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달 바바라 렙첸코가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에 이어 기아코리아오픈의 파이널리스트가 됐다. 2시간 41분여만에 끝난 렙첸코와 크리스티나 맥헤일의 경기는 올림픽 코트를 찾은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맥헤일은 줄기차게 때리고 렙첸코는 끊임없이 막아 넘겼다. 막아봐라 끝까지 때릴 테니, 때려봐라 지구 끝까지 쫓아가 넘길 테니… 둘의 시합은 이랬다.

렙첸코와 맥헤일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3세트였다. 1세트는 맥헤일이 6:3으로, 2세트는 렙첸코가 6:1로 쉽게 가져왔다.

 

렙첸코의 서브로 시작된 3세트, 렙첸코는 자신의 첫 서브를 맥헤일에게 내주고 말았다. 뒤 이어 맥헤일은 자신의 서브를 잘 지켰고 다시 렙첸코는 자신의 두 번째 서브 역시 맥헤일에게 브레이크 당했다. 2세트 6:1로 이겼던 렙첸코가 순식간에 0:3으로 밀려가게 됐다. 렙첸코는 3:0에서 맥헤일의 서브권을 하나 브레이크 시킨 후 자신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켜 2:3을 만들었다. 렙첸코와 맥헤일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잘 지켰고 3:5가 됐고 렙첸코의 서브가 됐다. 렙첸코 서브 30:40때 시종일관 강력한 샷을 보내던 맥헤일의 볼을 렙첸코가 받아 올렸다. 맥헤일은 네트 대시하며 강력하게 렙첸코의 백핸드 쪽을 보냈다. 맥헤일은 샷이 끝났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맥헤일의 생각일 뿐 렙첸코는 포기하지 않고 볼을 받았고 그 볼은 아리랑 볼로 네트를 넘어왔다. 끝났다 생각했던 볼이 다시 넘어오자 맥헤일은 네트 대시하여 발리샷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그 볼은 네트를 넘지 못하고 자신의 코트로 떨어졌다. 매치 포인트가 풀어지는 순간 이었다.

 

렙첸코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켰다. 5:4. 맥헤일의 서브다. 맥헤일의 스트로크 에러로 0:15이 됐다. 맥헤일의 첫 서브가 잘 들어갔고 렙첸코가 툭 받아 넘겼다. 볼이 약하게 넘어오자 맥헤일은 강력한 샷을 렙첸코의 포핸드 쪽으로 날렸다. 렙첸코가 간신히 받아 넘겼다. 다시 맥헤일은 렙첸코의 백핸드(듀스 코트) 사이드 라인을 향해 샷을 날렸다. 렙첸코는 다시 그곳까지 뛰어가 문 볼로 받아 넘겼다. 그 볼을 맥헤일은 다시 포핸드(애드 코트) 쪽으로 날렸다. 역시 사이드 라인 가까이 떨어지는 볼이었다. 렙첸코는 듀스 코트 사이드라인에서 애드 코트 사이드라인까지 뛰어와 다시 볼을 넘겼다. 맥헤일은 다시 강력한 샷을 날렸다. 그러나 그 볼은 네트에 걸리고 말았다.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결국 렙첸코는 맥헤일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고 게임 스코어는 5:5가 되었다.

 

5:5 렙첸코의 서브. 약해진 렙첸코의 볼을 맥헤일은 강력하게 리턴했다. 베이스라인 근처에 떨어진 볼을 렙첸코는 받지 못했다. 선심은 아무 콜도 없었다. 렙첸코는 챌린지를 불렀다. 그러나 호크아이는 베이스 라인에 볼 마킹을 했다. 렙첸코의 서브가 신중해졌다. 남자 선수 중 가장 서브를 신중하게 넣는 선수는 나달이고 여자는 샤라포바다. 나달의 외모와, 나달의 스타일을 닮은 렙첸코가 서브에서도 나달과 같이 신중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30:40에서 렙첸코는 맥헤일에게 자신의 서브 게임을 다시 브레이크 당한다.

엎치락 뒤치락의 연속이었다.

 

6:5 맥헤일의 서브다. 맥헤일의 서브가 잘 들어갔고 잠시 랠리가 시작됐다. 렙첸코가 백핸드 샷으로 날린 볼이 맥헤일의 애드 코트 사이드 라인으로 날아갔다. 맥헤일은 랠리를 중단했다. 그리고 주심을 향해 “챌린지”라고 짧게 말했다. 호크아이 시스템이 다시 가동했다. 전광판은 사이드라인 위에 떨어진 볼을 보여줬다. 렙첸코는 다시 맥헤일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켜 타이브레이크에 접어 들었다.

 

타이브레이크 접어든 시간은 2시간 31분이 지난 순간이었다.

렙첸코가 첫 서브를 넣었다. 맥헤일의 샷이 베이스 라인 아웃.

0-1맥헤일의 서브, 맥헤일의 퍼스트 서브 잘 들어갔고 그에 따른 굿 샷으로 1-1.

긴장했을까? 맥헤일이 더블 폴트를 하고 말았다.

2-1렙첸코의 서브다. 맥헤일이 아주 멋진 돌아서는 역크로스 포핸드를 날려 렙첸코의 애드코트 사이드라인을 맞추며 위닝샷을 냈다.

2-2 다시 한번 맥헤일은 강력한 샷을 날렸으나 베이스 라인 아웃.

2-3 맥헤일의 서브다. 맥헤일의 서브는 센터라인 쪽으로 잘 들어갔고 렙첸코는 잘 받아 넘겼다. 랠리가 시작 됐고 맥헤일의 강공에 렙첸코의 볼이 짧아졌다. 찬스볼이라 생각한 맥헤일은 다시 강력한 드라이브 발리 샷을 날렸다. 그러나 베이스 라인 아웃이 되고 만다.

4-2 다시 렙첸코의 서브다. 약해진 서브 속도, 여전히 맥헤일은 강한 공격력으로 렙첸코를 몰아 부쳤고 그 결과로 다운더라인 포핸드 위닝샷을 날렸다.

4-3 렙첸코의 서브가 잘 들어갔다. 강력한 다운더 라인으로 포인트를 땄다.

3-5 맥헤일의 서브, 렙첸코의 백핸드 샷이 베이스 라인 아웃됐다.

4-5 맥헤일의 서브. 렙첸코와 맥헤일은 서로 좌우 사이드 라인으로 볼을 날렸고 랠리의 승자는 렙첸코다.

6-4 렙첸코의 서브. 긴 랠리 중 맥헤일이 포핸드 위닝샷을 날려 위닝 포인트를 냈다.

6-5 렙첸코의 서브, 렙첸코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 서브를 넣었고 맥헤일이 리턴 에러를 냈다.

 

숨막히는 대결은 이렇게 2시간 41분 52초만에 끝을 냈다. 1m70, 22살 맥헤일은 경기 내내 코트를 종횡무진 뛰어 다니며 강력한 점프샷을 날려댔다.  1m 80, 28살의 렙첸코는 13년의 프로 생활을 한 관록으로 코트를 좌우로 뛰어 다니며 맥헤일의 강공을 끊임없이 막아내고 버텼다. 맥헤일의 지속적인 공격은 꽤 멋진 샷을 연출해 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잠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3세트 자신이 5:3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그 한 포인트는 그녀가 두고 두고 아쉬워할 것 같다.

 

렙첸코와 맥헤일의 경기는 이번 기아코리아오픈의 경기중 가장 숨막히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둘의 경기가 아주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철저하게 공격하는 선수와 철저한 수비를 바탕으로 시소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테니스가 상대적이기에 뭐라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만약 렙첸코가 오늘같은 경기력으로 어제 라드반스카와 붙었다면 아마도 라드반스카가 올라왔을 거다. 

 

마지막 순간까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둘의 경기는 올림픽 코트를 찾은 관중들에게 충분히 보상이 되었을 게다. 

 

한편, 뒤 이어 진행된 복식 준결승에서는 마리아 키릴렌코-위키 마이어 페어와 라라 아루아바레나와 이리나 카멜리아 베구 페어가 맞붙었으나 이리나 카멜리아 베구페어가 먼저 1세트를 7:5로 이기자 마리아 키릴렌코 페어가 기권했다.