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19대 국회의원선거는 재외국민 선거가 치러진 첫 번째 선거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국외 거주자는 물론 해외동포들도 총선에서 참정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른 들으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여겨질 만한 일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요, 투표행위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의 다른 많은 일과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이는 액면과는 다른 점이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재외선거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7년 6월 공직선거법 37조1항 및 38조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해당 법조항들이 선거권 행사의 요건으로 주민등록을 요구함으로써 주민등록이 불가능한 재외국민 및 국외거주자들의 참정권을 부당히 제한하고 있다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판시했다. 이 결정은 외국영주권자 및 국외거주자에 대해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을 합헌으로 보았던 지난 1999년 헌재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국회의 후속 입법과정에서 미국 등이 시행하고 있는 우편투표는 물론 인터넷 전자투표에 대해 여당이 반대함에 따라 공관에서의 투표만 가능하도록 2009년 2월 관련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석달 동안의 등록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된 재외유권자는 모두 12만3,751명이다. 이 가운데 해외 근무 또는 유학 등의 국외부재자가 10만3,635명이고 순수한 재외선거인(이민자)은 총1만9,936명에 불과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11년 현재 해외 영주권자 114만 명, 체류자 164만 명 등 예상 선거인 총수가 223만 명이었기 때문에 실제 투표율도 아닌 등록률이 고작 5.5%인 셈이다.

문제점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외부재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영구 이민자에게 과연 투표권을 줘야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해외주둔 군인과 해외체류 일반인에게 우편투표를 전면 허용하고 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역사적,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각각 11석과 4석의 해외 선거구를 획정하고 있다. 미국 독립전쟁이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구호와 함께 시작된 것은 두루 알고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행사를 납세나 국방의 의무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할 뿐 자세한 상론을 않고 있다.

또 “우리의 특수 상황에서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선거권 제한은 허용된다”면서 “재외국민은 우리나라 여권을 소지해서 구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북한주민이나 탈북자에 대한 대한민국 국적 및 선거권 부여의 정당성 여부는 잠시 접어놓더라도, 조총련 동포에 대해서는 정치사상 또는 국적선택 의사에 따라 그들의 기본권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며, 선거권 부여의 잣대로서 주민등록은 안 되고 여권은 괜찮다는 것인지 ‘자가당착’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둘째, 왜 공관 투표를 고집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연방선거는 물론 주정부 선거에서도 부재자 우편투표를 별다른 잡음 없이 시행중인데 우리가 이를 도입하지 못할 것이 없고, 한 발 더 나아가 공인인증서를 활용한 본인 확인을 거쳐 인터넷 투표도 치를 수 있다는 주장에 귀 기울일 만하다. 말로는 대리투표 등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인터넷에 능한 젊은 세대는 되도록 배제하고 첨단기술을 편안해 하지 않는 고령 유권자의 투표율을 높이려는 속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셋째, 일부 공무원들의 예산 낭비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중앙선관위는 올해 비례대표에만 투표가 가능한 총선과 오는 12월 대선의 선거관리를 명분으로 2011년 4월 재외선거관 55명을 전 세계에 파견했다. 이들은 미국 및 일본 각 10곳, 유럽 7곳, 중국 6곳 등 55개 재외공관에 주재하면서 4년에 총선 한 번, 5년에 대선 한번을 관리하게 된다. 외교부 소속 영사가 수행해도 충분할 듯한 업무를 선거관리의 전문성을 내세우면서 각종 수당 및 지원예산만 1인당 한해 약2억4천만원을 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무원 봉급을 더하면 주재관 1인당 약 3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지난해 8개월간 선거홍보 등 명목으로 지출한 80억원 등 선거관리비용은 별도의 예산이다.

이런 재외선거관 경비는 선관위가 상세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 주재관 예산지출 내역을 참고해 산출한 것인데, 가히 ‘그들만의 돈 잔치’라 부를 만하다. 거칠게 계산해보면 재외투표자 1명당 선거관리 공무원 인건비 및 지원비에만 약66만원을 투입하는 셈이니 입이 절로 벌어진다. 시민단체들은 뭐를 하는가 모르겠다. 19대 국회 원 구성이 끝나는 대로 국외부재자 우편투표제를 도입하고, 재외선거관 55명을 전원 소환하는 대신 굳이 필요하다면 현지 거주자 가운데 임시직 관리요원을 선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라도 입법청원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