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의 서브 후 착지

▲ 경기 뒤 할리스와 악수를 하는 정현

한국테니스 간판스타 정현(한체대, 삼성증권 후원)이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프랑스의 퀸틴 할리스에게 패했다.

기자실 복도에서 마주친 일본 기자들이 "정현 경기 어떻게 되었나요" 묻길래 "lost(졌다)"라고 답하니 소리내어 웃었다.  기자로서는 당황했다.   어찌 남의 우울함을 소리내어 웃는 지.  쫓아가서 따져 물었다.  일본 기자들은 기자를 살살 달래면서 일본도 니시코리가 투어에서 1회전에 탈락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정현은 아직 스무살이니 어리고 앞으로 기회가 많다. 이길 일도 많고 질 일도 많다는 것이다.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투다.

일본 기자들은 자국 선수 경기를 주로 취재한다.  니시코리가 99%고 나머지 도이 미사키, 타로, 나라 구루미 경기 등에는 벌때처럼 몰려 들지 않는다. 그들 눈에는 오직 니시코리밖에 없는 것 같다. 

일본 기자들은 기사를 쓰더라도 '이겼다, 졌다' 승패를 쓰고 인터뷰를 담지 그 이상은 잘 하지 않는다. 대회 이모저모 등은 잘 담지 않는다.   <테니스피플>은 이기면 왜 이겼는지 졌으면 왜 졌는지 쓰고, 경기중 선수 매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언급을 한다.  대회장도 구석구석 다니며 우리 테니스에 뭐 도움될것이 없나 살펴본다. 한쪽에선 오지랖이 넓다 하고 한쪽에선 투어 선수 1명이 아쉬운 우리나라 입장에서 한명이라도 더 잘되어 세계 무대 활약하길 바라고 우리나라 테니스 문화를 위해 도움되는 일을 한다고 격려하기도 한다. 아무튼 한국 <테니스피플>과 일본의 언론은 테니스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다시 정현 이야기로 돌아가서, 정현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지는 것에 대해 익숙해 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현은 100위에 벼락같이 올라가 50위권에서 기라성 같은 선수와 상대해 쉽지 않은 경기를 지난 1년간 했다. 

정현은 이번 프랑스오픈 1회전 뒤 한시간도 채 안된 시간에 인터뷰를 했다. 프랑스오픈 경기 결과에 대해 정현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최근 투어에서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유감없이 나타냈다.  기자는 왜 이기지 못했는지는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첫세트에서 서브 게임을 잘 지키지 못했다.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상대 서브가 좋았다. 

-주니어때 이긴 적이 있는 선수인데 이번엔 이기지 못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기고 지기를 반복했던 선수다.

-경기 들어가기 전 코칭스태프와 어떤 이야기를 나눠 대책을 세웠나

=경기 전에 특별한 주문을 받지는 않는 편이다.

-앞으로 투어무대에서 활동을 하는데 무엇을 더 보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나

=기술, 체력,정신적인 면 등 모든 측면에서 보강을 해야 할 것 같다.

-군 훈련소 기간을 마치고 올해 전반기 일정이 아주 바쁘게 돌아갔는데 힘은 들지 않았나

=모든 투어 선수들이 비슷한 일정으로 움직인다. 나만 특별히 힘든 일정을 가진 것은 아니다.

-상대 선수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했나

=경기를 해봤고 어떻게 하는 지 알고 있으니 경기 들어가 잘 풀어보려고 했다.

-중요한 순간에 포핸드 실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다

=인정한다. 그것도 실력이라고 본다. 

-투어 대회 출전 이전에는 포핸드 문제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되었는데 투어무대에 들어서면서 포핸드 문제가 나온 것 같다

=그것이 내 수준이라고 본다. 앞으로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포핸드 보강방법은 

=꾸준히 연습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본다.

-연습은 어떻게 하나 

=안되는 것을 코칭 스태프와 상의하고 연습한다.

-이번 프랑스오픈 대회 초반에 파리에 비가 자주 내려 연습하는 데 불편했을 것 같은 데 훈련은 어떻게 했나

=대회 준비는 잘 했다. 앙투카 코트는 선수들에게 오전과 오후 1시간씩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

=특별하게 불편한 점은 없다. 

-지난해 윔블던 본선 1회전에 출전했는데 이번이 두번째다. 앞으로 일정은

=잔디코트 대회를 바로 준비할 생각이다. 잔디 대회는 1년중에 한달 밖에 안한다. 미리 가서 준비하면 경기하는데 도움이 된다. 

▲ 정현의 포핸드

그렇다면 정현은 왜 프랑스오픈 2회전에 오르지 못했나.

정현은 프랑스오픈 본선 1회전에서 그동안 투어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포핸드가 문제로 대두됐다. 포핸드의 볼줄기가 긴 반면 스핀 앵글이나 센스 있는 맛이 부족했다. 예전에 발휘했던 사이드라인에 쩍적 붙이던 예리한 맛이 없어졌다.  주니어 시절 같이 성장한 동갑나기 퀸틴 할리스의 서브는 정현에게 통했다. 정현은 할리스의 리턴을 의외로 힘없이 받다보니 속수무책으로 게임을 내줬다. 브레이크 기회가 전혀 없지 않았지만 반전의 기회로 삼지 못했다. 엔드 체인지때 벤치에서 당당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현의 이날 플레이는 그냥 받아치는 백보드 같았고 상대의 약점을 간파해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포핸드쪽으로 오면 연결구나 득점으로 이어졌다. 서브와 포핸드, 네트 플레이 모두 정현이 약점을 간파하는데 힘들었다.

클레이코트의 특성은 볼이 느리게 온다. 바운드되고 느리게 치다보니 끈기와 체력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가능하다. 정현은 스무살 나이에 프랑스오픈 본선 첫 무대를 맛봤다.  1년 사이에 큰무대와 큰 선수를 상대해 보면서 자신의 오답 노트를 얻었다. 중요한 순간에 이기기 위해 일부러 계속 져보라는 히딩크의 방식도 있다.  112위인 정현은 다음 그랜드슬램인 윔블던은 예선부터 뛰게 됐다. 앞으로 투어 본선은 현재 랭킹으로는 어렵다. 국내 유일의 투어 선수인 정현이 잔디코트 시즌을 어떻게 준비하고 투어 무대에서 서바이벌할 지 기대된다. 정현은 현재 스무살이고 앞으로 10년 이상 투어 생활을 어떻게 전개 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