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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의 취재는 두 가지로 나뉜다. 그것은 Writer(펜 기자)와 Photographer(카메라 기자)다. 쉽게 이야기 하면 펜 기자는 기사를 쓰는 기자고, 카메라 기자는 사진을 찍는 기자다. 일반적으로 펜 기자가 기사를 쓰면 사진 기자가 찍은 사진을 덧 붙여 기사가 나간다.
우리는 프랑스오픈에 카메라 기자로 신청했다. 그러나 하는 일은 두가지 다 한다. 각 코트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경기를 사진으로 담고, 잽싸게 미디어실로 들어와 사진을 노트북에 다운로드 받고 기사를 써 인터넷에 올린다. 경기장에서 다 쓰지 못한 기사는 숙소에 돌아와서 쓴다. 아마도...우리가 둘 다 한다고 하면 다른나라 기자들은 기절초풍할지도 모르겠다. 하나는 어떻게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냐는 놀람이고, 또 하나는 그래서 어떻게 전문성을 갖느냐는 의구심일 것이다. 어쨌든...우린 두 가지 다 적절하게 조절해서 잘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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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코비치의 샷을 담고 있는 사진 기자들...선수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그러나 기자들은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수를 본다 |
카메라 기자의 가장 좋은 점은 어떤 코트이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십만원 하는 티켓 값을 지불해야 하는 필립 샤트리에를 비롯 수잔 랭글렌 코트도 그들이 정한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원하는 대로 수시로 들락 날락 할 수 있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등의 사진을 담아 그들의 샷과 자세를 비교해가면서 기술 기사를 쓰는 나로서는 더 할 나위없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들의 발소리, 호흡소리, 땀, 눈 빛까지 모두 바로 앞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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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담는 사진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전신이 나오는 풀 샷이다. 기술적인 부분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발 끝에서 라켓 끝까지 나와야 한다. 그리고 동작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때문에 내가 가장 먼저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고 가장 늦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솔직히 선수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는 가만히 있는다. |
카메라 기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 장비는 보통 카메라 1대 값이 카메라에 들어가는부속품까지 포함하면 1천여만원 가까이 된다. 렌즈까지 더하게 되면 기실 몇 천만원은 그냥이다. 렌즈 하나에 몇백은 기본인데 그것을 몇개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도 카메라 장비를 모두 합하면 중소형차 한대값은 된다. 그들은 보통 렌즈 2~3개를 짊어지고 다닌다. 그 무게는 기본 10~20kg은 나간다. 하루 종일 이렇게 카메라와 렌즈를 들고, 메고 다니다 보면 허리와 어깨, 손목이 욱신 욱신하다.
카메라가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쨍한 날씨에 사진을 찍으면 사실 고가의 카메라나 저가의 카메라나 별반 차이가 크지 않은 사진을 만든다. 고가의 카메라와 저가 카메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장성이다. 고가의 카메라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정 수준의 화질을 보장해준다. 악천후나 야간에도 카메라의 기능을 잘 활용하면 어느 정도 괜찮은 사진을 확보한다. 그러나 저가의 장비들은 카메라 자체에 그런 기능이 들어 있지 않거나 아주 기본적인 것만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큰 돈과 시간을 들여 외국 유명한 장소에 사진 찍으러 갔는데 장비가 문제가 생겼거나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원하는 사진을 못얻었다면 그런 낭패는 없을 거다. 사진가들이 고가의 장비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스포츠 사진기자들은 소위 장비가 깡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장 밖에서 저 멀리있는 선수들의 동작은 물론 표정까지 생생하게 담아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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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가 이렇게 나를 향해 달려오면 아주 땡큐다. 거기에 표정도 재미 있으면 더더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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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아...이런 건 정말 최악이다. 송가가 니시코리를 이기고 환호하는 모습인데 등을 돌렸다. 이런 사진은 어디 써먹을 데가 없다. 단 한순간에 일어나는 상황은 순전히 그날의 복불복이다 |
스마트폰 광고를 보면 카메라의 화소수가 1천8백만화소니 2천5백만 화소니 하며 광고한다. 화소수가 많은 휴대폰 카메라가 사진이 더 잘나오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객관적으로 따지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과장 광고에 속한다. 카메라의 화소수가 많으면 화질이 좋아지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화소수가 화질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카메라의 화소는 사진의 화질을 결정하는 여러가지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일 뿐, 단지 화소수가 많다고 해서 화질이 엄청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많은 화소수는 좋은 점과 나쁜점을 같이 가지고 있다. 그 장점과 단점 중 큰 것 하나씩만 언급하자면, 장점은 화소수가 작은 카메라 사진보다 많은 카메라로 담은 사진이 확대했을 경우 덜 깨진다. 단점은 화소수가 많은 만큼 저장 용량을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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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분의 카메라 기자들은 이런 모습을 담는다. 선수들의 표정에 집중한다. 그들과 나의 관심사 자체가 다르다 |
롤랑가로스를 찾는 사람들의 열 명중 7~8명은 남자다. 여자의 비율은 20~30% 정도 되는 것 같다. 테니스는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들 보다는 남자들이 더 많이 경기장을 찾는 것 같다. 경기장에서 선수들 사진을 담다 엔드 체인지 시 관중석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중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령대가 다양하듯 표정도 다양하다. 언제나(?) 그렇듯 남성에 비해 여성들의 표정과 몸짓이 훨씬 풍부하다. 또한, 옷도 화려하다.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가 그녀들을 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롤랑가로스를 찾은 미녀들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주로 필립 샤트리에 경기장에서 담은 사진으로 잠시 잠깐 찍었다. 내가 앉아 있는 사진기자석의 건너편의 관중들이 주 대상이다. 아주 멀리서 잡은 사진을 잘라 크게 확대한 사진이기에 화질도, 인물사진으로도 별로 좋은 사진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물 사진은 아웃 포커싱(주 피사체를 제외한 나머지가 흐릿하게 나오는 것)이 잘 된 사진이다. 같은 장비라면 아웃 포커싱이 잘되기 위해서는 목적으로 하는 피사체는 가까이, 그 외 배경은 멀리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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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진이 비교적 아웃 포커싱이 잘 된 사진이다. 목표로 하는 피사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흐리게 만들어 진다. |
이 카메라에 담긴 미녀들을 바로 앞에 두고 제대로 담았다면 아마도 멋진 화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앞에두고 담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니와 멋진 사진 욕심에 몰래 담았다간 괜히 곤욕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선수가 아닌 일반 대중을 담을 땐 모든게 조심스럽다. 지난해 호주오픈에 취재 갔을때 잠깐 오가는 관중들 카메라에 담다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봐서 그 이후 부터는 아무에게나 막무가내로 렌드를 들이대지 않는다. 작가나 저자들에게는 저작권이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초상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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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 동작, 라켓, 볼의 임팩트, 그리고 볼에 적힌 글씨까지 완벽하다.이런 장면이 포착되면 정말 운수대통한 날이다.경기장에 들어선 선수들의 경우 초상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특히 허가 된 미디어 기자들이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단, 보도용이 아닌 상업적으로 사용했을 때는 저촉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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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은 선수를 물론이거니와 관중들도 배경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생생하게 전해 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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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수잔 렝글렌 코트에서 페러가 사진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신경 쓰인다며 주심에게 항의를 했다. 주심은 아무말도 안했다. 수잔 렝글렌 코트는 참호 안에서 사진을 담을 수 있어 선수들을 좀 더 가깝게, 다채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페러는 수잔 렝글렌 코트에 오늘 처음 들어왔다. 이때 머레이에게 세트 스코어 0-2로 지고 있어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다. 톱 프로들에게 카메라 셔터 소리 때문에 항의를 받은 건 처음이다. 그들은 카메라 셔터음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인다. 그런데 국내 열리는 조그마한 경기(국내, 국제)에서는 종종 선수들로 부터 항의를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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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코비치와 나달의 8강 경기 중 물을 먹고 있는 조코비치에게 카메라 렌즈를 향했더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경기가 끝이 난 후에도 나를 또 바라봤다. 카메라 기자들은 선수들의 시선과 종종 이렇게 마주친다 |
이 렌즈에 담긴 여성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다. 많은 이들이 카메라 렌즈가 자신을 향하면 그것을 느끼나 보다. 어느 정도 인식할 만한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둘에 한명은 렌즈를 바라봤다. 특히 여성들은 더 그런 경향이 많았다.
나이가 어릴 땐 미인의 기준이 외모의 비중이 크지만 나이가 들어 갈 수록 마음의 비중이 커진다 한다. 나의 기준은 외모 보다는 마음인듯 하다. 그러나 마음은 서로 알고 공유하는 부분이 있어야 아는 것이기에 이런 경기에는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솔직히 미녀를 담는다는 생각에 셔터를 누르기는 했으나 거리가 멀어 얼굴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머리 긴 젊은 여성들 위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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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들은 이 정도의 사진을 목표하는 사람만 잘라서 만든 사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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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달과 조코비치가 경기하고 있는 필립 샤트리에 경기장에서 인증 샷을 담아봤다. 중국의 테니스마스터즈 기자가 담아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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