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9월 1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결승에서 프랑스 4인방의 승리는 9년간 무패 행진을 기록한 미국의 윌리엄 틸든 팀과 싸워 거둔 엄청난 결실이었다.

테니스 발상지를 자처하면서 1900년부터 시작된 데이비스컵에서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자존심 상한 것을 한번에 날려 버리는 일이었다.

세계 챔피언이 된 프랑스 팀은 이제 예선 라운드를 거치지 않고 결승에서 도전하는 팀을 기다리게 되는 입장이 되었다. 그것도 안방에서. 그동안 미국과 영국 그리고 호주가 나눠가졌던 데이비스컵 패권에 프랑스가 끼어들게 되었고 잘하면 안방에서 우승을 계속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때 극성스런 관중의 응원이 필요했다. 국가대항전에서 선수들의 힘은 응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곳에서 경기를 하게 된다면 그 우승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단 장 보로트라 (1898-1994), 자끄 부르농 (1895-1978), 앙리 코셰 (1901-1987), 르네 라코스테(1904-1996),프랑스 4인방이 건재하다는 조건에서다.

그래서 파리의 대표적인 테니스클럽인 프랑스 레이싱 클럽과 프랑스 스타드 클럽이 이 일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경기장 건립을 위한 모금 접시가 파리 시내 주요 지점에 설치되었다. 파리 한 복판인 오페라 극장 가르니에와 샹젤리제 그리고 부유층 사교장소인 리츠 살롱에 모금 접시가 놓여져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일을 포기했을때 두 사람이 나섰다. 피에르 질루와 에밀 레져가 테니스코트와 스탠드를 짓는데 나섰다. 피에르 질루는 데이비스컵 프랑스 우승 팀 감독이었다. 피에르는 앞서 언급한 레이싱 클럽의 회장은 아니었다. 회장은 따로 있었다. 에밀 레져는 프랑스 스타드 클럽의 회장이었다. 이 두사람의 도전 정신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결과 3.25헥타아르(약 9830평)에 해당하는 면적을 정부로 부터 양도받았다. 이 정도 규모는 종합 경기장을 지을 정도였다. 1927년에 땅을 양도받는 일이 마무리됐다. 9월 10일 우승하고 나서 3개월도 채 걸리지 않아 뜻을 세운 부지가 확보되었다. 그 땅은 좌우로 생 클루 길과 플뢰리스트 사이에 놓여 있었고 아래 위로는 프린세스(지금의 수잔 랑글렝 코트 위치)와 도퇴이유 길 사이에 피자 조각처럼 길게 놓여져 있었다.

파리 시청 녹지과에서는 부지를 클럽에 양도해 주면서 두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동안 경작하던 땅은 그대로 경작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첫번째 조건이고 부지 사용에 대해 수시로 생물환경 위원회의 감독을 받으라는 것이 두번째 조건이었다. 파리 시에서는 개발 허락을 했지만 의회에서는 자연 그대로 땅을 사용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지금도 실내코트를 짓는다든지 코트 리모델링을 하자는 제안이 프랑스테니스협회에서 나오지만 경기장 주변 사람들이 자연친화적인 것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원칙을 지킨 가운데 1918년 1차세계대전중에 전사한 프랑스 스타드 클럽 회원, 롤랑가로스를 기려 테니스코트 이름으로 정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이름난 건축가 루이 포르 뒤자리(Louis Faure Dujarrie)에게 미래 지향적인 센터코트 설계를 맡겨 오늘날 필립 샤트리에 경기장이 탄생하게 되었다.

프랑스는 1928년 데이비스컵 첫 우승을 기념으로 만든 그 코트에서 5년 연속 데이비스컵 우승하는 기쁨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