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세레나 윌리엄스의 인스타그램에는 랠리 연습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올라왔다. 그동안 카메라 렌즈에 담겨졌던 수많은 멋진 장면들에 비해 이 짧은 영상이 특별한 감동을 준 이유는 바로 35살의 세레나가 임신 7개월에 접어들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녀가 출전하지 않은 프렌치오픈에서 오스타펜코라는 20살의 스타가 탄생하고 부동의 세계 랭킹 1위에서 지금은 세계 5위로 주춤하는 동안, 코트 밖에서의 세레나의 근황을 정리해 보았다.

시즌을 끝내고 난 지난해 말, 그녀는 인터넷 사이트 ‘래딧’ (Reddit, 소셜 뉴스 커뮤니티) 공동창업자이자 인터넷 사업 투자가인 알렉시스 오하니언과의 약혼을 발표했다. 평소 코트에서 보여줬던 쉬크하고 강인한 이미지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직접 래딧 사이트에 로맨틱한 자작시를 올리고 청혼 승낙을 밝힌 그녀에게 많은 테니스 팬들은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달인 올해 1월 열린 호주오픈에서는 언니인 비너스 윌리암스를 상대로 6-4, 6-4 로 이겨 약혼 기념 우승 트로피를 챙겨가기도 했다.

이후 모든 시즌 경기들을 왼쪽 무릎 부상을 이유로 불참해 오던 지난 4월 19일, 세레나의 스냅챗(사진 전송 애플리케이션)에 업로드 되었다가 삭제된 단 한 장의 사진이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한번에 해소했다.

바로 ‘20 weeks’ 라는 캡션이 달린 수영복을 입은 그녀의 셀피였는데, 누가 봐도 그녀가 임신했음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마침 그때 휴가 중이었고 원래 매주 사진을 찍으며 변화를 체크해 오던 중이었다. 평소에 조용하던 전화기에 4개의 부재중 통화가 찍힌 것을 보고는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며 의도하지 않은 공개를 당황스러했던 그녀는 곧 임신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전세계 팬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우승에 이르기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완벽한 경기를 해내고 결승전에서는 공을 놓치자 화를 못 이겨 라켓을 바닥에 내리치며 승부욕에 불타던 그녀가 당시 이미 임신 8주 차에 접어들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였다.

그녀는 TED Talk인터뷰에서 “나도 사실 토너먼트 시작 불과 이틀 전에 임신 사실을 알게되었고 임신을 하게 되면 겪게 되는 신체적, 심리적 문제들에 대해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아직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이번에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큰 뉴스거리가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라며 당시 철저한 마인드 콘트롤로 자신을 무장시키고 경기에 임했음을 밝혔다.

임신 기간 동안 세레나는 그녀의 근황들을 SNS 를 통해 꾸준히 공유해 왔다. 모나코에서의 그랑프리 오토 레이싱 관람, 마이애미에서의 휴가, 패션 자선쇼 레드카펫 행사 등에서 보여지는 세레나의 모습은 자유롭고도 솔직했다. 때로는 예비맘으로서의 변화와 불안에 대해 거리낌 없이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스포츠계 내의 인종 차별적 언사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언니인 비너스 윌리엄스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기를 ‘She’ 라고 언급하는 바람에 딸이라는 추측이 일고는 있지만 세레나는 아이의 성별은 계속 비밀로 하고 있다. 코치진은 “보통의 여성이라면 가능하지 않을 일이지만, 세레나는 다르다” 며 그녀가 올 가을 출산 후 빠르면 2018년 호주오픈부터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신 중 독일 스태비 그라프 기록을 깨며 그랜드슬램 우승 23호를 기록한 그녀는 이제 내년 그랜드 슬래머 맘으로서 호주의 마가렛 코트가 가지고 있는 통산 우승 24개의 기록 갱신에 도전하게 된다 (올해 74세인 마가렛도 실제 1973년 첫 아들 출산 이후 3개의 그랜드 슬램 우승을 더한 바 있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랠리 훈련 모습을 공개한 것은 세레나의 임신과 출산이 그녀의 테니스 커리어를 향한 열정을 막지 못하리라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