달군 숯을 넣어두기도 했다.
산을 좋아하진 않지만 일 년에 한 두 번은 꼭 간다. 남들은 피톤치드를 들이키며 건강을 위해 가지만 나는 솔방울을 줍기 위한 산행이다. 나무에서 떨어진 지 오래되어 검은 빛을 띤 솔방울은 되도록 피하고 갈색 톤의 붉은 솔방울을 줍는다. 꽃처럼 피어있는 솔방울을 물에 담구면 솔방울 비늘은 서서히 몸을 오므리고 틈새마저 닫아 버린다.
오므라든 솔방울을 소쿠리에 담아 거실 한 켠에 놓아둔다. 물에 젖은 솔방울이 다시 펴지는 동안 자연적으로 습기를 증발하니 실내 가습 효과를 톡톡히 낸다. 서서히 펴지는 모습은 흡사 한 송이 꽃을 피우듯 시간을 필요로 하며 습기조절은 자연적으로 되며 솔방울 특유의 예쁜 모양은 인테리어 효과까지 낸다.
찬바람만 허락하는 계절 탓일까. 왠지 썰렁했던 마음에 자리끼나 솔방울이나 요강이나 부뚜막의 두멍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떤 그리움으로 가슴이 조금은 따뜻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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