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를 확정한 뒤 두손을 들고 글썽이는 장슈아이

중국의 장슈아이(133위, 27세)가 호주오픈 8강에 진출했다.

장슈아이는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16강전에서 미국의 메디스 키스(17위)에 3-6 6-3 6-3으로 역전해 이기고 8강에 올랐다.

메디스 키스는 경기 시작하자 마자 대포알 같은 스트로크로 장슈아이의 서비스 게임을 잡으며 상대의 기를 죽였다. 연약해 보이는 상대에게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했다.  기선을 제압당한 장슈아이는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베이글 스코어만 면하면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경기장에 감돌았다.  1세트 6대3으로 메디슨 키스가 이기자 일부 관중들은 자정 가까운 시각이라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문제는 2세트 초반에 발생했다.  이바노비치를 3회전에서 이기고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한 메디슨은 의욕이 앞선 나머지 메디컬 타임을 사용했다.  장슈아이는 첫세트를 내주고도 자신의 플레이를 꾸준히 했다.   장슈아이의 서브는 그다지 강하지 않았고 포핸드도 위너 대신 연결구가 많았다. 다만 백핸드에서 득점을 올렸고 메디슨이 허벅지 부상으로 착지를 제대로 못한 채 날리는 스트로크를 적절히 요리했다. 2세트는 1세트의 정반대였다.  1세트가 메디슨이 주도했다면 2세트는 장슈아이가 이끌었다.  결국 6-3으로 2세트를 만회한 장슈아이는  경기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이때 관중석에서 그간 터져나온 "짜요(화이팅)" 소리 대신에 "쿼터 파이널!"의 외침이 울렸다. 퀄리파이어가 쿼터 파이널까지 가게 된 셈이다. 

장슈아이는 일부 관중의 "쿼터 파이널"소리에 흔들린 나머지 이지 에러를 속출해 3세트는 3대 3 까지 팽팽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회복되지 않는 메디슨 키스의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랠리가 이어지지 못한 채  장슈아이의 착실한 플레이가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로써 중국 여자 테니스는 리나와 정지에 이후 그랜드슬램 8강 진출자를 배출하며 여자 테니스의 전통을 이어갔다.  133위 장슈아이는 세계 47위인 시드니 태생의 조안나 콘타(영국)와 2016년 호주오픈 여자단식 4강 진출을 가린다. 

2008년부터 그랜드슬램에 꾸준히 출전해 온 장슈아이는 그동안 그랜드슬램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가 예선에서 세번을 이기고 본선에 올랐다. 본선 1회전에서 충분히 달궈진 몸으로 할렙을 이기고 2,3회전에서도 승리를 거둬 3승을 올렸다.

이번 호주오픈에서도 별 성적이 없으면 고향 텐진으로 가서 다른 일을 찾으려던 장슈아이는 세번 이겨 확보한 37만5천 호주달러 (3억 3천여만원)상금으로 투어무대를 계속 돌게 됐다. 장슈아이의 별명은 세레나 장.

중국은 이번 대회에 주니어 포함해 26명이 참가했다.

아래는 장슈아이 공식 인터뷰

-오늘 밤 엄청난 일을 했다. 기분이 어떤가

=매우 피곤하다. 

-그랜드슬램 8강에 진출한 소감은

=아주 흥분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나는 더 나아가고 싶다.

-8강전에서 시드니 출신 콘타와 경기를 한다. 콘타도 8강에 처음 오른 얼굴이다. 경기 전망을 한다면

=다음 경기를 할 정도로 시간이 없었다. 경기가 막 끝났고 나는 지금 매우 피곤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몇번 경기를 했고 같이 연습도 했다. 우리는 서로를 아주 잘 안다.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오늘 메디슨 키스와 경기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나

=상대가 부상이라 심적으로 부담이 됐다. 아주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알아 차렸다. 나는 두 포인트를 먼저 잃고 3개를 따고 에이스를 내고 해서 게임을 끝낸 적이 있다. 매 게임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틀전에 테니스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만약 테니스를 그만둔다면 무엇을 할 생각인가

=지금 당장은 휴식이 필요하다.이번 대회 들어 이미 7경기를 했다. 매일 아침 오늘이 결승전이다. 마지막 경기다 라고 생각하고 코트에 들어왔다. 그랜드슬램에선 6경기만 하면 결승에 오르는 것 아닌가. 매일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오랜 투어생활을 했다. 더 이상 대회에 출전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 홀리데이, 휴식, 부모와의 지내는 것 등등.  새로운 것을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제 8경기째 한다. 그것도 그랜드슬램 큰 무대에서 

=나는 그랜드슬램에서 이기려고 8년을 기다렸다. 하나님이 나에게 축복을 주신 것 같다. 내가 여러번 이기도록 기회를 주신 것 같다. 나는 아주 행운아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고려한다고 했는데 두달전 도쿄 10만불 대회에서 우승하고 100위내 선수를 이기는 등 이제 투어무대에서 자신감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감이 생기긴 했다.

-호주의 사만다 스토서의 볼 걸이 된 것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사만다가 1회전에서 왼손잡이 선수와 경기를 한다고 해서 내 왼손잡이 코치가 그녀의 웜업 상대가 되었다. 사만다와 내 코치가 히팅을 하는 동안 나는 볼을 주워다 날랐다. 

-매 경기마다 이기면서 별 압박은 없었나

=1회전에서 큰 상대를 만난 것이 나에겐 큰 압박이었다. 1회전에서 2번 시드 시모나 할렙을 이기고 나서 별 부담이 없었다. 시드에게 0-6 0-6으로 게임을 진다고 해도 별 부담이 없다.

-은퇴하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커피숍을 하나 차리고 싶다. 언제든지 오면 환영한다. 

-어느 곳에 차릴 예정인가

=아직 모르겠다.

▲ 장슈아이 아버지, 50세로 텐진에 살며 딸 뒷바라지를 했다

▲ 포인트별 경기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