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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레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레나는 US오픈 여자 단식 8강에서 언니 비너스를 2대1 이기고 4강에 올랐다. 비너스가 코트를 떠나고 세레나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트를 떠나는 비너스에게 박수를 보냈고 세레나의 인터뷰를 들었다. 그리고 세레나가 코트를 떠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지난해와 올해 세계적인 선수들을 찾아 취재를 다니고 있다. 넉넉지 않은 회사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엔 호주 오픈과 차이나 오픈, 그리고 상하이 마스터즈 취재를 다녀왔다. 올해는 프랑스오픈에 이어 US오픈을 취재 중이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그리고 US오픈을 취재하면서 각 나라별로 테니스를 즐기는 관중들의 모습을 수 없이 많이 보게 된다. 아직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선수들 따라 취재하러 돌아다니다 보니 각 나라마다 특색과 장단점이 눈에 들어오고 여러 각도로 비교해 보게 된다. 호주는 호주대로, 프랑스는 프랑스 대로, 그리고 미국은 미국대로 나름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 테니스를 즐긴다.
그랜드슬램을 취재하면서 가장 처음 기자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았던 것을 한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그 기억은 지난해 호주 오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 보던 관중들이 경기가 끝나자 마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자는 "우와...이 나라 사람들 정말 성질 급하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매치가 끝났으니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어 굳은 몸도 풀고 화장실도 가려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려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극히 일부만 자리에서 이동했을 뿐 나머지 관중들은 자신의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 순간 왜 그럴까? 궁금증이 발동됐고 그들을 곰곰이 지켜봤다.
테니스 경기가 끝나자 패한 선수는 자신의 짐을 챙겨 가방을 어깨에 둘러 메고 코트를 떠났다. 장내 아나운서는 관중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에게 큰 박수를 보내 달라는 멘트를 날렸고 관중들은 떠나는 패자를 위해 ‘수고했다’는 의미의 박수를 아낌없이 쳤다. 패한 선수가 코트에서 보이지 않자 아나운서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관중들은 선수의 인터뷰에 집중하면서 선수의 말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선수는 자신의 가방을 챙겨 코트를 떠나기 시작했고, 코트를 떠나는 선수를 위해 관중들은 또 다시 박수를 보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가 코트를 떠나는 그 시간까지 관중들은 내내 서 있었다. 위에서 언급했듯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다. 선수가 코트를 벗어나다 펜스 가까이서 사인을 받기 위해 커다란 공을 들고 있는 팬들에게 사인이 시작되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기에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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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관중들이 일어 서서 세레나의 인터뷰를 듣고 있다. |
위 설명했던 모습은 파리에서도 보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뉴욕에서도 계속 보고 있는 중이다. 관중들은 경기 내내 선수들의 멋진 샷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엔드 체인지 시간에 흘러 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몸을 흔들었다. 경기 중에는 최대한 즐겁게 관전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코트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US오픈의 관중들 면면을 보면 정말 운동이라고는 해본 적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부지기 수다. 그러나 그들은 기꺼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표를 사고, 경기장을 찾아 밤 늦은 시간까지 경기를 관전했다.
즐길 줄 알고, 감사 할 줄 아는 그들의 테니스 문화가 솔직히 부러웠고 여전히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이번 달 중순이면 국내 유일의 WTA 투어대회인 코리아오픈이 열린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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