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빠른 발과 탄탄한 임팩트 스윙으로 각종 테니스 대회에 이름을 올렸던 황인영(29)씨는 지금 라켓과 볼이 아닌 아령과 역기 등 주로 남자들이 사용하는 운동기구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다.

긴 생머리에 청순한 미모 속에서 호흡 거친 소리를 내며 남자만의 전유물로 알려진 운동을 하고 있다. 하루 평균 3시간씩 운동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황인영씨가 헬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테니스하다 손목 부상을 입어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게 됐다. 테니스 선수를 할 때부터 몸에 근육이 워낙 잘 생기는 편이라 내 몸에 근육이 어디까지 나오는지 도전하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황씨는 지난 7월 17일‘뷰티 바디코리아’대회와  7월 24일 ‘나바코리아’대회에 출전했다. 한 대회를 치루고 난 뒤 예민한 속에 또 치룬 대회이지만, 그녀는 대회를 즐기고 있었다.

대학과 실업 테니스 선수를 하다가 이렇듯 테니스대회를 뒷전으로 하고 갑자기 ‘근육 만들기’ 삼매경에 빠졌다.  황씨는 테니스 선수할 때 보다 먹는 것에 더욱 예민하다. 몸이 망가지기는 쉬워도 다시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씨는 하루 세끼, 단백질 닭가슴살, 소고기, 돼지고기(살코기)와 탄수화물로 현미밥과 고구마, 여러 가지 채소와 견과류 등을 골고루 섭취한다. 테니스 선수 시절에 가끔 아침식사를 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스포츠 모델‘의 길을 택한 이상 황인영씨는 제 시간에 골고루 섭취해주는 것을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다.

같은 식단을 매일 반복해서 제 시간에 먹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배가 안고파도 먹어야 근육의 손실도 없으면서 지방을 커팅할 수 있다.한마디로 몸이 재산이라는 것이다.
먹는 것에 신경을 쓸 뿐 아니라 몸을 만들기 위해 테니스코트 대신 헬스장을 찾는 경우가 잦다.
황씨는 “헬스장에서 3시간 정도 몸을 만든다. 짧은 시간 안에 짧고 굵게 운동하고 끝낸다. 테니스라는 지구력 운동을 오래 한 탓인지 두~세시간해서는 뭔가 성이 차지 않아 좀 더 오래 하는 편이다. 그런데 조금씩 짧고 굵게 하려고 바꿔가는 중”이라며 즐거워했다.

신보송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는 황인영

스포츠 모델에게 가장 힘든 순간은 대회를 앞두고 일주일간이라고 한다.
“대회 일주일전 부터는 정말 힘들다. 우선 밖으로 몸을 최대한 보여줘야 하는 운동이기에 음식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수분조절도 들어간다. 음식 섭취를 줄이면 몸이 많이 힘들기 때문에 대회 일주일 전부터는 과도한 운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무게가 가벼운 기구로 개수를 늘려 여러 번씩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회 하루 전에는 운동을 쉬는 경우가 많다. 근육이 무리하면 근육통이 오기 때문에 포즈를 취할 때 펌핑(부풀리기)이 잘 되지 않는다. 근육에게 휴식을 준다고 보면 된다.”

어려운 몸만들기 과정을 거치면서 보람도 있다고 한다. 황인영씨는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몸도 이렇게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 근력운동을 한다고 하면 몸이 우람한 근육으로 생긴다고 생각 하는데 몸매가 바뀌면서 오히려 옷 핏이 더 잘 살고 라인이 잘 잡히고 예쁜 몸매로 바뀌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황인영씨는 모델로서 내세울 부분인 다리근육이 잘 갈라져서 다리 각선미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다만 하체에 비해 상체 쪽이 부족해 상체 보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몸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하다보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황인영씨는 몸을 만들면서 그동안 대회에 두차례 출전했다. 입상이 목적이 아니라 남들 보는 앞에서 부끄럼없이 무대에 올랐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황인영씨는 앞으로 운동량을 늘려 근육과 신체 균형미 40%, 신체 컨디션 40%, 전체적인 외관이 20%를 차지하는 피규어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몸 특성상 근육이 잘 갈라져 피규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황인영씨의 남자친구(고병용)도 몸에 몰입을 하는 '스포츠모델'이다.
한국체육대학시절 부터 몸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군대 제대 이후 한번쯤 몸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운동을 꾸준히 하다가 트레이너에게서 “이왕 몸 만든 거 대회에 한번 출전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몸에 빠진 커플이 코트 밖에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헬스와 테니스를 같이한 황인영씨에게 둘 중 어느 것이 편할까.
“헬스는 손목 수술 이후 재활 겸 시작한 운동이다. 아직도 손목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테니스를 많이는 못하지만, 앞으로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 올려 더 많이 할 생각이다. 헬스보다 더 힘든 게 테니스이기 때문에 선수 은퇴하고 난 뒤에도 테니스를 절대 게을리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황인영(29)

출생 1988년 9월 24일 경기도 남양주시
학교 원삼초등학교-전곡중학교-전곡고등학교-한국체육대학교-안동시청(4년 활동)
신체조건 160cm 52kg
자격증 전문 스포츠지도사 2급, 유도초단, 윈드서핑자격증
소속 7기 요넥스팀

국내대회 주요 성적
2006년 제87회 전국체전 여자고등부 경기도대표 단체전(은메달)
2007년 제62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혼합복식 3위(고병룡 황인영)
2008년 제89회 전국체전 여자대학부 서울시대표 개인단식(금메달)
2010년 제64회 춘계대학 테니스연맹전 여대부 개인단식우승

 <테니스 외에도 길이 있다>연재 구상

초등학교 때부터 테니스를 해서 이형택이나 정현처럼 프로선수로 활동하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1천명중의 1명이나 될까. 우리나라 테니스 선수의 경우 대학에 진학해 실업 선수로 입단하는 경우는 한해 남녀 통틀어 10명도 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팀에 들어가지 않으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도 없다.

선수 생명은 끝난다. 15년 이상 테니스에 전념했지만 그 이후 테니스 선수들의 설 자리가 없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교실에 들어가는 경우보다는 테니스코트와 라커룸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고, 손에 남들처럼 책을 들기보다는 라켓 그립을 만지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컴퓨터도 해야 하고 영어도 할 줄 알고 어떤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춰야 사회에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테니스 선수들은 설 자리가 별로 없다.

그렇다고 테니스 지도자의 길이 열려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나 실업팀의 지도자로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격이다.

한두 명이 모여 아카데미를 차려 동호인과 선수들을 지도하지만 그것도 장기지속형 프로그램은 아니다. 저마다 '선출'들의 고민이 많다. 테니스 선수 출신 가운데 제2의 길을 택한  '선출'들을 발굴해 계속 소개합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