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팩트

" 내 인생의 화두는 정확한 임팩트"

불광불급( 不狂不及 ). 미쳐야 미친다 라는 말이 있다.
어떠한 일을 함에 있어 그 일에 미친 듯이 집중하고 몰입해야만 본인이 목적한 바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한국테니스진흥협회 성기춘 회장과 어울리는 말이다.

1996~2002년 7년 연속 장년부 1위. 2006년 전국대회 101회 우승, 2006년 도봉구청 실업팀 창단, 총감독 , 노원구테니스연합회장, 송악실업 대표. 성 회장을 설명하자면 앞에 수식어가 너무 많아 어떤 것을 대표 수식어로 써야 할지 난감할 정도다.
한국테니스진흥협회 ( 이하 카타.KATA) 성기춘 회장을 7월 17일과 18일 연 이틀에 걸쳐 취재했다.
청량리 서울삼육병원 앞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언변에는 테니스에 대한 열정으로 거침이 없었고 명문 클럽(회장 성기춘,총무 박주현. 전국대회 우승자가 주축으로 이루어진 클럽으로 30여명의 회원들이 동덕여대 뒤 월곡 테니스장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에 만나 운동을 하고 있다)모임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승리를 찾아 코트를 누비는 전사였다.

 내 사전에 실수는 없다
볼은 무조건 상대편 코트에 넘겨라

모임 시작 시간은 오후 3시.
필자가 서울 월곡동 코트에 도착한 시간이 2시 15분이었는데 성 회장은 이미 코트에 도착하여 흰색 테니스복으로 갈아 입고 있었다.
모임 보다 한시간 전에 도착한 것이다.
그의 전체적인 스윙 자세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엉성했고 테니스 스타일 역시 그에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어떻게 7년 연속 장년부 1위를 하고 지금도 베테랑부 2위를 기록하고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해 게임을 하고 있는 성 회장을 유심히 살폈다.
그는 코트에서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전위에 서 있을 땐 상대편 선수들을 매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었고 고요한 호수를 떠다니는 오리가 물 밑에서는 발이 쉴새 없이 물질 하듯 그의 발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볼, 어떻게 해서든 넘어오는 볼, 그에게 있어 볼은 이유 불문하고 상대편 코트로 넘겨야 하는 것이 테니스의 모든 것처럼 보여질 정도로 볼 하나에 집착했다.
파트너의 쉬운 실수는 그에게 있어 용납이 되지 않았고 본인 역시 파트너에게 요구한 것보다 더 집중하며 실수를 줄이며 게임을 했다.

▲ 착지 자세

그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성 회장의 전체적인 스윙 자세는 타인의 눈길을 끌기에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유심히 스트로크를 살펴보면 확실하게 라켓 면을 만들어 정확하게 볼을 임팩트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본인이 보내고자 하는 목표 지점에 보다 정밀하게 볼을 보낼 수 있다는 말과 일맥 상통한다. 자연히 실수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이 대목은 테니스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공격이건 수비이건 손목을 잘못 쓰면 아니 쓴 만 못하다는 것은 누구든지 알고 있다. 성 회장은 화려한 기술보다 볼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손목을 쓰지 않고 정확히 임팩트하는 것을 선택하였는지도 모른다.
“ 볼을 끝까지 보고 정확하게 대주기만 하면 실수를 할 이유가 없다 ” 그가 게임 중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명문클럽 박주현 총무는 성 회장의 우승 비결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 회장은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하고 정말 몸 관리에 철저하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경기 잡힌 날엔 탈 날까 봐 절대 이상한 음식은 손도 안댄다"고 말했다. 코트에 일찍 도착한 것도 그런 일련의 몸 관리와 같은 철저한 준비성으로 비쳐진다.
우승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파트너 선택이긴 하지만 파트너 덕도 한 두 번이지 사실 그렇게 많이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은 우승자에 걸 맞는 실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코트 취재에 앞서 KATA 사무실에서 성회장의 테니스관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테니스가 그에게 있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협회를 조직 운영해 왔는지 그 노하우를 들어보자.

▲ 한국테니스진흥협회 성기춘 회장

-테니스 구력은
=1986년에 처음으로 테니스에 발을 들여 놓으니 30년이 조금 안된다.
-2006년엔 도봉구청 실업팀을 창단했고 또한 그 해 연말엔 1,2대 신충식 회장에 이어 3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지금까지 KATA를 이끌어 오고 있는데 그 힘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 내가 이끌고 있는 KATA는 선후배 관계가 확실하다. 선배는 후배를 아끼며 이끌어 줄 줄 알고 후배 역시 선배들의 노고와 희생을 알고 있기에 그런 부분이 협회를 이끌어 나가는데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또한 나는 테니스를 그 무엇보다 좋아한다. 여러 곳에서 유혹도 있었지만 나는 내 테두리 안에서 인생을 즐겁게 살자는 철학이고 나의 테두리는 바로 테니스다. 회장이 테니스 없인 살지 못하고 회원들이 서로를 위해 주는데 모임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이만큼 더 중요한 근간이 어디 있겠는가.
-KATA와 같은 조직을 운영하려면 자금이 필요할텐데
=우리 KATA의 모든 행사나 대회는 주로 후원에 의해 치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참가자들에게 참가비를 받긴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 퍼시픽을 예로 들자면 우리 KATA에게 아무 조건도 달지 않고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해 준다. 또한 코오롱(헤드)에서도 우리에게 많은 도움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해주고 있다. 단체를 운영함에 있어 이런 외부 후원은 정말 중요하다. 이렇게 외부로 부터 도움을 받아 KATA의 이름으로 개최되는 지방 대회에 협회 차원에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외부로 부터 그렇게 후원을 받기가 녹록하지 않을텐데
=우리에게 후원하는 이유가 광고 효과도 있겠지만 친분 관계가 잘 형성이 되어야 한다. 오랜 친분과 인맥 관계없이 광고 효과만 바란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웃음).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났다. 혹시 하반기에 KATA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은
=10월 말에 엘리트와 동호인이 한마음으로 어우러지는 대회를 계획하여 추진하고 있다. 평상시에 엘리트와 동호인을 혼합해서 대회를 해보고 싶었다. 대형 스포츠 브랜드에서 도와주는데 3일간은 엘리트(12,14,16세부)대회를, 4일간은 동호인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일요일엔 엘리트와 동호인 모두 준결승과 결승전을 함께 치룰 예정이다.
-후원사는
=지금 알려주고 싶지만 조금은 더 대회 준비를 한 후 알려 주겠다. 그 시기가 되었을 때 테니스피플에 제일 먼저 알려주겠다.
-만약 테니스가 없었다면?
=아마도 난 도박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웃음). 난 승부에 집착하는 성격이다. 테니스든 뭐든 일단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린 연습 게임도 무조건 단 돈 1만원이라도 걸고 한다.
-지금까지 총 130회 가까이 우승을 했는데 그 비결은
=일단 끝까지 볼을 보고 정확하게 볼을 라켓에 맞춰야 한다. 볼을 끝까지 보고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난 레슨과 함께 대회에 출전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대회에 많이 다녀야 한다.
-파트너 덕은 없는가?
=물론, 파트너 덕을 봤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그러나 계속 파트너를 바꿔서 하는데 꼭 파트너 덕이라 할 수 있는가?
상대편이 누구에게 볼을 많이 주겠는가? 나에게 많이 준다. 얼마 전에도 오픈부에서 3주 연속 3등을 했는데 젊은 사람들, 강한 볼을 치는 사람들 볼이 나에게는 더 쉽다. 배구를 보면 코스로 살짝 살짝 스파이크 하는 게 더 어려운가? 아니면 “팡”하고 강하게 스파이크 때리는 걸 블로킹 하기가 더 쉽지 않은가? 복식에서 혼자 잘해서는 절대 우승하기 힘들다.
-언제부터 싸움의 기술(경기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는가?
=대회를 많이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며 터득하게 되었다. 9연승을 비롯 1년에 최고로 13번까지 우승했으며 만 7년 동안 랭킹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버겁기 시작한다. 나보다 훨씬 젊은 사람들과 공을 많이 치는데 점점 체력적으로 힘들어 지는걸 느끼고 젊은이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니까 요즘엔 공이 잘 안된다.
-혹시 나이때문에?
=나이 때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제 집에 들어가면서 “ 왜 볼이 잘 안될까? “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 결론은 “내가 게으름을 피웠구나”로 얻었다.계속 레슨을 받다가 여름에 레슨을 안받고 좀 놀았더니 발에 힘이 빠진 거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무거운 라켓으로 스윙 연습을 종류별로 200번씩 하고 나왔다.과거 몇 회 우승을 했느냐 보다 현재가 중요하다. 지금 볼이 안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얕잡아 본다. ”이제 성기춘이도 다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난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더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한다.
-그동안 상금으로 번 돈도 꽤 될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많지 않다. 우승 했다고 내가 쓰는 게 아니고 주변인들에게 베풀기 때문에 나에겐 그리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없다. 우승했다는 그 자기만족이 나에게 큰 상이지 상금은 그냥 따라오는 거다. 난 인생을 테니스와 더불어 사는 사람이라 오로지 운동하는 것이 좋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테니스로 이루지 못한 것은
=내가 테니스로 무엇을 이루었겠는가? 보다시피 내가 돈이 많은가?. 인물이 좋은가?
내가 큰 대회를 많이 다니고 우승도 많이 하다 보니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은 내 얼굴은 몰라도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아니까 이리저리 관계망 형성이 잘 된다. 테니스로 인해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좋은 사람 만나서 운동하는 것.그것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이다.

테니스로 인해 많은 좋은 사람을 알게 되고 그들과 만나서 운동하는 것이 본인에게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이라 말하는 KATA 성기춘 회장은 앞으로 3년 정도 본인이 더 협회를 이끌다 훌륭한 분에게 그 자리를 넘겨 줄 거라 했다.

그는 분명 테니스에 폭 빠진 사람이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되니 삼일 회계 법인에 취직한 아들이 얼마 전 결혼하여 행정고시 패스한 예쁘고 똑똑한 며느리를 맞이 했다며 아들 내외 자랑을 한다. 자식과 며느리를 은근 자랑하며 흐뭇한 미소가 절로 얼굴에 지어지는 걸 보며 이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랑은 자식 자랑이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코트의 냉철한 승부사인 그도 결국은 아버지였던 것이다.
생각만 해도 절로 미소 지어 지는 며느리를 보았으니 때가 되면 손주가 태어 날 것이다.
동호인 대회를 키우며 테니스의 판을 키웠던 그 마이더스의 손이 본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손주를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본다.

글 사진 방극용 기자  대담 박원식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