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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걷고 싶은 거리
이병효(스포츠 칼럼니스트)  |  bbhh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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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30  13: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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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다일밥퍼나눔운동본부 앞 공터에서 진행된 제 24회 '다일공동체 거리성탄예배'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가운데)과 권택명 외환은행나눔재단 이사(왼쪽에서 첫번째)가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현 시장이 당선되고 11월16일 취임했으니 수도 서울의 조타수가 바뀐 지도 벌써 7개월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미국 대통령이 당선직후 정치적 비판을 받지 않는 허니문 기간이 보통 1백일 정도니까 서울시장은 이제 엄격한 잣대로 평가를 받기 시작할 때가 된 셈이다.

박시장이 얼마나 시정을 잘 꾸려갈 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다소 실망스런 점이 없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전임 오세훈 시장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느냐고 보는 사람도 꽤 있는 성 싶다. 2010년 선거에서 떨어진 야당의 한명숙 후보는 아무래도 직무능력이 떨어지고, 2011년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나경원 후보는 “자식 위하는 것 말고 언제 남을 위해 살아봤느냐”는 비판을 받은 것에 비하면 두 사람은 그나마 정치적으로 행운아라고 볼 수도 있다.

전임 오세훈 시장은 잘생긴 얼굴에 ‘오세훈 정치자금법’과 불출마 선언으로 클린 이미지를 쌓아올려 유권자의 호감을 얻었다. 더욱이 시장에 취임한 뒤 디자인과 국제화, ‘한강 르네상스’를 내세우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오 시장은
첫째, 시민의 민생보다는 서울의 겉모습에 너무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둘째, 버스의 임산부 배려석 지정 등 모든 일을 보여주기 이벤트 중심으로 처리했다.
셋째, 무상급식 문제를 빌미로 시장 직을 내던진 것은 정치적 저의가 깔려있다는 의심의 대상이 됐다. 개인적으로, 디자인 서울을 내걸면서 버스 정류장 표지판에 정류장 이름을 너무 작게 써놔서 노안으로는 읽기 어렵게 방치한 것은 이해가 안 간다. 현재 표지판은 2004년 이명박 시장 때 만든 것인데 시내버스에 컬러 코드를 도입하며 청색 또는 녹색 정류장 표시만 커다랗게 만들고, 정류장 이름은 젊은이들 눈에나 보이도록 자그맣게 써놓았다. 중국의 지방도시에 가도 GPS 도착안내판은 없을지언정 정류장 이름은 또렷하게 보이도록 해놓은 것만도 못하다.

박원순 시장은 우선 소탈한 모습으로 시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재건축 정책에 메스를 가하고 길거리 흡연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 것도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재건축 및 뉴타운 정책 수정은 2011년 4월 전임 시장 때 이미 발표한 내용이다. 길거리 금연 역시 2010년 시 의회가 제정한 금연조례에 따른 것이고 부산, 울산 등 전국 지자체의 3분의 1이 동시 추진하고 있는 사항이다.
 
이밖에 서울대공원의 돌고래를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에 풀어주겠다고 기자들을 불러 발표한 것이나 일본 관광객으로 변장해 명동을 둘러보았다는 것은 일과성 해프닝에 가까워 보인다. 또 얼마 전 장애인 출산에 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나 마이크 샌들 교수를 데리고 쌍용자동차 노조의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간 것은 일반 시민보다는 지지계층을 의식한 제스처로 여겨졌다.

현 단계에서 박 시장의 문제점은
첫째, 시민 전체의 권익보다는 일부 이익집단에 도움을 주는 데 주로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둘째, 돌고래 건 때 드러났듯이 매사에 ‘정치적 정답’에 과민하고 ‘언론플레이’에 치중하는 성향이다.
셋째, 아직까지 뚜렷한 서울시정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민 가운데 누구에게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보기 좋고 생색 나는 일에 전념했다면, 박 시장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집단 보호에 몰두하는 나머지 중산층 시민를 돕는 일에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박 시장은 오 시장의 잔여 임기 동안 시장 직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선거로 시끄러워지는 올 가을 이전에 확실한 비전과 주요 정책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지난 6년간 박 시장이 운영해온 ‘희망제작소’가 탁월한 정책구상을 내놓지 못한 것을 보면 큰 기대는 난망이다. 그렇다 치고, 그가 앞으로 2년 동안 정작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고대 로마 이래 도시행정의 기본은 깨끗한 거리, 안전과 범죄예방, 그리고 ‘풍성한 시장’이다. 서울은 이런 점에서 완벽하다고는 못해도 어느 정도 여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욕심을 부린다면, 서울시 공무원을 3분의 1쯤 감원하고 예산도 40% 줄여서 서울시 부채를 청산한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하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동사무소를 소수 요원의 복지사무소로 개편하고 지하철역에 민원서류 발급기만 놓아도 된다. 동사무소 업무의 80%는 주민등록과 인감증명 발급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도서관 1백 곳, 탁아소 1천 곳을 만드는 것도 괜찮은 정책이다. 그것이 힘들다면, 서울시장이 임기 내내 지하철과 버스만 타고 다니는 모습만 보여도 좋다. 이것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태국의 퇴역장성 짬롱이 방콕시장을 지낼 때 그렇게 했다. 시장이 바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각하기 나름이고, 도쿄의 이시하라 신타로는 일주일에 평균 2~3일만 출근한다고 한다.

이것저것 다 못하겠다면 한 가지만 청하고 싶다. 서울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우선 6차선 이상 도로는 순차적으로 2개 차선씩 줄여 보도를 넓히고,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 4차선 도로는 2개 차선을 보도로 돌리면서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2차선 도로는 1개 차선만 차량 통행을 허용한다. 노점상은 면허제를 도입해서 비싼 임대료 내는 자영상인 권익을 보호해줘야 하고, 노상 주차 및 적치물은 철저히 단속해서 최소화한다.
보도로 주행하는 오토바이는 벌금 1백만 원을 물리고, 자전거도 전용도로로만 다니게 한다. 빌려 타는 전기자전거와 카풀을 적극 권장한다.
길거리 금연을 어기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과태료를 물리고, 침 뱉지 않도록 신문·방송에서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교통위반자를 사진 찍어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

지하철 부채 청산해서 이자지출을 줄이고 지하철 직원 봉급은 버스 수준과 격차가 나지 않게 조정해서 대중교통요금을 낮춘다.서울 도심과 강남 일대로 들어오는 차에는 도심통행료를 물린다. 한강 다리도 모두 걸어서 건널 수 있도록 개비한다. 끝으로, 서울시내 보도 전부를 1미터 이상 파서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최고의 재료로 포장해서 정밀 시공한 ‘명품 보도’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걷고 싶은 거리의 한 실천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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