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사회의 트렌디한 화두 중 하나가 ‘고독(loneliness)’이다. 고독에 관한 보건·복지·임상적 접근은 물론 정치·사회·산업적 상호영향까지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아예 세계 최초로 고독담당장관(Minister for Loneliness)를 올 초 임명했다.

영국 인구의 14%인 900여 만 명이 고독 위험군으로 간주되고 있다. 영국정부가 지난해 고독문제에 관한 조 콕스 위원회(Jo Cox Commission on Loneliness)를 구성해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는 고독을 뇌 호르몬과 면역체계를 변질시켜 우울증, 심장질환, 치매 같은 질병, 자살에 이르게 하는 병리현상으로 규정했다.

미국 공공보건정책 수장인 의무감은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고독은 매일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것보다 수명을 더 단축할 수 있다”는 글을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노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선 ‘고독사’란 말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도 이 용어를 받아들여 지난 5년간 고독사가 3331명에 이른다고 최근 발표했다. 한국의 1인가구 비율은 28,6%로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됐다. 다보스포럼이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포럼 같은 국제 포럼에서도 고독 문제를 다루는 세션이 빠지지 않는다.

이런 포럼들이 정보와 사람이 만나는 오프라인 교류의 장이라면 온라인에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SNS라고 하지만 세계적으론 소셜미디어란 말이 더 일반적이다.

이 소셜미디어의 ‘대마왕’이 바로 페이스북(Facebook)이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가입자를 그야말로 한방에 연결한다. 현재 가입자수가 22억 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사이버공간에서 쉽게 만나 대화하고 교류한다. 각자 게시한 정보, 문서, 동영상을 얼마든지 보고 내려 받아 공유한다.

컴퓨터·스마트폰만 켜면 손쉽게 수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채팅앱, 이메일, 유튜브, 블로그 등 미디어 플랫폼이 넘쳐난다. 인터넷 이전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그 엄청난 교류 효과는 계량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그런데도 왜 고독은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느냐다. 온라인 소통의 폭발적 증대와 고독 심화는 이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04년 2월이다. 고향은 하버드대학, 주인공은 이 대학 2년생이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다. 페이스북 개발 과정은 잘 알려져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나왔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2010년)다. 페이스북이 5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소셜 미디어 시장 지배자가 된 시기에 제작됐다.

사생활침해 등 숱한 논란의 진앙

“5억 명의 친구에게 접근하는 데 몇몇 적은 생길 수밖에 없다(You don't get to 500 million friends without making a few enemies.)”는 이 영화의 태그라인은 페이스북의 숙명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페이스북은 친구를 매개로 공적·사적 공간, 현실·사이버세계의 구분을 없애버렸다. 그 과정에서 숱한 논란의 중심이 돼왔다.

페이스북은 실제로 비판과 우려 속에서 탄생했다. 하버드 여학생 두 명 사진을 나란히 놓고누가 더 ‘핫’하냐를 가리는 '페이스매쉬(Facemash)’란 위험한 사이트가 그 시초였다. 저커버그는 대학 전산시스템을 뚫고 들어가 여학생 사진을 빼냈다. 접속 폭주로 전산시스템이 다운되면서 적발돼 그는 6개월 보호관찰 징계를 받았다.

이후 윤리규정 위반을 피하려면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만큼 정보를 업로드하도록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함께 만든 새 지인 관리 사이트가 ‘더 페이스북(The Facebook)’이다. ‘페이스북’이란 명칭은 학생들끼리 서로 알고 지내라고 학교에서 학기 초에 나눠주는 사진인명록에서 따왔다.

일부 대학에서 온·오프라인 페이스북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 명칭이 세계인이 사용하는 ‘얼굴책’이 된 것이다. 하버드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자 다른 대학들에서도 서비스 요청이 잇따랐다. 회원가입 조건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

인맥 관리 사이트 아이디어는 원래 동료학생인 윙클보스 형제가 제안한 것이었다. 이들은 '하버드 커넥션'이란 이름의 사이트를 구축하기 위해 저커버그를 영입했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먼저 개발해 서비스에 나섰다. 이들은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소송을 걸었다. 밀려난 공동 창업자에게도 소송을 당했다.

이들 소송은 보상 합의로 마무리됐고 페이스북은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 2004년 6월 캘리포니아 주 팰러 앨토로 본사를 옮긴 뒤 facebook.com 도메인을 20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 때 이름에서 ‘The’를 빼 그냥 ‘페이스북’이 됐다. 2012년 나스닥에 상장했고,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2014년 채팅 메신저 왓스앱을 160억 달러에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와 공개란 모순된 이중성 속에서 성장했다. 지리적·문화적으로 동떨어진 사람들이 순식간에 서로 연결되어 공통의 관심사를 갖게 되는 이른바 '페이스북 현상'을 만들어냈다. 자발적으로 올리는 각종 콘텐츠가 정보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사생활 침해, 허위사실 유포, 저작권 위반 등 논란의 대상이 돼온 것 또한 사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외와 고독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온라인 미디어 프랫폼은 인간을 고독과 가상세계 속 관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래서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0년 12월 저커버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유로워지기보다 그 안으로 더 묻혀버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통찰력의 소유자"라고 평했다.

http://www.srook.net/tennispeople/636777386963860252?pageNo=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