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6강전이 모두 끝나면서 남·녀 단식 8강이 가려졌다. 사실 4라운드까지는 실력 있는 유명 선수가 탈락하면 보통 이변이라고 부른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는 남자에 비해 여자 단식에서 이변이 많이 나왔다. 1라운드에서 아그네츠카 라드반스카(폴란드, 14번시드), 2라운드에서 시모나 할렙(루마니아, 3번시드)과 유지니 부샤르(캐나다, 6번시드)가 탈락했다. 라드반스카에 비해 할렙과 부샤르는 관중들을 몰고 다니고 팬 층도 두터운 선수들이기에 그녀들의 탈락은 분명 이슈가 됐다.

 

 그리고 4라운드에서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2번시드)가 루시 사파로바(체코, 13번시드)에게 세트 스코어 0대2(7-6<3> 6-4)로 패하면서 이변의 정점을 찍었다. 사실 사파로바는 13번 시드를 받고 롤랑가로스에 출전했으니 이변이라고 까지 할 수는 없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한 샤라포바의  최근 성적을 봐서는 아쉬움이 큰 경기결과다. 샤라포바는 패인에 대해 “오늘 경기가 마음과 달리 잘 풀리지 않았다. 오늘 사파로바가 매우 공격적이었고 그 샷에 대응을 잘못했다”고 말했다. 2세트에 들어서서 사파로바의 스트로크는 매우 공격적이었다. 리턴 역시 머뭇거리지 않았다. 사파로바는 샤라포바의 서브를 거의 다운더라인으로 리턴을 했고 샤라포바는 따라가기 바빴다. 최근 자신의 서브 게임을 거의 잃지 않았던 샤라포바는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고 0대3까지 밀려갔다. 그러나 뒤 이어 사파로바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면서 4대4까지 따라갔으나 마지막 서브게임을 다시 사파로바의 강력한 리턴에 브레이크 당하면서 롤랑가로스를 떠나게 됐다.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마지막 4라운드를 치른 크비토바(체코, 4번시드)도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크비토바를 침몰시킨 주인공은 티메아 바친스키 (스위스, 23위)다. 바친스키는 1세트를 크비토바에게 2-6으로 내줬으나 2세트에서는 완벽한 플레이로 크비토바의 모든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며 6-0으로 가져와 3세트에 접어 들었고, 3세트마저 6-3으로 크비토바를 누름으로써 8강 대열에 합류했다. 전반적으로 바친스키의 공격력이 크비토바를 압도한 결과다. 바친스키는 3세트에 퍼스트 서브 확률이 56%로 크비토바(76%)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서브가 들어갔을 때는 확실한 공격력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녀의 퍼스트 서브가 들어갔을 때의 승률은 무려 90%에 달한다. 또한, 리턴 역시 바친스키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바친스키는 크비토바의 서브를 강력한 리턴으로 집중 공략하며 3세트에만 무려 18포인트를 획득했다. 바친스키는 3라운드에서 미국의 메디슨 키스를 2대0(6-4 6-2)로 누르고 4라운드에 진출했다.

 

 여자 단식 8강은 1번 박스에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1번시드)와 사라 에라니(이탈리아, 17번시드)가 올랐다. 2번 박스에는 크비토바와 부샤르가 탈락한 자리를 티미아 바친스키(스위스, 23번시드)와 앨리슨 반 유트반크(벨기에, 88위)가 차고 앉았다. 3번 박스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 7번시드)와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 19번시드)가 4번 박스는 가빈 무구루자(스페인, 21번시드)와 루시 사파로바(체코, 13번시드)가 맞붙는다.

 

 

 반면, 남자 단식은 특별한 이변 없이 8강 진출자가 가려졌다. 8강전은 그야말로 각 매치가 흥미진진한 게임이 될 듯하다. 1번 박스에서는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스페인, 6번시드)이 맞붙는다.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 중 유일하게 롤랑가로스에서만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반면 나달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롤랑가로스에서 9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6연패에 도전 중이다. 나달이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디펜딩 챔피언임에도 6번시드를 받았으나 조코비치와 나달의 8강경기는 사실상 결승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둘이 너무 일찍붙었다. 하지만 서로를 넘어야 우승이 가능한 운명이다.

 

2번 박스는 앤디 머레이(영국, 3번시드)와 다비드 페러(스페인, 7번시드)가 맞붙는다.  3번 박스는 케이 니시코리(일본, 5번시드)와 조 윌프레드 송가(프랑스, 14번시드)가, 4번 박스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2번시드)와 스탄 바브링카(스위스, 8번시드)가 맞붙는다. 페더러의 경우는 4라운드 첫 날에 매치가 잡혀 있었다. 그러나 우천으로 인해 시간이 지연됐고 가엘 몽필스(프랑스, 13번시드)마지막 매치가 늦게 시작됐다. 페더러는 1세트를 6-3으로 가져왔으나 2세트를 몽필스에게 4-6으로 내줬다. 세트 스코어 1대1인 상황에서 경기는 순연됐다. 6월2일 속개된 경기에서 페더러는 6-4 6-1로 몽필스를 손쉽게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전날 경기는 몽필스에 대한 일방적인 프랑스 국민들의 응원으로 몽필스가 한창 기가 오른 상태였다. 반면 페더러는 샷에 난조를 보였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자 페더러는 일몰 중지 요청을 했고 심판은 받아 들였다. 만약 경기가 계속 됐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남자 단식은 자국민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송가가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4번시드)를 물리치고 올라온 것을 제외하면 1~8번 시드를 받은 선수들이 모두 올라왔다. 여자 선수들에 비해 10위 이내의 선수들의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