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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찬 채 유리방에 격리된 니콜라우스 필리포시스는 재판 방청석 뒷자리에 앉은 아들을 발견하자 힘없는 미소를 띄우며 팔을 들어 흔들어보였다. 짧은 백발에 흰 턱수염을 기르고 안경은 코에 걸친채 법정을 두리번 거리는 그의 얼굴엔 긴장이 역력했다.
27일 열린 소환 청문회에서 이 사건을 담당한 샌디에고 지방검사는 필리포시스의 아동 성추행과 관련한 14개의 혐의를 읽어내리며 “부모들의 최악의 악몽” 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필리포시스의 추행은 그의 집, 자동차, 그리고 컨츄리 클럽 테니스 코트에서 작년 6월부터1년여에 걸쳐 반복된 것으로 주장되고 있다. 피해자는 2명의 9살 여자 어린이들로 그에게 테니스 레슨을 받는 학생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데이빗 다니엘슨 판사는 검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당초 2.5 밀리언이었던 보석금을 9.2 밀리언달러 (한화로 약 100억원) 로 올려 이번 사건이 얼마나 중대하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시사해주었다. 필리포시스의 변호사 라이언 테그넬리아는 필리포시스는 보석 신청은 포기하지만, 자신의 무죄(not guilty)를 주장하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청문회에 참석한 그의 아들이자 전 세계 랭킹 8위의 호주 테니스 선수 마크 필리포시스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급을 피한 채 황급히 법정을 떠났다.
2013년 결혼 후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미국 샌디애고에서 아내, 3살 아들과 함께 살고 있던 그는 올 여름 영국 윔블던 대회장을 찾으며 오랜만에 프로 테니스계에 모습을 드러냈었다. 호주의 차세대 테니스 선수 중 한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타나시 코키나키스 (21세)의 컨설팅 코치자격으로였다. 올해 41세로 이제 막 투어 코치로의 출발점에 섰던 그는 자신의 테니스 코치이기도 했던 아버지가 아동 성추행 혐의로 체포되면서 예기치 않게 세간의 주목을 받게된 것이다.
변호인에 따르면 그는 충격 속에 이번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아버지가 감옥에 있는 동안 필요한 지원을 자청했다고 전했졌다.
그리스에서 태어난 마크의 아버지 니콜라우스 필리포시스는 결혼 후 1973년 와이프와 함께 호주로 이민을 왔다. 은행 업무와 택시 운전사를 병행하며 생업을 이어갔고, 운동을 좋아해 축구 골키퍼를 하기도 했다. 특히 테니스 실력은 수준급이어서 아들인 마크가 6살 때부터 테니스를 직접 가르치고 선수 생활 시절에도 지도를 계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들에 대한 비판에 극도로 민감하고 보호적이었던 그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마크의 전 코치이기도 했던 닉 볼레티에르는 그의 저서 ‘My Aces, My Faults (1997)’ 에서 필리포시스의 “까다롭고도 소유욕 강한” 성격때문에 자신과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다고 묘사한 바 있다.
“내가 그와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호주오픈 이후 물러나려하지 않고 오히려 트레이너와 코치인 나를 쫒아냈다. 나의 말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코치가 아닌 물심부름이나 하는 사람 취급을 했다. 선수들 앞에서 망신을 주기도 했다.”
지난 25일 샌디애고 자택에서 아동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니콜라우스의 첫 공판은 10월 5일로 예정되었다. 만일 14개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되다면 그는 최대 210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