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보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다. 도착 첫 주는 롤랑가로스의 모든 것이 신기했다. 장난감 가게 들어간 어린아이 같았다. 이곳 저곳 모든 곳을 돌아 다니고 만져보고 앙투카 흙도 먹어 봤다. 예선전을 뛰는 선수들의 사진을 담고, 페더러, 나달, 머레이, 송가 등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의 연습 장면을 보고 대충 저 선수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겠구나 하고 어줍잖은 추측도 해봤다. 경기 결과는 거의 예상대로 갔다.

 본선이 시작되고 관심 있는 선수들의 경기를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동안 어느새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프랑스오픈 2주차가 되자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이 코트에 나타났다. 페더러, 샤라포바의 경기보다 우리에겐 우리나라 주니어들의 경기가 더 중요했다. 주니어 1라운드. 우리나라 선수 3명(홍성찬, 정윤성, 오찬영)모두 2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2라운드에서 두 선수가 아쉽게 짐을 싸야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선수가 3라운드가 끝나고 짐을 쌌다. 다른 나라의 주니어들을 보고, 또 우리나라의 주니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본 기자는 잘하는 한국주니어들 남아있냐고 물었다. 고개를 저으니 "벌써"라며 자신의 일처럼 애석해 했다. 그러면서 한국 주니어에 관한 기사를 일본 잡지에 썼으니 전해주겠다고 했다.

▲ 우리는 포토그래퍼로 신청했고 롤랑가로스엔 처음이라서인지 좌석 배정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최대한 일찍 도착하여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확보했다.

 우리의 기사는 다른 매체와 달리 속보 경쟁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니어도 스트레이트(경기 결과 위주의 기사)기사들은 실시간으로 넘친다. 많은 스포츠 기자들이 롤랑가로스를 집중하고, 경기를 TV나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경로를 찾아내어 보고 있다. 그리고 세계 유수 신문사의 경기 결과 기사를 보고 신속하게 인터넷에 기사를 올린다. 어떤 매체는 체어 엄파이어가 어느 선수의 승리라고 멘트를 마치기 전에 결과 기사가 올라간다.

 그들이 이렇게 기사 속보 경쟁을 하는 사이에 우린 “왜?”를 차분히 앉아서 생각하고 분석한다. 우리 테니스피플까지 그런 스트레이트성 속보 대열에 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테니스 전문 언론으로 테니스에 관해서는 분명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위에선 언급한 “왜?”를 비롯 "어째서...어떻게 해야…”다.

아이디 카드 연장 신청을 요청 했더니 그동안 테니스피플이 롤랑가로스에 와서 쓴 기사를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기사 몇 꼭지를 보냈고 확인 후 바로 갱신 되었으니 찾으러 오라 했다.

 테니스피플이 그랜드슬램을 취재하는 이유는 단지 “누가 누구를 이겼다”는 기사를 쓰기 위함이 아니다. 그런 기사는 위에서 언급했듯 텔레비전을 보고도 충분히 쓸 수 있다. 그런데, 왜…어떻게…그럼 어떻게…라는 것은 결코 텔레비전과 유수의 스트레이트성 신문 기사를 보고서는 볼 수 없다. 경기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 앞 상황과 뒤의 상황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봐야만 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우리나라 테니스가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세계 무대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를 시종일관 생각하며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글에 담으려고 한다. 우리는 그러기 위해서 최저가 항공을 타고, 라면에 밥 말아 먹어가면서 취재를 한다. 심지어 김치 한조각없이 맨밥에 버터와 소금 넣어 먹어가며 체력을 버텨냈다. 배고플 새는 없었다. 0.95유로 바게트를 물고 다녔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직접 이곳 롤랑가로스에 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생생한 정보를 보여주려 하고, 텔레비전에서 보여주지 않는 경기 외적인 것을 최대한 보여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이곳 롤랑가로스에 둘 씩이나 온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