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NH농협은행 팀. 왼쪽부터 김세현, 박상희, 정영원, 최지희, 김동현 감독 [사진제공=NH농협은행]

 

▲ 2018년 새로운 구미시청팀. 왼쪽부터 김현준, 김대영, 김덕영, 정성윤 감독(가운데), 문예지, 예효정, 송아 [사진제공=구미시청]

 

 

우리나라에 실업 테니스가 있다. 프로 종목이 아니라 종합일간지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예전에 김춘호, 전영대, 유진선, 김봉수, 송동욱, 노갑택 등 활약할 때는 스카우트 파동도 나서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하고 실업 그랑프리대회에 포니나 브리사 자동차가 경품으로 나와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던 시절도 있다.

 

미디어에 주니어들의 활약이나 투어 활약 선수의 경기 결과가 간혹 나오긴 해도 우리나라에서 테니스 제일 잘하는 실업 선수들의 이야기를 일반인들이 알기는 거의 보물찾기 수준으로 알기 어렵다. 대한테니스협회 홈페이지나 들어와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우리나라 직업 스포츠 선수들 가운데 최하위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다. 남녀 상위 20위안에 드는 선수들은 요즘 잘나가는 프로야구의 1.5군 선수의 대우보다 못하진 않다. 군 복무를 마치기 직전인 선수는 줄줄이 우승을 해 실업팀 입단에서 유리한 위치에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대학을 졸업해 실업팀에 들어가면 입단 계약금을 받는다. 많게는 1억 원 이상을 받는 에이급 선수도 있다. 한 남자 실업 선수는 3년 계약에 4억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 연봉도 대기업 1년차에 비해 적지 않다. 더더욱 먹고 자고 입고, 운동에 사용하는 장비를 대부분 팀에서 해결해 준다. 기호식품 정도만 자기부담이지 나머지는 모두 팀에서 부담한다. 그래서 연봉은 고스란히 모여진다. 2~3년에 한 번씩 팀 이적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실업무대 4강권 이상 선수들은 입단 계약금을 또 받을 수 있다. 투어 100위내 미국 선수가 상금과 약간의 후원을 받아 다니는데 빠득하고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과는 달리 우리나라 실업선수들은 좋아하는 테니스 하면서 투어 100위권 선수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전국체전에서 메달권에만 들어가면 그 보너스는 올림픽 동메달보다 낫다. 심지어 전국체전 금메달은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과 맞먹는다. 그래서 세간의 관심은 덜 받으면서 아주 괜찮은 수입으로 현재를 가꾸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남자 선수들은 KDB산업은행, 여자 선수는 NH농협은행을 테니스 선수 꿈의 직장으로 여기고 있다. 재직기간 중 어느 정도 성적을 올려 점수를 채우면 선수 은퇴 후 직장에 평생 고용되어 억대 연봉자가 되기 때문이다.  

 

가끔 방송을 타는 실업선수들 플레이를 페더러나 조코비치에 눈높이가 되어 있는 테니스 동호인들이 재미없어한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테니스를 제일 잘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테니스를 해 온 선수들이다. 그리고 나름 대우를 받으며 잘 살고 있다. 2017년 12월 말부터 2018년 1월 초까지 실업과 대학선수들의 팀 변동을 조사했다.

 

2017년 1월에 실업남녀 이적선수들은 17명, 대학 및 고교졸업생의 실업팀 입단은 11명으로 활발했다. 그러나 올해 이적은 불과 4명이고 대학, 고교졸업생의 실업팀 입단은 18명이나 된다. 팀이 많아져 대학졸업생들의 실업팀 입단이 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기존 실업팀 선수들은 유리한 조건에서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도 허다했다.  

 

대학 여자선수 가운데 한국선수권 결승에 오른 명지대의 박상희는 2018년부터 NH농협은행 팀에 입단한다. 박상희는 “농협은행만의 분위기와 색깔이 있지만, 선수로서의 개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개성과 특성을 잘 살려 국제랭킹을 끌어올리고 싶다. 올해 최지희와 정영원, 김세현과 함께 팀이 됐다. 팀 분위기가 좋고 서로 적응해 나가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고 말했다.

 

2017시즌 선수 개인 최고 성적을 올리고 전국체전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강원도청은 올해 인천시청의 김다혜와 여고졸업생 이다미(원주여고)를 영입했다. 김진희 감독은 “김다혜는 주니어시절 활약이 대단한 선수다. 또한 아직 나이도 어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다미 선수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선발했다.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선수로 만들겠다” 고 말했다.

 

당진시청의 오대성은 의정부시청으로 이적했다. 오대성은 손목부상으로 2017시즌을 포기하고 1년 동안 재활훈련에만 집중했다. 오대성의 부상 전 최고성적은 2015년 안동오픈 단식 준우승이다. 새로운 팀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는 오대성은 “올해는 단식우승을 목표로 다시 재기하겠다” 고 밝혔다.

 

올해 의정부시청 사령탑 2년차로 접어드는 유진선 감독은 “지난해 창단해 고교시절 화려한 성적을 낸 선수들의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올해는 대학졸업생 김중훈과 실업 베테랑 오대성을 영입해 보강했다. 오대성을 주축으로 복식 성적과 팀 단체전에서 입상하겠다” 고 말했다.

 

안동시청에서 3년 동안 활약한 송아는 구미시청으로 이적한다. 송아는 “안동시청 황덕모 감독님을 비롯해 팀원들의 지도로 준결승 무대를 처음 밟았다”며 “올해 실업무대 우승을 기필코 하겠다” 고 말했다.

 

이밖에 국군체육부대에 현대해상의 정홍과 부천시청 이재문, 오찬영(싱크론), 윤재원(고양시청)이 입대해 선수 생활과 군 복무를 병행한다. 국군체육부대 김춘호 감독은 “올해 좋은 선수들이 입대를 한다. 항상 국군체육부대는 선수들 기량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소속 선수들 가운데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대표로 선발되어 국위선양을 했으면 좋겠다” 고 선수들에 대해 기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