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의 손길

▲ 자원봉사자

'동네 운동회'라고 한국 일부 언론에서 평가를 받고 평창올림픽에 비견되고 86아시안게임과 비교해도 한참 부족하다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팔렘방에서 대회를 취재하면서 다른 곳에서 못 느끼는 것 몇가지를 느꼈다.

팔렘방. 아시안게임 열린다고 해서 6개월 전에 인터넷 검색한 곳이다.
어떤 곳인지 전혀 몰랐다. 지명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막상 와보니 사람들은 많고 거리는 어수선하고 경기장도 안내 표지판 하나 찾기 힘들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 물어보면 영어는 영어인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국내 몇몇 언론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아시안게임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는 기사와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기자실에 말레이시아 출신 아시아평의회 임원이 왔길래 미디어 가이드북하나 인쇄된 것이 없고 여러가지 불편한 것이 있다하니 미디어가이드북은 이 대회의 메인인 자카르타에서 오고 있는 중이고 교통은 아주 단순하다는 답을 들었다. 그가 기자실에 있는 동안 텐트로 마련된 기자실내 전기가 단전되어 에어콘과 노트북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몇분 더 머물더니 집채만한 덩치를 기자실 앞에 놓여진 대회 공식 세단차에 옮겼다.
사실 인도네시아 경제는 말이 아니라고 한다. 대통령이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환율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리먼 브러더스 경제위기때와 비슷한 1달러당 루피아 환율이 적용되어 큰 경제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체육대회 할 처지가 아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반납한 아시안게임을 평판좋은 대통령이 유치한다고 가져와  86서울아시안게임처럼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 의도가 았다. 근데 현실이 못 받쳐주고 있다.

이나라 물가는 어떤가. 실제로 그랩 택시 약 45분 타고 내는 돈이 6천원 정도다. 런던 우버택시 5분타고 내는 돈과 같다. 인천공항에서 22만원 환전해 280만루피아를 가져왔는데 아직도 지갑이 뚱뚱하다. 하루에 한시간 그랩택시 교통비로 왕복 12만 루피아를 쓰는데 한국돈으로 1만원이 안된다.

동네 학교 앞에서 파는 두부 튀김과 바나나 튀김은 한 개 100원씩이다.

길의 도랑은 집에서 나오는 하수로 채워져있고 동네 곳곳에 플라스틱과 비닐이 나뒹굴고 건축하다 남은 자재들이 산재되어 있다. 큰 길외에 비포장이고 간판은 먼지로 얼룩져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출퇴근 시간에 도로에는 오토바이와 승용차, 버스가 묘기를 부리며 다닌다. 중앙선은 오고가는 오토바이가 서로 피하며 교행을 한다. 팔렘방 상징인 암페라 다리는 늘 차와 오토바이가 가득차 다닌다.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새벽 3시반에 닭우는 소리가 들리고 4시반에 30분동안 동네 확성기통해 기도문 낭독하는 나라 팔렘방.  1년에 한달씩 메카로 가서 기도하고 모임하는 이들이 언제 뭔가 할 시간이나 있을까.  그리고 혼잡, 무질서, 혼돈 속에서 어떻게 올림픽보다 많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을 할 수 있을까.
시스템이 안되고 경제력이 뒷받침 안되는 상황에서 대회는 하루하루 지나가고 금메달 주인공들이 나오고 있다.

팔렘방 테니스 경기장에 대표팀 보좌하며 훈련때부터 지켜본 한 현지 교민은 하루에 한두개씩 경기장 시설이 보완이 된다고 말했다. 아마도 끝날때쯤 대회를 진행하는데 어느 정도 갖춰질 것이라고 한다.

센터와 1번 코트에 점수 전광판은 있지만 다른 코트에는 사람 둘이 구석에 앉아 점수판을 넘기고 있을 정도다.

▲ 경기장내 화장실 청소 등을 맡는 봉사자들

어떻게 대회를 치를 수 있을까.

대회는 사람으로 이뤄지고 진행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매일,매순간 없는 매뉴얼 포기하고 각자의 머리를 짜내서 어떻게 하면 대회에 도움이 될까 생각하고 있었다.

20일 밤 9시 복식 경기가 끝난 1번 코트에 조명이 그대로 켜져 있었다. 중년의 테니스장 시설 요원 카티란이 코트에 들어와 선수들의 볼 맞고 터진 백보드 스크린을 보수하고 있었다. '얼마나 아프니'하면서 비슷한 스티커를 가져와 오려서 터진 구멍을 메웠다. 스폰서 글자나 로고가 깨진 것이 멀리서 보면 안보인다. 이 손길로 관전자 눈이나 방송화면에는 백 스크린에 구멍이 안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사람은 자원봉사자는 아니고 시설 관리요원이다. 정해진 예산 범위내에서 시설을 하다보니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어 보였다. 좋은 재료로 만들면 되지만 길거리 현수막은 아시안게임한다고 도배를 해도 테니스장 백보드 스크린은 볼 맞고 터질 정도의 낮은 소재를 사용했다.

화장실이 테니스 경기장내 곳곳에 있다. 새로 지었고 인조잔디 코트를 벽면에 붙여 장식한 화장실이다. 들어가면 항상 깨끗했다. 일보고 나오면 대걸레 하나 들고 히잡쓴 여인의 미소와 마주친다. 사람이 사용하고 나오면 득달같이 화장실내로 들어가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 나온다.
화장실마다 한명씩 맡아 청결을 유지했다. 이슬람쪽 지역 화장실은 휴지대신 물로 뒤를 처리한다. 화장실내 비데 대신 호스가 있어 물이 나온다. 늘 화장실이 물로 흥건하다. 이것을 처리하는 일을 맡겨두었다. 이분들은 약간의 보수를 받고 일을 한다.

기자실이든 경기장이든 셔틀버스를 타는 곳이든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영어를 잘한다. 무엇이든지 해결해준다. 시내 오피셜 호텔로 간다하면 가는 셔틀버스를 어떻게 해서든 잡아준다.
얼음물이 필요하다하면 다음날부터는 얼려서 준다. 대진표가 어제것이라고 하면 잘 살펴보고 최신 것으로 교체해 놓는다. 테이블에 나사가 풀려 흔들거리다 마침내 무너지면 드라이버를 가져와 직접 해결하는 기자실 자원봉사자 완다가 있다. 맥가이버라고 하니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해 했다. 모든 지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 수송, 안내, 혼잡 정리 등 자원봉사자들에게 하루에 한박스 제공되는 간식. 물, 파이 등이 있다

신기하게도 이들이 뭘 앉아서 먹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해바라기씨 정도 까먹는 것외에는. 물어보니 도시락을 집에서 싸오고 창고 공간에 들어가 교대로 먹는다는 것이다. 기자실 냉장고 몇 안되는 물과 콜라, 사이다는 손도 안댄다. 정수기 물을 컵으로 먹는다.
알고보니 물자는 공급이 안되고 심지어 자원봉사자 식사조차 제공되지 않는다. 도시락싸서 와 먹거나 그나마도 없으면 정수기 물로 배를 채운다. 그런데 얼굴엔 늘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이들은 호기심 많은 기자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절대 귀찮아 하지 않고, 어디를 물어보면 손잡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비슷비슷한 용모의 그들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안녕하세요”하면서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외국에서 하는 대회를 취재하다보면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회본부에서 은근히 자원봉사자가 대회의 꽃이라는 기사를 요구한다. 대우는 낮게 하면서 보도로 위안을 삼게 하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실제로 자원봉사자들은 긍지와 명예를 갖고 대회를 빛낸다. 윔블던도 그렇고 호주오픈도, 프랑스오픈도 그렇다. 경기장 들어가며 제일 먼저 만나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첫 인상. 느낌 등등.

이들은 메인 프레스 센터내 데스크탑에 한글 설치해 달라는 요청도 척척하고 심카드로 전화 개통도 원활하게 해준다. 대회 취재하는데 비서가 한 10명 있다고 느낄 정도로 편하게 해준다.
대회 공식 매뉴얼은 없고 인프라도 제대로 없고 운영노하우도 없고 시설도 불비한데 대회가 돌아가는 것은 도시락 싸갖고 다니면서 성심성의껏 스마트하게 일을 처리하는 자원봉사자와 시설관계자들로 대회는 굴러가고 있다.

세상에 살면서 사람만큼 힘이 있는 것이 있을까.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취재하면서 피플 파워를 이들에게서 느끼게 한다.

▲ 1번 코트에 이구아나가 들어왔다. 손으로 들어 내고 있다

▲ 안전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