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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은 자치검찰제로
이병효(스포츠 칼럼니스트)  |  bbhh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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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15  08: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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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된 내곡동 사저
검찰이 또 말썽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내곡동 사저 마련에 나랏돈을 썼다는 의혹에 대해 시늉만 내는 수사 끝에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이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돈으로 미국에 고급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혐의와 관련, 이 대통령 관련 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해 서면 조사를 한다고 하자 또 다른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이 권력자에게 고분고분한 만큼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가혹하다는 세평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검찰은 해방 후 일제 강점기 때 변호사나 검찰 서기 출신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던 탓인지 권위주의 성향이 강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집행관’이자 ‘집권자의 채찍’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예외가 있다면 2003년 노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과 전국 검사와의 대화‘에서 일부 검사들이 ’살아있는 권력‘에 드러낸 적의와 공격성이었다.

그들의 보수적 체질과 권력 지향성을 감안하면 일개 검사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방금 선출된 대통령에게 “청탁 전화 하셨죠?”하고 다그치는 모습은 뜻밖이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반응은 달랐지만 “경위를 떠나 지나치게 예의를 잃은 것 아니냐”는 것은 다수였다.

사실 노 대통령과 검찰과의 대립은 인사권문제로 이미 시작된 터였다. 전임 김대중 대통령이 군과 검찰, 국정원, 국세청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을 다루면서 신중을 지나쳐 소심에 가까운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소장 판사출신에다 여성인 강금실 법무장관을 임명하고 검찰 인사권을 법무장관이 행사하도록 하자 검사들이 ‘검찰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내세워 반발했던 것이다. 결국 노 대통령의 검찰개혁 노력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은 채 끝났고, 굳이 말한다면 재임기간 동안 과거처럼 개별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세세히 개입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는 정도였다. 그나마 정권 말기에는 이른바 BBK사건의 처리와 관련해 신구 정권 간에 일종의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검찰 개혁의 주장은 되풀이 돼왔다. 정부 수립 이래 권력이 교체되는 고비마다 특권의식과 집단이기주의에 가득 찬 ‘마피아 검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정치 검찰에 대한 매도가 줄이었다. 또 어떤 형태로든지 검찰과 접촉을 해본 일반 시민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탈옥범의 절규에 한 가닥 공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 잦았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전문지식인 가운데 교수, 문인, 기자, 신부, 승려, 목사, 판사, 변호사, 교사 등 거의 모든 직업군에는 민주화에 기여한 체제비판 그룹이 있었다. 그러나 유독 검사들만은 수직적 조직위계와 ‘검사 동일체의 원칙’ 그리고 ‘폭탄주’로 상징되는 권위주의 문화 때문인지 정의의 실현자보다는 체제수호자로서 자리매김이 이뤄졌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조선시대 사헌부가 꼿꼿하고 당당했던 것과 거리가 멀고, 일본 검찰이 상당 부분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법의 수호자로 이미지를 굳힌 것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검찰개혁 방안은 기존 검찰을 해산하고 완전히 새로운 조직과 인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또 예상되는 반대와 후유증은 실천 이후의 경각효과 및 이점과 비교 교량해 볼 문제이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고, 과거 5·16 군사쿠데타 직후의 이른바 혁명검찰도 기존의 검찰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특별검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책이 아닐 수 있다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존 검찰이 썩고 나쁘다 해서 이것을 갈아치울 때 새로운 검찰조직이 더 낫고 깨끗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혁명이 결국 부패하고 배신의 역사로 전락한다는 말처럼 전면적인 개혁도 신악이 구악을 대신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 만약 현 검찰을 폐지하고 신 검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 검찰을 제대로 개혁하는 방안이 될까. 그것은 검찰의 조직과 인원, 문화 가운데 한 가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나머지를 순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들 단계적 검찰개혁 방안 가운데 비용이 가장 적게 들면서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특검 상설화, 감사원 등 외부 감찰 강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왔다. 이들 방안은 모두 일리가 있지만 핵심은 권력을 분산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갖고 있는 기소권의 독점,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 부분적 행형권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소권의 독점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있는 공직자부패수사처를 신설하는 것은 단순히 검찰 견제만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공직 부패를 척결하는 한 가지 실질적 방안이고 기소권 독점을 타파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만 특검이나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은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고 감시기구를 감시하는 ‘옥상옥’식 관료주의 폐해가 문제다. 이와 별도로, 경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기소권도 대배심(Grand Jury)에 주어지는 반면 검찰은 공소유지권만 주어지기 때문에 검사의 지위가 대단할 것도 없고, 검찰이 발호를 할 여지도 적다.

하지만 정말 효과적인 개혁방안은 검찰 자체를 둘로 쪼개는 것이다. 현재의 대검과 고검을 국가검찰로 전환하고, 현재의 지검을 시도와 시군구 차원 지방검찰로 개편하는 방안이다. 국가검찰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임하도록 해서 옥상옥을 치우고, 지방검찰은 지방선거 때 시도별로 검사총장을 직선하도록 한다. 또 시도 검사총장은 시군구 검사장을 임명한다. 이 제도 아래서 국가검찰은 지방검찰의 권력 남용이나 인권 침해, 지역토착세력이나 조폭과의 유착 등을 견제하고, 지방검찰은 국가검찰의 부패나 정치결탁, 개인비리 등을 감시하게 된다.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서 외부에서 감시를 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지고 내부 감찰을 강화하는 것은 구두선에 그칠 공간이 크기 때문에 검찰을 둘로 나눠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더불어, 법치와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별 검찰책임자를 주민이 직접 뽑도록 하는 자치 검찰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법적 강제력의 기구를 국가권력과 전문가집단에만 맡기지 않고 국민의 손에 돌려주는 것이야 말로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하되 자치경찰의 장은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도록 한다. 현재의 경찰은 임무범위가 축소되고 권한도 제한적이라 사기가 낮을 뿐 아니라 실제 하는 일도 적다. 또 현재의 교육자치제는 폐지하고 시도 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그다지 넓은 나라가 아니어서 시도별로 독자적인 교육을 추구하는 교육자치제를 시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에 대해서는 검찰과 병행해서 국가와 지방차원으로 분리하고 법원장을 선출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차라리 대법원장 산하의 일원화된 법원조직으로 남기되 대법원장의 임명에 국민 및 국회의 의사를 더 반영하도록 하고 법관 개인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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