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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여름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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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30  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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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저자/ 이 정 순
지독한 더위만을 허락하던 한 낮이 밤에게로 밀린 시간이다. 테라스에 앉아 수박을 먹던 손님 부부가 아까부터 자꾸 합석을 청한다. 매달 한 번씩 찾아오는 삶의 여유를 즐기는 단골이다. 이 더운 날에는 집에 있었으면 편했으련만 굳이 펜션에 또 왔다. 새벽 낚시와 산책을 즐기며 밤이면 술자리를 만들어 마주 앉아 도란도란 예쁜 시간을 보내는 부부다. 주방으로 가서 부침이며 찐 감자를 챙겨 동석을 한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맛에 마시는 게 술이라고 했던가. 음주를 즐기진 않지만 권하는 그 마음의 풍성함이 좋아 단숨에 삼킨 소주가 두 잔째니 어질어질 균형 감각이 영 시원찮다.

사람이 갑과 을의 관계로 만났다가도 이렇듯 어떤 연결 고리에 이끌리듯 지속적인 만남은 참 신선하다. 10년을 알다가도 일순간 배반을 하는 사람에 비해 낯선 타인과의 시간이 부담 없어 좋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깊이 알려고 말며 보이는 것에만 충실하고 자연스런 교감까지만 공유하며 나누는 기쁨이다. 매달 찾아오는 손님에게 우정을 느끼지만 나는 공교롭게도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근본과는 사뭇 다르다. 타인과의 정 나누기가 언제부턴가 두려워졌다는 표현이 정확한 내 감정이다.

근래에 와서 집을 하나 짓다가 내 의식의 틀에 사고하는 방향마저도 바뀐 케이스다. 이건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산을 삽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로 인하여 자아가 닫히고 대인 관계의 폭을 좁히며 자학이 잦다. 길은 분명하고 뚜렷한데 원칙이 무시된 어떤 시야의 흐린 영사막 같은 편린들과 오랜 시간 버티는 게 힘겹다. 거짓과 허위가 난무하며 이중적 사회의 단면이 눈에 들어와 버린 현실은 상실 그 자체다. 사고의 폭이 방어로 바뀌며 용납할 수 없기보다 용납하면 안 된다는 당위성 문제다. 늑대처럼 포효하기에는 자존이 가로 막고 머리와 가슴만 쿵쾅거리는 나에게 지인들은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고 말한다.

죽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이별하지 않는 법 없다. 비밀을 공유했던 사람과 전화 한통 나누지 못할 만큼 멀어질 수 있는 게 사람 관계다. 의도적으로 멀리 하지 않아도 떠날 사람은 떠나게 되어 있다. 내 사람으로 남을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옆을 지켜준다. 기본적 인품마저도 없는 대상을 믿은 죄로 귀한 시간과 경제적 손실이 따랐으니 내 안목의 문제며 생떼보다 자제력을 키우는 동기로 삼는다. 그 속에서도 사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시간의 저편에 자신을 감춰놓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과거를 매몰시키고 싶은 수치는 느낄 것이며 흐를 것은 흐르게 되어 있다.

술자리에서 슬그머니 빠져 나와 하늘을 본다. 구름 사이로 별 하나를 보며 잊은 듯 묻어온 정한(情恨)을 애써 감춘다. 쌓인 내공이 없는 탓이다. 섬처럼 외롭고 고독한 게 사는 것이라기에 잠결에서나마 고요한 숲속에서 웃는 꿈을 자주 꾼다. 밤의 달빛을 어깨에 내려 받으며 뜰을 거니는 고요한 마음의 여유가 그립다. 마지막 피날레는 늘 꿈꾸지만 저만치 밀려 난 내 지난날의 자유는 언제쯤 찾을 수 있을지 별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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