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보험회사와 상의해봐야 할 거요. 당신에게 충돌 사고 과실이 있지만, 위반 티켓이나 소환장을 발부하지는 않겠소.”
28일 공개된 교통경찰관의 바디캠 영상 속의 비너스 윌리엄스는 걱정어린 표정으로 차분히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으며 경찰관의 지시를 듣고 있었다. 지난 6월 9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가든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직후의 그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영상이 과연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사고는 지난 6월 9일 오후 1시경 그녀의 집 근처 사거리에서 일어났다. 비너스가 운전하는 토요타 세콰이어 SUV가 천천히 사거리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맞은편 차량의 좌회전을 양보하느라 잠시 멈췄던 차는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 비너스의 우측으로 현대 액센트 한대가 빠른 속도로 돌진하며 충돌한 것이다.
사고차량 운전자 린다 바슨은 흉골이 부숴지고 오른 팔과 손목, 손가락 골절등의 부상으로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그녀의 남편 78세의 전직 교사 제롬 바슨은 척추 골절과 내부 출혈 및 장파열 등으로 사고 2주 후 끝내 사망했다. 사망일인 22일은 우연히도 아내 린다 바슨의 68번째 생일이어서 유족들의 슬픔은 더 컸다.
초기 목격자와 피해자의 진술은 충돌 직전 바슨의 차가 들어서던 쪽이 초록불이었고 비너스 쪽은 이미 빨간색으로 변한 후였다는 이유로 윌리엄스가 바슨 차량의 교통우선권을 어긴 과실로 밝혀졌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교통사고 현장 영상에서는 비너스도 적법하게 초록불일 때 사거리에 진입했음이 밝혀졌다. 비너스를 변호하고 있는 말콤 커닝햄은 당시 5마일로 저속하고 있던 비너스는 술이나 약물, 그리고 핸드폰의 영향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히며, “너무 불행한 사고이며, 비너스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며 당시 윔블던 대회 준비차 런던에 있던 비너스를 대신해 입장을 발표했었다.
윔블던 대회가 열리기 3일 전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불법행위에 의한 사망 책임(wrongful death)으로 고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과연 경기에 출전할지, 또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렸었다.
“이번 사고는 큰 충격이고 마음의 상처입니다. 제롬 바슨씨의 가족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전합니다. 계속 그들을 생각하며 기도하겠습니다.”
대회 시작 직전 그녀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고에 대한 공식 입장을 처음 밝힌 비너스는,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결승까지 올라 37세의 나이에 윔블던 준우승을 따내며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고생이 누구보다 컸음은 당연했다. 윔블던 1회전 우승 후 가진 프레스 인터뷰장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녀는 “뭐라 표현해야할지…너무 큰 충격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음..이건..” 라며 연신 흘러나오는 눈물에 말을 잊지 못하고 급기야 인터뷰장을 잠시 떠나야 했다.
비너스 측이 혐의를 벗는데 필요한 모든 법률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팜비치 가든 경찰 당국은 조사를 계속 진행중이고 과실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