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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잉글랜드, 브리튼, UK (1)
글 이병효(코멘터리 발행인)_사진 황서진 기자  |  bbh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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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3  1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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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

영국을 영어로 잉글랜드(England)라고 부르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때로 브리튼(Britain) 또는 그레이트브리튼(Great Britain: GB)이라고 하고, 어떨 때는 연합왕국(United Kingdom: UK)라고도 하니 다소 혼란스럽다.

한 나라를 두고 굳이 이렇게 여러 가지 이름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역사·지리적으로 이들 이름은 조금씩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재미삼아서라도 구별을 할 줄 아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 및 웨일즈와 함께 그레이트브리튼 섬을 이루는 왕국이다. 그리고 영국의 정식 국호는 그레이트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다. 그레이트브리튼 섬과 아일랜드 섬, 그 외 부속도서를 한데 묶어서 브리티시 아일즈(British Isles)라고 부른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란 국호와 함께 한국이라는 통칭을 쓰고 남북한을 아우르는 이름으로는 한반도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로마가 지배하던 시대에는 브리타니아라는 라틴어 명칭을 썼다. 또 하드리안 장벽 이북의 스코틀랜드 땅은 칼레도니아(Caledonia)라고 불렸다. 그렇다면 그레이트브리튼의 ‘그레이트’는 왜 붙은 걸까. 과거 일본이 대일본제국이라고 자칭했듯이 자존자대의 뜻이었을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게 학자들의 의견이다. 로마시대의 그리스 지리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브리튼 섬을 대브리튼, 아일랜드 섬을 소브리튼이라 불렀고, 앵글로색슨 시대에는 프랑스의 브리타니 지방을 작은 브리튼(Lesser Britain)이라 불렀기에 영국을 포함한 브리튼 섬은 대브리튼(Greater Britain)이 된 것이다.

본래는 그랬다 해도 1707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손을 잡고 한 나라가 되면서 대영왕국(Kingdom of Great Britain)이란 국호를 택했을 때 자기 과시의 뜻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국이 스페인과 네덜란드, 프랑스를 차례로 제압하고 식민주의 패권을 차지해가는 와중에도 스스로 왕국이라며 겸손을 유지했지만 1858년 빅토리아여왕이 인도의 황제를 겸하면서 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를 전례를 따라 대영제국으로 칭제의 길을 갔다.

영국여행은 런던 시내의 명소를 둘러본 다음 런던을 벗어나 스톤헨지와 바스(Bath)로의 투어, 윈저성과 이튼학교 방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양대 명문 가운데 한 군데를 가보는 정도로 갈음하는 것이 보통이다. 유학이나 사업상 목적으로 영국에 오래 머물지 않는 한 여기저기 둘러볼 시간을 무한정 낼 수도 없고 영불해협 건너 유럽 대륙에 갈 곳도 많고 볼거리도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국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보름 정도는 잡는 것이 좋다. 예컨대, 전반의 일주일은 런던과 런던 주위, 후반 일주일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즈의 주요 도시와 명승지를 가보고 그 사이의 하루는 휴식일로 잡는 게 적당할 듯하다. 직장인의 경우 열흘 안팎이 휴가를 낼 수 있는 날수의 최대치인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 영국까지 가고 오는 항공편 일정을 감안하면 7∼8일 정도가 고작일 수도 있다. 이때는 런던과 런던 주위를 집중적으로 보는 데 만족하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즈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런던에서 꼭 가볼만한 곳을 보기에 앞서 런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런던은 미국은 뉴요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인종적으로 다양한 도시다. 인구 규모는 두 도시가 850만 명에서 880만 명 정도로 엇비슷하고 외국 출생 이민자의 비율도 36% 정도로 유사하지만 다원성 측면에서는 뉴요크가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뉴요크에는 흑인 인구가 25%, 히스패닉이 27%, 아시안이 12%에 이르는 데다 백인 가운데서도 유대계가 200만 명, 이탈리아계가 70만 명, 아이리시계가 50만 명을 넘어 미국의 주류인 앵글로색슨과 독일계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반면 런던은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 등 남아시아계가 73만 명, 아프리카 흑인이 38만 명, 카리브계 흑인이 35만 명에 이르지만 전체적으로 영국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런던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자기들끼리 큰 목소리로 낄낄대며 떠들어도 주류 영국인들은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묵묵히 참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런던에 교양과 예의를 중시하는 계층이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가급적 감정 노출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이 참을성이 많은 편이지만 본심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지지난해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영국인들이 이민자들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가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 런던에서 흑인들은 흔히 경비나 청소, 하급 기능직에 종사하고 인도·파키스탄인들은 좀 더 교육을 받아서 사무원이나 전문 기능직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영국인들이 인도인들이 너무 많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면 인도인들은 “옛날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건 영국인들이고, 우린 너희들 옷자락을 잡아 따라 온 것 뿐”이라고 응수하기도 한다.

또 축구경기 전후에 난동을 일삼는 영국 훌리건들의 악명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런던 이북의 구 산업도시 출신 실업 청소년들이 대부분이고 이른바 공립학교(State schools)에서 매우 빈약한 교육을 받은 부류가 많다. 영국이 계급사회이고 부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히 심각한 지경이다. 반면 런던 이남 출신에 사립학교(Public schools)의 좋은 교육을 받고 명문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은 이해관계가 걸리기 전까지는 이지적인 태도를 보이고 탁월한 글로벌 감각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런던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정연한 도시계획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파리의 개선문 꼭대기에서 바라볼 수 있는 방사형 도로망 같은 건 런던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 주된 이유는 1666년의 런던 대화재로 시티지구가 거의 다 타버린 뒤에 기존의 도시 형태를 그대로 답습해 건물만 목조에서 벽돌과 돌을 쓰는 쪽으로 재건했기 때문이다.

런던 서쪽 왕과 귀족들이 사는 웨스트민스터는 별로 피해가 없었고 따라서 변화도 없었다. 결국 런던은 일부 중심 도로를 제외하고는 거의 왕복 2차로의 비좁은 도로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한 도로가 끝나면 어떤 건축물, 어떤 시설이 갑자기 나타날지 알기 어렵도록 돼있다. 게다가 런던의 대중교통은 세계의 대도시 가운데 거의 최악이라고 할 만큼 엉망이다.

빨간색 2층 버스는 곳곳을 누비고 있고 승차요금도 1파운드50펜스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속도가 느리고 배차간격도 길다. 언더그라운드 또는 튜브라고 불리는 지하철은 워낙 낡은 데다 노선망이 깔끔하지 못하다. 가장 불편한 것은 기차인데 지하철보다 더 서비스가 부실하고 요금은 턱없이 비싸다. 살피건대, 대처 수상의 철도 민영화 이후 영란철도(BR)를 쪼개서 여러 회사를 설립했지만 기대했던 경쟁효과는 없었고 노동쟁의와 운행정지만 일상화된 느낌만 들었다.

   
▲ 버킹엄 궁전 문양

런던은 세 군데 정도로 나눠서 다니면 좋을 것 같다.

첫째 날은 서쪽의 버킹검궁을 출발점으로 오전 11시의 근위대 교대식을 보고 의회건물의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애비를 들른 뒤 다우닝가 10번지로 유명한 수상 관저와 영국 정부의 주요 부처가 있는 화이트홀 지구를 거닐어 본다.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걸어서 건너보는 것은 괜찮은 생각이지만 템즈 강가에 서있는 커다란 유람차 런던아이는 굳이 타볼 필요가 있나 싶다.

런던에서 관광객을 등치는 대표적 시설물이 런던아이와 마담투소의 왁스 뮤지엄, 그리고 해로즈 백화점이기 때문이다. 화이트홀 관청가를 지나면 트라팔가 광장에 이르게 된다. 시간이 허락하면 광장 뒤쪽의 내셔널 갤러리와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를 들르는 것도 좋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동쪽으로 바로 붙어있는 기차역이 채링크로스 역인데 영국의 도로 원표가 되는 곳이고 런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점심을 코벤트가든 근처에서 먹고 대영박물관을 관람한 뒤 유흥가인 소호를 거쳐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과 고급 상점들이 즐비한 본드 스트리트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다. 패딩턴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면 아침 일찍 하이드파크와 켄싱턴 팰리스, 노팅힐을 가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저녁은 첼시(Chelsea)에서 하면 어떨까 싶다. 클린턴 부부의 딸 이름이 첼시인데 빌 클린턴이 로즈스칼라로 옥스퍼드대 대학원에 다닐 때 결혼을 했고 첼시구역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 런던 타워

둘째 날은 시티와 동부를 간다. 시티는 지하철 순환선의 남동쪽에 치우쳐 있지만 로마시대부터 예전 런던이 있던 곳이다. 런던타워와 세인트 폴 대성당, 시티의 고층건물들을 보고 런던 대화재 진압기념으로 세운 모뉴먼트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이스트엔드는 런던 토박이들이 살던 주택가고 유대인 거주지이기도 했다. 지금도 문화와 유행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점심은 카나리 훠프에서 먹고 오후에는 그리니치에 가서 범선 커티삭과 본초자오선의 천문대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셋째 날은 템즈 강 유람선을 탈 수 있고 유명한 식물원 큐가든과 햄튼코트를 가는 것도 좋다. 전쟁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가 볼만하다. 레스터 스퀘어의 당일 공연 표를 사서 저녁에 웨스트엔드의 연극을 관람하는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 매니아들은 근자에 복원된 글로브 시어터에서 공연을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런던 주위에서 갈 만한 곳은 앞서 언급한 솔즈버리와 바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 외에 캔터버리 대성당, 도버의 흰 절벽, 브라이튼의 로열 파빌리온, 켄트의 리즈 캣슬 등이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랫포드-어폰-에이본은 상업화가 심해서 기대만 못했다.

영국은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혼자라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두세 명 이상이면 렌트카를 빌리는 편이 경제적일 것이다. 런던패스(London Pass)란 것을 구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수십 군데의 명소를 갈 수 있다. 일면 매력이 있는 패스이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그다지 높은 것 같지는 않다. 굳이 사려면 6일 이상 유효한 패스를 사야 본전이 나올 것 같다. 런던에는 공짜로 갈 수 있는 박물관과 명소도 많으므로 단기간의 패스는 굳이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 런던 내셔널 갤러리

 

   
▲ 중고 클래식카 전시장, 타워브리지 간판, 타워브리지, 2층 시내버스, 로얄메일 우체통, 런던화재 기념탑, 가로등, 거킨 빌딩, 도로 안내지도(위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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