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한국은 우즈베키스탄한테 종합전적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정현은 첫날 에이스 역할을 보여줬다. 그날 2세트 4개의 서브에이스와 전략을 바꿔 네트대시 들어오는 파이지에프를 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 라인에 찔러줬다. 기자는 정현경기를 티비와 온라인중계를 매일 챙겨봤지만 실제 앞에서 터져 나오는 볼줄기와 탄성소리를 눈앞에서 보니 색달랐다. 3세트 4세트는 파이지에프가 총 11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며 흐름은 우즈베키스탄으로 기울었다. 관중들은 마음 한구석에서는 조바심이 찾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정현이 여유로워 보였다. 왜냐 본인 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5세트는 그 집중이 한 순간에 경기를 끝냈다. 파이지에프는 5세트에서 첫 서브확률이 48%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브레이크 찬스도 한 개도 없었다. 반면 정현은 총 포인트는 28-11로 완벽했다.

 

기자는 2번 주자로 나선 이덕희에게 기대를 많이 했다. 코트에 들어온 이스토민은 이덕희랑 2번의 매치라 상대를 잘 아는 표정이였다. 1세트는 이덕희가 달라보였다. 파상공세에도 마치 그는 더 공격해달라는 눈빛에 이스토민을 쳐다보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서울 게 없었다.

 

이덕희는 1세트를 선취하고 2세트부터는 이스토민 존에 걸려들었다. 함정이었다. 사람들은 이스토민이 노련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본인이 좋아하는 코스를 100개면 100개, 1000개면 1000개를 그 똑같은 지점 그대로 성공시킬 줄 아는 선수였다. 이덕희가 애드코트에서 리턴 중 8개의 에이스가 사이드라인 똑같은 지점에 딱 들어왔다. 이 선수는 중요할 때 본인이 좋아하는 코스를 정확히 넣을 줄 알았다. 이덕희는 선전했으나 아쉽게 졌다. 이덕희는 총 3개에 서브에이스를 했으나 이스토민은 17개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확실히 서브차이가 컸다.

 

1승1패로 복식에 목숨을 걸어야 예상대로 2승1패로 셋째날 경기하나만을 이기고 2회전에 진출할 수 있다. 선수들은 다소 긴장된 모습들이 보였다. 이 복식만이 승리해야 총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3세트까지는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모두 덩실덩실할 정도로 흥겨웠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서기 때문이다. 정현의 한층 더 보강된 서브와 임용규의 덩크 하이발리까지 가차 없이 코트바닥 구멍 날 정도로 두들겼다. 한 관중석에 있는 동호인은 “내가 복식 본 것 중에 이렇게 새처럼 날아다니는 복식조는 처음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베일에 가려졌던 파이지에프가 리턴 베이스라인 한 발짝 붙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자는 리턴하는 상대방 발만 유심히 봤다. 그는 빠른 리턴으로 이스토민의 전위 대시를 빠르게 끝내기 위해 잃을 것 없이 계속 앞으로만 전진했다. 한국은 이 벽을 허물기 위해 밑으로 담그고 강, 약 템포로 완급 했지만, 기습 로브력이 부족했다. 경기는 2-3으로 역전패 당했다.

 

마지막날 정현이 이스토민잡고 이덕희가 파이지에프를 잡는 시나리오가 나오길 기도했다. 하지만 미디어실로 들어온 순간 정현이 왼쪽 발 뒤꿈치 부상을 입어 권순우로 교체됐다고 다른 기자가 얘기해줬다.

 

순간 해볼만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권순우의 패기가  3일동안 지친 이스토민을 괴롭힐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SPOTV방송 해설위원 부스 밑에서 경기를 보며 캠코더로 동영상촬영을 시작했다. 기자는 데이비스컵을 보면서 이렇게 소름이 날 정도로 경기를 본 것은 난생 테니스하면서 처음이다. 대타로 들어온 권순우가 약 800명 관중들을 사로잡으며 2세트까지 이스토민을 능가했다. 감동이었다. 첫 데뷔전이고 어린 나이에 긴장을 해서 실수가 나올까 생각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이스토민은 다시 흐름을 잡기 시작했다. 뒤에서 능숙하게 기다리다 앞에만 오면 실수 없이 성공하며 세트를 가져갔다. 이 경기에 백미는 타이브레이크 7-7, 8-8, 9-9...12-12였다.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쥘 정도로 명승부였다. 경기는 아쉽게 졌지만 이날, 마지막 권순우는 쥐가 날 정도로 포기 없이 다 쫓아가서 넘겼다. 그때 알았다. 그대들에게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만큼 그 무게가 무겁기에 포기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젊은 나이로 똘똘 뭉쳐 한국테니스 팬들에게 선진테니스를 보여줬다. 관중들과 하나 된 경기는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