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폰으로 두 여성이 열심히 지도를 보고 있다

이덕희의 메달 시상식 기사를 송고한 뒤 귀가길에 올랐다.

이번에는 경기장 입구에서 5시차 LRT(경전철)를 타고 가기로 했다. 대회 관계자들에겐 5000루피아를 내지 않고 무료로 승차시켰다. 기찻간에서 한국인을 반기는 팔렘방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사람인 것을 알아채고 “안녕하세요”한다든지, “감사합니다” 등등의 말을 내놓았다. 심지어 자리를 양보하고 앉으라 하는 등 손님에 대한 예의를 앞다투어 표했다. 자기들 핸드폰 카메라로 우리일행을 담았다. 내가 ‘바기(인도네시아의 안녕)’ 하면 “안녕하세요” 하는 우리말을 내 귀가 떨어져 나가라 합창했다. 중간에 내리면서 사진 찍는 팔렘방 대학생들이 많았다. 악수하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덧 목적지인 반다라 공항역에 도착했다. 공항역에서 렌트한 집으로 가는 그랩 택시(인도네시아 우버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경기장에서 집으로 가는 거리보다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거리가 짧아 택시비도 절약할 겸 그런 방식을 택했다.
웬걸. 그랩 택시가 공항에 주차료 때문인지 들어오지 않았다. 공항 밖까지 나가야 하는데 나가는 길을 헤매고 찾지 못했다. 안전하다는 블루버드 택시를 타고 택시비 흥정하다 바가지요금이고 기분도 유쾌하지 않아 실랑이 하다 내렸다.

7~8명의 가족이 모여 이별 상봉하는 곳에 가서 핸드폰을 들이밀고 그랩 택시를 불러달라했다. 여러 번 시도해도 안되자 가족중 어머니 스리 와히누이는 손녀딸 자카르타에 보내고 울면서도 공항내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를 데려와 문제해결을 하려했다. 그러다 가족들이 회의를 하더니 자기 차로 데려다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돈을 받으면 타고 그렇지 않으면 안타겠다하니 가족 모두가 손사래를 쳤다.
그 사이 자원봉사자가 와서 우리를 도우려했다. 팔렘팔 들어올 때 공항에서 만난 욜란다였다. 욜란다는 영어 능통한 여자경찰로 공항에 배치 받았다. 우리가 이 가족의 도움으로 귀가한다고 하니 운전하는 파이린 시베야의 전화번호를 받아 챙겼다.

시베야를 따라 공항 주차장으로 갔다. 차는 7인승 승합차. 타야할 사람을 세보니 9명이었다. 어쩌나 했더니 시베야는 차곡차곡 자리를 배정하고 우리 일행을 가장 좋은 승합차 가운데 자리를 권했다.
그랩 택시 불러 달라고 준 주소를 앞 자리에 탄 두 여성이 구글 맵으로 열심히 찾았다. 꼬불꼬불. 이런 곳을 어찌 찾아서 쓰느냐했다.

우리는 큰 길가에 내려달라고 했다. 걸어가면 되겠고 비포장 도로에 가족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렌트한 집 가는 길이 사람 갈비뼈 구조와 같아 막다른 길도 많아 미로 찾기와 같다 했다. 그래도 드라이버 시베나는 막무가내였다. 집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것이다. 한두번 골목길 헤매더니 그 어느 그랩 택시기사보다 렌트한 집을 잘 찾아 주었다. 감사의 표시로 집에 들어와 차 한잔 하니 가족들이 모두 들어왔다. 신기한 듯 했다. 그사이 공항 여경 욜란다에게서 시베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잘 도착했냐 하면서 우리를 바꿔달라했나보다. 우리 목소리를 듣더니 통화를 끝냈다. 외국인 안전에 대한 무한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 파이린이 디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약혼 사이임을 나타냈다. 앞줄 왼쪽 디야 옆에 디야의 친구와 어머니. 그리고 맨 오른쪽이 디야의 엄마 스리 와유니. 뒷줄 가운데  체격 좋은 친구가 디야의 18살 대학생 남동생이다

아무튼 집안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한국에 대한 궁금증에 답도 했다. 서울에 60년가까이 산 토박이라 하니 승합차 운전해준 시베야와 디아 안그라이니는 2020년에 결혼해 서울로 신혼여행 간다고 했다. 왜 지금 올 수 없냐했더니 비싸서 못간다고 했다. 항공 숙박에 200만원이면 된다하니 2618만 루피아. 약 3천만 루피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엄청난 돈이라고 한다.

K-POP 블랙 핑크, 수퍼주니어, 에이 핑크 등을 줄줄이 꿰고 한국 드라마는 모두 본다는 디아 안그라이니는 한국에 아주아주 오고 싶어했다. 디아는 학교 선생님을 하다가 봉급이 작아 세무사 사무실 경리일을 한다.
이야기를 하다가 귀국도 얼마 안남은 터라 남은 식량과 마스크 팩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페트병에 든 쌀 두통, 잡곡, 튜브 고추장 등 한글이 써 있는 것은 몽땅 전했다. 안받겠다고 하길래 이거 다 먹으면 한국 더 좋아하게 된다하니 다 들고 갔다.

대화 말미에 디야의 집을 방문하고 싶다 하니 시간을 보고 고민을 했다. 손님 초대가 좀 부담스러운 듯했다. 그저 스낵과 차만 준비해달라했다. 그러더니 일요일 오후에 디야가 댄스 공연이 있어 마음이 급하다 했다. 그래서 댄스 공연을 우리도 보겠다하니 그제서야 집 방문, 공연장 참여 문제가 해결됐다.
친절하게 시베나가 렌트한 집으로 우리를 픽업오겠다는 것이다. 그랩 타고 간다하니 잘 안잡히고 자기 집에 그랩 안들어온다하면서 픽업을 제시했다.

시간은 밤 9시가 되고 가족 체류가 한시간을 넘기자 시베나가 패밀리의 리더처럼 다들 일어서자고 했다.
시베나가 디야의 예비 장모, 처남, 휘앙새 친구 모녀 등을 두루 챙기는 듯 했다. 디야가 예비 신랑보다 5살 많다하며 수줍어했다. 아직 여자 연상, 남자 연하 결혼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소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줄 수 있는 것 다 주고 싶은 사람들이다. 한국오고 싶다하는데 경제적 부담 적게 하면서 한국 왔다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굴뚝같이 생겨났다.

에어아시아로 팔렘방- 쿠알라룸푸르-인천. 인천공항 버스 대절 픽업. 서울 시내 한복판에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 마련. 방송국과 매니지먼트사 견학프로그램 등등.
이들의 위시리스트 1위인 서울 방문에 어시스트를 하고 싶어졌다.

이제 팔렘방 아시안게임 테니스 취재도 막을 내리고 월요일 새벽 귀국길에 오른다. 시스템과 인프라가 불비한 곳에서, 밤에 길가다 도랑에 빠질 정도로 인도가 없는 곳에서 사람들의 도움으로 취재를 마쳤다. 다행히 늘 감동을 주는 이덕희의 경기와 동메달과 그의 시상식 등 성과가 있었다. 이덕희 경기를 오랜만에 장시간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다. 테니스 머신처럼 낮은 자세의 백핸드 크로스샷 성공은 짜릿했다. 위닝샷 내고 파이팅하는 모습은 귀여웠다.

그의 모습 속에서 삶의 옷깃을 다시 여미게 한다. 테니스장 입구에서 최덕현 단장과 곽용운 회장이 공항가는 차를 기다리는데 정희성 감독과 이덕희가 따라 나와 배웅했다. 이때다 싶어 이덕희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선수와 사진 찍기는 처음이나 다름없다. “장하다. 앞으로 더 잘해라. 응원할께”했다. 소중했다.
팔렘방 사람들이 나를 대하면서 하는 태도에서 사람이 참 소중하다는 것, 사람을 중하게 대해야 하는 것을 지천명 넘어 이순 가까운 나이에 배우는 것 같았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취재하면서 받은 느낌. 좀 오래 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