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리 판정에 지도자가 거세게 항의하고 이에 심판이 경기 몰수패를 선언했는데 한시간만에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 등이 이를 번복해 경기를 재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테니스 대회에서 호크아이 등 전자판독 시스템에 의한 판정 번복은 있어도 레퍼리가 선수나 지도자의 행동에 제재를 한 경우를 번복하는 일은 없다.
21일 춘천 송암테니스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여자고등학교 테니스부 단체전. 서울 대표 중앙여고와 세종시 대표 세종여고의 결승(4단식+1복식) 중 단식 경기가 열렸다.
첫세트를 중앙여고 박수빈 선수가 6-0으로 이겼다. 2세트 두 선수가 접전을 펼치다 4-5에서 세종여고 엄선영의 스트로크한 볼의 옆줄 나간 판정을 놓고 벤치에 있던 세종여고 오재민 코치가 물병을 세게 바닥에 던지며 항의 표시를 했다. 코트 감독관인 박형철 레퍼리는 이에 대해 경고를 주자 세종여고 오 코치가 바닥에 재차 물병을 던졌다. 이 물병이 코트 중간에 서 있던 박 레퍼리의 발에 원바운드되어 맞았다. 이에 박 레퍼리는 세종여고 코치에게 다시 경고를 주며 몰수패를 선언했다.
경기를 하던 선수들은 코트에서 나오게 되었다. 심판들은 나머지 단식과 복식을 모두 몰수할거냐 아니냐 놓고 의견을 모았다. 대회장에 있던 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 회장과 신순호 전무이사 그리고 최현정 대회 심판장이 사안이 발생하자 긴급회동해 의견을 모아 학교에 있는 중앙여고 양주식 감독에게 연락을 했다. 2세트 4-5의 게임을 5-5로 하고 경기를 속개하자는 내용이었다.
최현정 심판장은 "전국체전은 선수들이나 학교에 매우 중요한 대회다. 1년간 준비했는데 코치의 실수로 몰수패를 당하면 큰 어려움이 생긴다"며 "대회장에서 협회장과 전무 등과 상의해 상대 학교 감독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심판장은 "해당 코치와 레퍼리간에 있었던 언사는 추후 심판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경기는 세종여고가 재개된 경기에서 이기고 다음 복식에서 이겨 종합전적 3대 1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앙여고 선수들은 "몰수패를 선언했으면 그것이 지켜져야지 번복이 되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우리는 코트에서 아무말도 안하고 경기만 했다. 전국체전 금메달을 위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데 금메달을 못따 억울하다. 심판이 오심을 해도 묵묵히 경기만 했다"고 말했다.
중앙여고 일부 학부모들은 "아무말도 안한 우리만 당했다"며 "앞으로 심판의 판정을 누가 믿고 따르겠냐"고 말했다.
중앙여고 양주식 감독은 "현장에 없어서 뭐라 말하기 어려웠지만 여러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경기를 원만하게 속개하도록 결정해 주었다"며 "절차를 어떻게 진행했냐 물었고 해당된 박형철 레퍼리와 최현정 심판장이 잘 의논해 하도록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해당 심판은 "무리한 판정은 아니다. 절차를 거쳐 경고를 했다"라며 "심판의 판정을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판정을 번복하는 일이 벌어져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전례를 근거삼아 일부 일선 코치들이 앞으로 더세게 항의하면 심판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회장에 있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어떠한 근거로 심판 판정을 번복하고 경기가 재개됐는 지, 합의하면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지 소청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 테니스 감독은 "테니스 경기의 핵심은 판정이다. 판정이 흔들리면 게임을 할 수가 없다"며 "일어나지 말아야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지도자는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코트에선 선수들이 인과 아웃이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지 코치나 부모들이 개입되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가 물병을 던지는 일이 없으니 몰수패는 더더욱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선수가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1시간 넘게 코트에 있던 경우도 있었다며 문제는 선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