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더러를 호주오픈 3회전에서 이긴 안드레아 세피

로저 페더러가 한번도 진 적이 없는 선수에게 패했다.

페더러는 23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이탈리아의 안드레아스 세피(46위)에게 1-3(4:6 6:7<5> 6:4 6:7<5>)로 졌다.

대회 2번 시드인 페더러는 첫세트부터 백스윙이 크지 않은 세피에게 번번이 허를 찔리며 포인트를 내줬다. 심지어 세피의 다운더라인을 아웃으로 보고 볼을 블로킹하지 않아 실점을 했다. 호크아이도 매 세트마다 주어지는 3개를 다 쓰다시피했음에도 자신에게 게임을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했다. 

이로써 페더러는 14년 연속 16강 진출이 무산됐다.  페더러가 호주오픈 3회전에서 탈락한 것은 프로데뷔해인 2000년과 2001년 프랑스 아르노 클레망에게 패해 탈락한 것 단 두번 뿐이다.  33살 177일을 맞은 페더러가 노장으로 시즌 첫 그랜드슬램 무대에 상위 입상하면서 시즌을 힘차게 열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날 세피는 그야말로 가는 다리에 힘 하나 없는 스윙으로 페더러가 주로 실수하는 쪽에 되치기 어려운 볼을 제공했다.  가끔 번개같은 스트로크로 페더러가 패턴적인 볼 리턴을 못하게 만들어 스코어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타이브레이크 승패가 369승 198패로 세피의 99승 125패보다 높은 승률을 지닌 페더러가 이날 두번의 타이브레이크에서 약간 여유를 부리다 두번 모두 내줘 승부의 추를 기울이지 못했다. 

반면 그랜드슬램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인 세피는 나이 서른에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함 페더러를 상대로 승리를 낚았다. 

인터뷰룸에 심각한 표정으로 등장한 페더러는 "오늘 아주 안좋은 날이다"라며 "세피의 백핸드가 좋았다. 세피는 아주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서브와 스트로크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점수를 얻어야 할 곳에는 못 얻고 점수를 잃지 말아야 할 지점에서 점수를 잃었다. 아웃인 줄 알았는데 인이 많았다"고 말했다. 

▲ 안드레아스 세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