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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성씨의 경우
이병효(스포츠 칼럼니스트)  |  bbhh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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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30  06: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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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성씨가 논란 끝에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박사학위를 수여한 국민대의 연구윤리위원회가 지난 20일 “논문이 표절에 해당한다”는 예비 판정을 내림에 따라 이미 당 안팎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던 문씨는 더 이상 버틸 힘을 잃은 듯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탈당을 예고했다 뒤집는 등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비난을 자초하고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여론은 탈당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엔 아예 의원직에서 물러나라고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내달 30일 이전에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그는 앞으로 박사학위가 취소되고, 나아가 최악의 경우 현재 맡고 있는 임기 8년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출신 위원직마저 박탈당할지 모르는 궁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문씨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에리사씨와 함께, 우리 의정사상 처음 나온 국가대표선수 출신 당선자다. 그는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헤비급 결승에서 시원한 뒤돌려차기로 그리스 선수를 KO시키고 금메달을 따내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IOC 선수위원 경선에 출마해 최고득표로 당선, 아시아 최초의 선수위원이 되기도 했다. 이때 정부의 명목상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선수촌에서 ‘나홀로 선거운동’을 꾸준히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긍정적 이미지 덕분에 이번 총선에서 최연소 의원으로 무난히 당선될 수 있었다.

   
▲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문대성 국회의원
표절은 분명한 잘못이다. 더욱이 남의 논문을 베껴 박사학위를 받고, 그 학위를 바탕으로 대학교수직에 임용돼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그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문대성씨가 본인의 잘못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가 표절의 부도덕성 자체를 모를 리 없지만 속으로는 “이것이 나만의 문제냐”라며 “왜 나만 매도와 핍박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체육계만이 아니라 예술계통과 의학박사 논문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하고 표절이 횡행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학계 전반에 걸쳐 표절과 재탕, 이름 얹기 등이 오랫동안 관행으로 버젓이 통해 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애당초 문씨가 박사라서, 또는 논문이 뛰어나서 동아대 교수로 임용된 것이 아니었다. 그가 교수가 된 것은 박사가 되기 이전이었고,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자질과 노력, 지도자로서의 잠재성을 평가받은 것이었다. 음악, 미술, 무용 등 분야에서는 이론 중심의 박사학위와 마찬가지로 실기 중심의 예술석사(MFA)가 최종학위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그는 태권도학과의 실기전공 교수로서 만족하면 되는 일이었고, 굳이 박사학위를 얻으려 했다면 거기에 상응한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편법의 길을 택했고, 그것이 몇 해가 지난 다음 부메랑으로 돌아와 그를 괴롭히고 있다. 문대성씨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세상의 비난을 원망하고 억울해 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실수를 깨끗이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이다. 그는 아직 젊고, 우리나라 체육계의 씨나락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체육계와 학계도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교수는 박사학위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학위보다는 실무 경력이 중요하다는 세계 유수 대학의 최근 추세와 동떨어진 것이다. 또 형식요건만 갖추면 내용은 대강 눈감아 준 논문심사위도 책임을 져야한다. 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체가 비리와 모순, 불공정에 물들어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불만을 느끼는 것은 한 개인을 에워싸고 한마디 변명도 할 겨를 없이 뭇매를 가하는 인터넷 여론과 언론 보도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나는 “죄 없는 자, 돌을 들어 이 여자를 치라”는 식의 둔사(遁辭)를 농하고 싶지 않다. 이제까지 교묘한 언사로 진실을 가리고 책임을 흐릴 뿐 아니라 잘못된 일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작태를 익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죄가 없는 자만이 죄 있는 자를 심판한다면 건전한 비판도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나와 남을 가리지 않고 잘잘못의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다만 남을 정죄할 때는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거나 하이에나 떼처럼 집단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하되 지나치지 말고, 책임을 묻는 데도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근본적으로, 세상에는 확실하지 않은 일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작가 아쿠다카와류노스케의 소설이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로 유명한 ‘라쇼몽(羅生門)’이 보여주듯 진실은 쉽사리 왜곡될 뿐 아니라, 우리 현실에는 보는 시각에 따라 사실의 모습이 달라지는 ‘다중적 진실’이 혼재한다.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애정남)’가 인기를 끈 것도 아마 이처럼 흐릿하고 모호한 현실에서 해학적으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실체적 진실을 확신하기에 미심쩍은 것이 남아 있을 때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일단 선의의 해석(benefit of the doubt)을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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