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미다스의 손, 윤용일
이형택 36위, 정현 100위 진입 동행

윤용일(41) 코치가 한국 테니스 미다스의 손으로 등장했다.‘한국 테니스 간판’ 이형택(이형택재단 이사장)과 함께 세계 36위를 기록했고 ‘포스트 이형택’으로 떠오른 정현(69위, 삼성증권 후원)과 투어 동행한 지 2년 만에 세계 69위를 달성했다.
1973년 대구출신인 윤 코치는 대구 신천초-경상중-대구상고-명지대-삼성증권 출신으로 10여년 동안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단식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2관왕에 올랐고 1995년 후쿠오카 유니버시아드 대회 단식 우승에 이어 1997년 시실리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단, 복식 2관왕에 올랐다.
윤 코치는 2000년 12월 최고랭킹 140위에 올랐고 1998년 US오픈과 2001년 윔블던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 무대를 밟았다.
개인통산 ATP챌린저 단식에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 ITF퓨처스 단식에서 우승 6회, 준우승 8회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윤 코치는 2003년 현역 은퇴 이후 소속팀이었던 삼성증권 코치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 선 후 이형택의 전담코치로 투어 무대를 함께 누비며 국제적 경험을 쌓았다.
또 윤 코치는 2010년 12월 남자 테니스 국가대표 감독이 선임되어 당시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2그룹을 강등되었던 한국을 단 1년 만에 아시아-오세아이나 지역예선 1그룹 2회전까지 올려놓았다.
100위안에 진입한 정현과 함께 금의환향한 윤 코치를 르꼬끄 서울오픈챌린저 대회장에서 만났다.

-정현이 놀랍게 발전하고 있다
=나도 사실은 놀라 정도로 정현의 성장속도가 빠르다. 벌써 본격적인 투어 무대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과거 윤 코치의 이력이 정현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나
=개인적으로 선수 시절 프로무대에 늦게 뛰어 들었다. 삼성증권 코치를 하다가 당시 주원홍(대한테니스협회장)감독의 제안으로 2005년부터 이형택의 전담코치로 투어를 돌았다. 당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을 때이다. 그때 3년 반가량 동안 이형택과의 투어무대 경험이 지금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당시 50위 돌파를 ‘마의 50위’라고 불렀는데 함께 해냈고 US오픈 16강과 함께 36위를 찍었다. 당시 이형택과 선수생활을 함께 했기에 코치 역할이라기보다는 팀 동료, 선배같은 위치로 선수가 편하게 임할 수 있게끔 포커스를 맞췄다.

-정현과 이형택을 비교한다면
=이형택과 정현은 완전히 다르다. 퓨처스를 빨리 탈피하고 챌린저로 올라가고 또 투어로 뛰어 올라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는데 평균적인 시간들이 있다. 하지만 정현은 이 모든 것을 2년 만에 끝냈다. 놀랍다.

-윤 코치는 일전에 "정현이가 퓨처스에서의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고 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주니어대회 3등급대회 이상부터는 오피셜호텔에서 숙식이 제공되어 좋은 환경에서 경기에 임할 수 있지만 가장 낮은 등급인 퓨처스는 사실 코트나 숙식 등이 열악한 환경이 많다. 정현이 눈물 젖은 빵을 안 먹은 것은 아니다. 단지 스스로의 힘으로 실력으로 그것을 너무 빨리 탈피했을 뿐이다.

-정현이 챌린저 무대로 올라 설 때는 어떻게 준비했나
=단계를 뛰어 넘을 때마다 만나는 선수가 다르다. 공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지금은 투어로 올라가니까 또 다른 레벨의 선수를 만나기에 정현에게 이런 점들을 주지시켜 주고 있다. 특히 몸관리와 함께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이런 것들을 정현이 잘 이해한다.

-외국인 코치 합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부분들에는 항상 열려 있다. 서브나 다른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필요하다면 파트타임이나 기술 코치로 쓸 수 있다. 국내에 투어코치가 많이 없고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에서 외국인 코치를 많이 초빙한다. 하지만 나도 12년 동안 투어코치를 하고 있고 정현 이전에 이형택과 투어무대와 그랜드슬램무대를 3년 반 가량을 돌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만약 정현에게 외국인 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도입할 수 있다.

-지난 2월 삼성증권팀해체로 정현에게 영향은 없었나
=복잡한 심경이었다. 삼성증권 팀이 해체되면서 나도 가장 섭섭한 사람 중의 하나다. 지난 20년 동안 삼성증권 팀이 있었기에 세계 36위 이형택이 나왔고 지금의 정현이 있다. 삼성증권 팀이 한국 테니스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도 그 속에서 한 축이었고 지금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삼성증권의 후원으로 삼성증권 마크를 달고 현이와 함께 투어를 뛰고 있는 것만큼 한편으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당시 정현에게도 큰일이었다. 정현도 그렇고 우리가 더 잘하는 수밖에 없다.

-니시코리팀처럼 정현팀이 필요하지 않나
=전담팀을 꾸리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우리는 전담 트레이너가 풀타임으로 있다. 김태환 트레이너의 도움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데 톱10 선수들도 1년 내내 전담트레이너가 붙기가 쉽지 않다. 테니스는 일대 일이다. 전담 코치와 전담 트레이너는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정현처럼 되고자 하는 주니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이유는 된다,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이형택이 36위 갈 때도, 정현이 시작할 때도 테니스계 안팎에서 안 된다고 하는 말들이 많이 나왔다. 몰라서 하는 말이었지만 슬픈 현실이었다. 우리나라에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우리끼리도 외국시합을 하면서 누가 왔으면 저 친구들보다 잘 한 건데 하면서 얘기하곤 한다. 중요한 건 도전이다. 무조건 부딪혀봐라. 그러면 분명히 기회가 온다.

-투어코치를 하면서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선수 은퇴할 때쯤 결혼했는데 결혼 초에는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이해를 많이 해주고 응원해 준다. 한때 지도자를 할지 말 지까지 고민할 때가 있었는데 아내의 조언과 응원으로 다시 일어섰다. 요즘 스마트폰이 좋아 아이들과도 거의 매일 화상으로 통화한다. 늘 미안한 건 사실이다. 외국 나가서 경기할 때 집에서도 항상 중계나 라이브스코어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투어코치로서 경제적인 수입은 어떤가
=얼마 전에 농담 삼아 자 우리도 이제 돈 좀 벌어보자며 웃었다. 통상 투어에서의 관례적인 룰과 같다. 전담 코치 급여에 정현 상금에서 일정 부분 분배를 한다. 트레이너 몫은 내가 챙겨주고 있다. 내가 숫자에 꼼꼼하지 않고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 정현과 그의 부모와 함께 깨끗하고 즐겁게 잘 맞춰가고 있다.

-지금까지 삶에 대해 중간 평가한다면
=보람이 있다. 이형택과 함께 36위를 갔을 때 나 스스로에게 감동을 먹었다. 정현과 함께 윔블던 준우승했을 때도 울컥했다. 정현이 100위를 돌파했을 때도 또 다른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지금은 또 다른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고 싶다. 정현 10위권 진입도 가능하다.

윤용일 코치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맺었다.
"포기하지 말자. 도전하자.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가야 하는 길이 맞다. 이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이 일을 못한다. 나도 단 한번 포기할 뻔 했지만 이겨냈다"   테니스피플  201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