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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병효(스포츠 칼럼니스트)  |  bbhh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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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0.26  0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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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의 강남스타일
가수 싸이가 한껏 뜨고 있다.

그의 ‘강남스타일’이 영국과 독일 싱글차트에서 1위에 오른 데 이어 미국 빌보드의 메인차트인 ‘빌보드 핫100’에서 4주 연속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세계 음악시장에 내놓은 첫 번째 ‘글로벌 히트’이자 단일 문화수출품으로서는 가히 최고의 성공작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은 단순히 가요라기보다는 랩과 노래, 춤이 결합된 ‘뮤직비디오’여서 빌보드 1위를 차지했느냐 못했느냐 여부는 다소 요점을 벗어난 문제일 수 있다. 음악업계의 최고 전문지인 빌보드가 매주 발표하는 빌보드 핫100 차트는 음원의 디지털판매고와 라디오 방송횟수, 인터넷 스트리밍 빈도 등 3가지 요소로만 순위를 결정한다. 강남스타일은 미국인들 귀에 낯선 외국어 노래인데다 익살스런 말 춤 등 시각적 요소가 가장 인기여서 라디오 전파를 타기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빌보드 순위가 인기도를 가늠할 최적의 잣대는 아니다.

외신들은 강남스타일을 한결같이 ‘바이럴 비디오(viral video)’라고 부른다. 바이럴 비디오는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온라인 비디오라는 뜻인데 ‘비디오’와 두운을 맞추기 위해 ‘파퓰라’보다 굳이 ‘바이럴’이란 어휘를 쓰는 것이고, 우리말로 옮기면 ‘인기 비디오’쯤 된다. 미국의 소셜비디오 광고회사인 ‘언룰리 미디어’가 리얼타임으로 ’바이럴 비디오 차트’를 펴내고 있는데 온라인의 특성을 감안해 24시간, 7일간, 30일간, 365일간, 역대 통산 등 5개 시간대별로 ‘톱20’를 정한다. 이 차트는 네티즌들이 인터넷상에서 특정 비디오를 얼마나 많이 다른 네티즌들과 공유했는지 횟수를 취합해서 순위를 매긴다. 강남스타일은 10월 셋째 주말 현재, 7일간에서 2,3,8위(각각 다른 버전), 30일간에서 1,2,10,11위, 365일간에서 1위, 역대 통산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럴 비디오 차트에는 ‘밈(Memes)’이라는 코너가 있어서 과거 단기간에 대량으로 온라인 복사됐던 인기 비디오와의 링크를 열어두고 있다. 여기서 밈(‘미임’이라고 장음으로 발음)은 원래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라는 유명 저작에서 아이디어와 문화현상의 확산을 설명하기 위해 유전자(gene)와 대칭되는 개념어로 만든 말이다. 한 문화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모사, 복제, 전달되는 아이디어와 상징, 스타일 등의 단위가 바로 밈이라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어떤 비디오작품이 크게 인기를 끌어 광범위하게 퍼지고, 인터넷문화의 일부가 될 때 곧 또 하나의 ‘인터넷 밈’이 태어나게 된다.

그런데 싸이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일부 외신보도는 강남스타일이 강남과 강북의 빈부격차와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풍자한 것이라 했지만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괜히 심각한 척 할 것이 아니라 그냥 강남스타일이 신나고 단순 무식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다고 하면 안 될까. 사실 싸이는 밉상스런 부잣집 아이 얼굴에 볼썽사나운 몸매, 약간 천격스러운 춤사위 등으로 톱 가수와는 거리가 멀어보였었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자성을 친밀한 모습으로 승화시킨 다음 그 결과물을 ‘B급 문화’로 자처했다. 여기에는 자신에 대한 폄하 또는 조롱과 부끄럼 모르는 들이대기 또는 내지르기가 교묘히 결합돼 있는 듯 보인다. 강남스타일은 어느 누구에게도 긴장을 강요하지 않는 편안함 속에서 흥겹게 흔들어대는 신명에다 섹시 코드와 화장실 유머, 우스꽝스런 제스처 등을 절묘하게 갖다 붙여 보편적 소구력을 얻었다.

싸이가 세계적으로 뜬 데에는 물론 유튜브라는 매체와 일부 파워 트위터의 공이 크다. 얼마 전 원더걸스가 미국시장에 진출하려 시도하다 큰 성과를 못낸 것은 구태의연한 방법에 의지했기 때문이라는 평도 있었다. 또 일본시장처럼 막강한 기획-홍보-마케팅업체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지 않은 미국시장의 특성과 함께, 강남스타일의 패러디를 무제한 허용하는 등 저작권을 고집하지 않은 싸이 쪽의 개방전략이 주효한 탓도 있었다고 한다. 문화산업과 IT산업의 전략은 본시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싸이의 개인적 처신은 아직까지 크게 나무랄 데가 없었다.

아쉬운 것은 김장훈이라는 싸이의 선배 가수가 태클을 걸고 나선 일이다. 흔히 형과 동생이 다투면 형보고는 “왜 동생을 못살게 구냐”고 나무라고는 동생에게 “형 말을 잘 들어야지”하는 등 양비론을 내미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그때 시비를 가려주는 것이 옳지 않은가 싶다. 내가 보기에는 이번 김장훈의 처사가 영 마뜩치 않다. 노래나 춤을 베낀 것도 아닌데 “무대효과와 구성을 표절 운운”해서 발목을 잡고 모래를 뿌리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무대의 타원형 장식이나 불꽃 효과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미리 저작권 등록이라도 했어야 했다. 하긴 기부천사라는 평판도 국세청의 인증이나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가 따라붙었던 기억이 없다. 더욱이 독도를 내세워 온갖 홍보를 하는 것도 박수 칠 일만은 아닌데 이제는 공황장애에 자살 시도, 국외 거류까지 나오니 거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어떤 젊은 팬은 “싸이와 김장훈 모두 우리의 영웅이니 어느 한쪽도 상처를 받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지만, 잘못은 어쨌건 잘못 아닌가.

제비 한 마리가 온다고 봄이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싸이는 분명 제비 한 마리에 불과하고, 강남스타일이 떴다고 K-Pop이 미국을 휩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비 한 마리가 오면, 다른 제비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른 가수들이 세계 음악시장을 주름잡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 만화가 구미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날이 불원간 올 것이라고 믿어본다. 아울러 한국 여자들이 서양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것 이상 한국 남자들이 서양 여자들에게 섹스어필하는 날도 조만간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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