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클로와 연 3억 달러 후원 계약을 하고 유니클로 테니스복을 입고 윔블던에 처음 모습을 보인 페더러

▲ 일본의 니시코리는 유니클로 후원을 받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는 후원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올해 웃은 브랜드는 아무래도 라파엘 나달(32·스페인·1위)의 후원사 나이키와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0위)를 잡은 라코스테인 듯하다.

반면에 유니클로(UNIQLO)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박을 기대했던 로저 페더러(36·스위스·2위)가 윔블던 8강에 그쳤기 때문이다. 유니클로가 후원하는 자국 테니스 스타 니시코리 케이(28·일본·20위) 또한 8강에서 무너졌다.

하지만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스포츠 전문브랜드가 아닌 유니클로가 페더러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영입한 것 자체가 일대 사건이다. 페더러가 누구인가. 온갖 기록을 독차지하고 있는 ‘테니스 황제’ 아닌가.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20회), 최다 결승 진출(30회), 최다 4강 진출(43회) 최다 본선 승리(332승) 기록이 모두 그의 것이다.

그야말로 초일류 ‘움직이는 광고판’이라 할 수 있다. 페더러는 지난 1월 호주오픈 우승 때까지만 해도 20년간 장기 스폰서 계약을 유지해온 나이키 제품을 착용했다. 그런데 윔블던에 유니클로 흰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양말, 손목·머리 밴드까지 유니클로를 착용했다. 유니클로 제품이 없는 운동화만 나이키를 신었다.

나이키와의 계약이 지난 3월 끝난 뒤 7월초 유니클로와 10년 후원계약을 맺은 것이다. 후원액이 무려 3억 달러(약 3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키의 2.5배를 제시했다고 한다. 유니클로로서는 지난 5월 조코비치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뒤 고심 끝에 띄운 승부수라 할 수 있다.

유니클로는 ‘페더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페더러가 윔블던에서 착용한 제품 패키지를 내놓고 마케팅에 돌입했다. 테니스 셔츠, 반바지, 양말, 손목·머리 밴드 등 5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패키지다. 유니클로 본사 홈페이지에서 7월23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고 있으며, 9~10월 배송된다고 한다.

세계적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가 이끄는 유니클로 파리연구소에서 디자인한 제품으로 도레이 첨단소재 ‘드라이 엑스’를 적용해 수분이 빨리 건조되고 착용 쾌적감을 높였다. 기능성이 생명인 스포츠 의류는 일반 의류업체가 뚫고 들어가기 힘든 시장이다. 유니클로는 테니스를 스포츠시장 진출 통로로 삼았다.

처음엔 휠체어 테니스에 투자했다. 이 종목 세계 1인자인 쿠니에다 신고(33·일본), 고든 레이드(27·영국)을 후원하면서 테니스에 발을 붙였다. 이어 일본 테니스의 자존심 니시코리 케이가 선전하면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스페셜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는 등 장애인 고용과 스포츠 활동에 대한 지원은 지속되고 있다.

팩스문서 잘못 읽어 생긴 ‘UNIQLO’

유니클로의 스포츠 의류시장 진출은 중저가 이미지 고급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제품을 다양화해 대상 연령층을 넓히려는 시도다. 워낙 소재에 앞서나간데다 기존 캐주얼웨어에서 폴로셔츠와 반바지는 기본이기 때문에 확장은 제품라인 확장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는 1949년 야마구치 현에서 창업한 남성양복점이 모태다. 양복점이 번창하면서 의류회사로 성장했다. 유니클로란 브랜드가 세상에 나온 것은 1984년 야나이 다다시(68) 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유니섹스 캐주얼의류 매장을 내면서였다. 당시 브랜드네임을 만들어진 과정이 독특하다.

처음 회사명은 유니크 클로싱 웨어하우스(Unique Clothing Warehouse)였다. 8년 뒤 이를 간단히 줄여 ‘UNICLO’로 바꿨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아는 브랜드 ‘UNIQLO’와 철자가 다르다. 어찌된 일일까· 회사명을 바꾼 뒤 해외 거래처에 팩스 문서를 보냈는데, 상대방이 C를 Q로 잘못 읽어 답신을 보냈다고 한다.

오독(誤讀)한 것인데, ‘UNIQLO’가 오히려 더 독창적인 느낌이 들어 브랜드를 아예 ‘UNIQLO’로 바꿨다. 유니클로는 겨울옷으로 대박을 쳤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보온과 보습이 되는 초경량 축열소재 ‘히트텍’ 속옷이다. 겉옷처럼 스타일을 살린 히트텍은 2003년 출시 이후 ‘없어서 못 파는’ 대박상품이 됐다.

유니클로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계절마다 좀더 실용적이면서 현대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고의 건조력을 자랑하는 ‘에어리즘’도 그 중 하나다. 유니클로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표방한다. 낮은 가격과 고품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 관건이다. 보통 브랜드 의류는 기획부터 디자인·제조·유통·판매에 4~6개월이 걸린다.

이 과정을 단축해 연간 2~3개씩 새 제품라인을 선보이는 게 패스트 패션이다. 소비자 니즈를 재빨리 파악해 트렌드를 앞서나갈 수 있는 생산시스템이다. 한번 사면 오래 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싸도 좋다는 기존 브랜드와는 정반대 접근방식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 중 자라와 H&M 등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인 반면 유니클로는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승부한다.

유니클로는 현재 18개국에 진출해 192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는 2005년 롯데호텔에 첫 매장을 낸 이래 캐주얼웨어 최고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현재 전국 183개 매장이 성업 중이다. 글로벌 프래그십 스토어는 2006년 문을 연 뉴욕 맨해튼 5번가 소호점. 2011년 11월11일 문을 연 명동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소호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프래그십 스토어다.

유니클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스포츠 의류로 영토를 확장해 ‘세계인의 옷’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유니클로보다 더 싼 자매 브랜드 ‘GU’를 한국에 상륙시켰다. 유니클로의 성장전략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에 뿌리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