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브링카가 네트 앞에서 패싱을 당하고 있다

22일과 23일 프랑스오픈 본선 1회전에서 남녀 시드 선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드들은 그랜드슬램에서 1회전을 제일 부담스러워한다. 평소에 투어 무대에서 별로 맞닥뜨리지 않은 선수를 만나 구질 파악이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상대 장단점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려 게임을 망치기도 한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선 그런 이유도 있지만 날씨 탓이 크다.  파리에는 연일 비가 내려 공기중에 습도가 높았다. 앙투카 코트는 물을 수시로 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촉촉하다.

대회 공식 사용구인 바볼랏 볼에는 습기를 한참 머금고 있다.  코트는 아무리 수십년 숙련된 장인들이 관리하지만 불규칙 바운드가 나기 마련이다. 

본선 1회전을 치른 선수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경기를 한 선수는 지난해 우승자 스탄 바브링카. 체크의 루카스 로솔을 맞아 1회전 탈락이 명확했다. 

3번 시드인 바브링카는 로솔과 한세트 씩을 주고 받으며 롤러 코스터 게임을 했다. 4-6 6-1 3-6 6-3 6-4로 이겼지만 5세트  5대 3까지 승리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바브링카의 원핸드 백핸드 다운더라인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포핸드로만으로는 로솔의 빨래줄 같은 타구를 막아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3세트 6대 0으로 이긴 머레이에게 닥쳐온 것은 어두움. 시간이 8시반이 넘어 일몰로 경기 속행이 어려웠다.  노련한 스테파넥은 콘택트렌즈를 끼고 있는데 어두워 볼이 잘 안보인다며 체어 엄파이어에게 경기 중단 선언을 요구했다.  1회전 경기가 비로 밀려 하나라도 더 경기를 끝내고 승자를 결정해야 하는 대회입장에서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마무리하려는 듯 했다.  스테파넥은 자신의 요구가 들어지지 않자  토일렛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다녀와서 경기중 젖은 티셔츠를 갈아입으며 시간을 충분히 끌었다.  물론 타임 바이어레이션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이후 네트 너머 선수가 안보이기도 할뿐아니라 넘어오는 공이 네트를 넘어야만 식별되는 정도로 어두웠다.두번째 하드 히터의 고전은 2번 시드 앤디 머레이. 머레이는 일단 전 힝기스의 애인이자 복식 전문으로 돌아선 라덱 스테파넥에게  1,2세트를 주고 시작했다. 3-6 3-6으로 내주고 3세트 1대0에서 스테파넥이 체력 저하로 서브게임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머레이는 짐을 쌀 형편있었다.

반면 머레이는 무슨 소리냐. 경기장에 조명이 없으면 눈에 불을 키고 하면 된다는 투로 상승세를 이어가려했다. 결국 4세트 4대2에서 자신의 서브권을 가진 채 경기가 중단됐다. 어두워 더 이상은 게임을 할 수 없었다.  

페더러는 파리와서 연습까지 하다 기권하고 지난해 우승자 바브링카 1회전 탈락할 뻔 하고, 조코비치는 앙투카 코트 베이스라인 부근 흙과 아직 사귀지 못하고 있고  머레이는 두세트 내주고 대역전극을 펼치는 등 토너먼트 디렉터 첫 해를 맞이한 기포르 제 등 프랑스오픈 대회 관계자들로서는 대회 성공 진행의 어려움이 도처에 깔려있다.

23일 대회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