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투어대회인 코리아오픈이 12번째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리고 있다. 

12년동안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한국 선수는 한명도 없다. 본선 메인 드로에 랭킹이 되어 출전한 경우도 첫대회인 2004년 조윤정 외에는 없었다. 대부분 개최국 어드빈티지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출전할 수 밖에 없었다. 혹자는 우리나라 수준에 맞지 않는 대회라며  대회 규모를 낮춰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대회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21일 예선 결승과 본선 1회전에서 이소라(NH농협은행)와 장수정(사랑모아병원)이 각각 떨어지고 본선 1회전 복식에서 홍승연(강원도청)과 한성희(KDB산업은행)가 탈락하자 관중들에게서 "우리 선수들은 파워가 부족해" "서브가 약해" "강타가 없어" 하면서 한마디씩 코트에 던졌다.  그러면서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있었다.  

국민의 돈(금융)과 기업의 자체 마케팅 노력 등으로 번 돈으로 외국 선수 불러오고 우리 선수들과 큰 격차만 보여주는 대회의 존재 이유가 있을까.  위의 선수들 격차는 해마다 반복되는 레파토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오픈은 존재 이유가 있다.

첫째, 정현처럼 테니스로 세계 무대에서 국위선양하고 자신의 명예와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선수와 부모, 특히 초등학생들과 그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관전대상이 코리아오픈이다.  

그랜드슬램 관전하러 가기 어렵고 투어대회 관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럴때 서울에서 한주간 열리는 투어대회에서 투어급 선수들의 게임을 이기려는 노력과 가만히 쉬지 않는 몸놀림 과정을 유심히 보면 투어 선수는 어찌해야 하는 지 보인다.

수백명의 남녀 초등 선수와 부모들은 코리아오픈을 찾아봄직하다.  우리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에게 21일 모두 패한 이유는 기자의 눈에 '그립'으로 비쳐졌다.  외국 선수들은 포핸드와 서브 파워를 낼 수 있는 그립을 잡고 볼을 쪼개듯 치는 반면, 우리선수들은 부드럽게 볼 터치해 넘기는 테니스를 하고 있었다.  간혹 다운더라인과 백핸드 대결에서 '손님 실수'를 유도해 득점에 성공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립의 차이가 파워의 차이로 비쳐졌다.  투어대회 경기에서 우리 선수와 외국 선수를 비교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코리아오픈은 한국테니스 오답노트다.

맨날 학교에서 공치는 것 며칠 중단하고 투어대회와서 선수들의 코트 몸놀림, 기술, 경기밖 움직임 등을 지도자가 학생에게 보여주면 테니스를 좀 더 진지하게 잘 하는 학생선수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1위 저스틴 에넹 부모는 프랑스오픈 센터코트의 비싼 티켓 끊어 딸에게 일부러 보여주며 테니스 선수로의 꿈, 롤랑가로스 필립 샤트리에 코트의 결승전에 서는 꿈을 키워냈다. 결국 그 무대에 서서 꿈을 이뤘다.  

둘째, 코리아오픈은 우리나라 테니스 관전문화를 선도하는 테니스대회다.

테니스대회중 관중, 그것도 유료 관중이 가장 많은 대회가 코리아오픈이다. 테니스=공짜, 테니스=돈이 안되는 비즈니스 라는 통념에서  테니스=유료, 테니스=돈되는 비즈니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코리아오픈이다.

해마다 추석 즈음에 대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티켓 링크에서 티켓 구매해 센터코트 입장하는 매니아들이 올해도 코트 관중석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팔에 기브스를 하고 관전하는 사람, 잠시 사무실에서 나와 카메라 피해 앉아 관전하는 사람, 테니스 초보자로 보이는 커플들이 손을 잡고 선수들의 샷 하나 하나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 등등  코트 위의 선수보다 재미있는 관중들의 표정에서 코리아오픈의 존재 이유가 있다. 고단한 삶 속에서 그나마 여자 투어급 선수들의 플레이와 테니스로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코리아오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